▲ 경기도 여주군 주민인 윤희정 씨가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한강 살리기 3공구(이포보) 공사현장을 가리키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4대강 찬성 측 여주군 각 마을 주민이 한강 살리기 3공구(이포보) 공사현장에서 4대강 사업 반대 농성을 벌이고 있는 일부 환경단체를 비난하는 플랜카드를 걸어놓았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침수 피해 겪은 아픔 환경단체가 알아줬으면…”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경기도 양평에서 37번 국도를 따라 여주방면으로 10분 정도 가다보면 막국수 촌으로 유명한 여주군 대신면 천서리가 보인다. 이 마을은 정부가 한강살리기 3공구(이포보) 사업을 진행하는 이포대교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

20년째 천서리에서 막국수집을 운영하고 있는 윤희정(51) 씨는 4대강 사업이 완료되면 장마가 와도 침수되지 않고 사람들로 붐비게 될 생각에 요즘 행복하다.

여주군 주민에 따르면 여주는 오래 전부터 태풍과 장마로 인한 홍수피해가 컸다.

“몇 년 전부터 장마 기간에 비가 많이 안 와서 다행이지만 이 근처 주민들은 장마라는 말만 들어도 지긋지긋합니다.”

윤 씨는 “어렸을 때 어른들이 하는 말씀 중에 ‘4년 주기 장마’라는 말이 있었다. 땅콩이나 볍씨를 널어놓으면 비가 많이 와서 쓸어가곤 했다”며 “태풍 매미나 루사가 왔을 때도 불어난 남한강 물에 지금 운영하고 있는 식당이 침수될까봐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한 번은 윤 씨네 식당 주차장까지 물이 찬 적이 있었다. 이 때 11t 트럭을 불러 간단한 짐을 싸서 대기하고 있던 아찔한 경험도 있다. 이웃 주민과 무당집은 물이 집 높이의 반 이상 을 차올라서 짐을 옮겨주기도 했다.

“여주 인구가 예전에 10만 명이었는데 지금도 10만 8000명으로 큰 변화가 없다. 여주 땅이 비옥해 농사를 지으면 부자가 된다는 말도 있지만 그동안 홍수 피해가 컸고 상수도 보호지역 등 각종 법에 묶여 있다 보니까 개발을 할 수 없어 오는 사람이 없다”는 게 윤 씨의 말이다.

윤 씨에 따르면 4대강 사업 때문에 가지고 있는 밭을 팔아도 다른 밭을 살 만한 돈은 보상받지 못한다. 하지만 여주군 주민 대부분이 이 사업에 찬성하는 이유는 그동안 더뎠던 여주 발전과 장마기간에 발만 동동 굴러야 했던 물난리 피해를 겪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몇 일째 여주군 주민은 4대강 사업을 반대하기 위해 농성을 하고 있는 한 환경단체와 맞불집회를 해 진이 다 빠졌다. 이포보 사업현장 근처 장승공원에서 환경단체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에, 지역 주민은 오후 10시 이후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각각 집회를 열고 있다.

5일 오후 5시께 이포보 사업현장에는 환경단체, 여주 경찰서 관계자, 천서리 주민 장인권 씨가 소음측정을 하고 있었다. 택시기사인 장인권 씨가 낮에도 녹음된 테이프를 틀어놓고 1인 시위를 해 농성 중인 환경단체와 실랑이가 붙은 것이다.

얼마 전에는 환경단체가 농성 중에 먹고 남은 음식쓰레기를 땅에 묻은 것을 윤 씨가 처음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윤 씨는 “썩은 냄새가 나서 경찰에 신고해 구덩이를 파니 수박 껍질, 커피 봉지, 닭 뼈 등이 나왔다”며 “이 일로 주민 모두 심기가 불편하다”고 말했다.

여주경찰서도 요즘 환경단체와 주민들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경찰서 한 관계자는 “여주 주민 편을 들 수도, 타지에서 환경 지키겠다고 온 환경단체 편을 들 수 도 없다”며 “갈등 관계가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14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박창재 환경운동연합 상황실장은 “자연이 인간의 편의 때문에 망가지는 것을 볼 수 없어 농성을 벌이고 있다”며 “주민이 우리가 왜 농성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주지 않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이포보는 공정률 37%를 보이고 있다. 이포보는 2012년을 목표로 백로를 형상화해 만들어진다. 이포보 주변에는 자연형 어도와 생태광장, 자전거도로 및 전망테라스,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수중광장이 들어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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