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완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 앞에서 공동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27
[천지일보=박완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 앞에서 공동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27

[천지일보=이민환 기자] 27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쟁종식과 완전한 비핵화를 골자로 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공동 발표했다. 양 정상의 합의에 따라 정전협정 65년 만에 종전이 선언되고 평화협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시작을 알린 4.27남북정상회담은 시작부터 각본 없는 드라마로 진행됐다. 양 정상의 만남부터 화제가 된 내용을 정리했다. 

◆역사적 만남… 두 차례 각본 없는 연출

9시 29분경 문재인 대통령은 판문점 군사분계선(MDL) 앞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다. 첫 대면한 16분간은 시나리오 대로였다. 두 정상이 만나면서부터 각본 없는 드라마가 연출됐다. 김정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한 땅을 밟자 문 대통령은 ‘나는 언제 북한 땅을 밟을 수 있냐’ 질문했고, ‘그럼 지금 밟자’는 김 위원장의 제안에 따라 문 대통령은 약 10초간 월경했다 다시 남한 땅을 밟았다. 리허설에 없던 동선이었다. 

의장대 사열 후 양 정상은 서로 수행원을 소개했다. 이때 북한 군 수뇌부 리명수 인민군 총참모장과 박영식 인민무력상이 문 대통령에게 거수경례를 눈길을 끌었다. 양측 수행원 소개가 끝나자 김 위원장이 ‘양측 정상 및 수행원 전원의 기념촬영’이란 또 다른 제안을 했다. 이에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등 20명은 사열단상에 올라 전체 기념촬영을 했다. 이날 김 위원장의 행보는 평소 주도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김 위원장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9시 42분 평화의집 로비에 들어선 김 위원장은 북한 최고 지도자의 첫 방남 방명록에 ‘새로운 력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력사의 출발점에서’라고 기록했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27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나 인사를 나눈 후 공식 환영식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27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27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나 인사를 나눈 후 공식 환영식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27

◆칭찬 오간 환담… “한반도의 봄 세계가 주목”

9시 44분경 양 정상은 1층 회담장에 들어섰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평화의집에서 열린 회담 모두발언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겠다”고 입을 모았다. 

문 대통령은 “두 사람 어깨가 무겁다”며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봄을 온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며 발언을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사상 최초로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는 순간에 판문점은 분단의 상징이 아니라 평화의 상징이 됐다”며 “우리 국민들, 또 전 세계의 기대가 큰데 오늘의 이 상황을 만들어 낸 김 위원장의 용단에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통 크게 대화를 나누고 또 합의에 이르러서 우리 온 민족과 평화를 바라는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큰 성의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며 “11년 동안 못다한 이야기를 충분히 나눌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남측 수행원들과 함께 배석한 자리에서 활짝 웃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27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남측 수행원들과 함께 배석한 자리에서 활짝 웃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27

◆김정은 “만감교차, 새로운 역사 쓰는 신호탄”

김정은 위원장은 “200m 거리 되는 짧은 거리를 오면서 여기까지 오는 시간이 왜 이렇게 오래 걸렸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운을 뗐다. 김 위원장은 “좋은 합의나 글이 나와도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면 낙심을 주지 않겠나”면서 “11년 세월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수시로 만나서 걸린 문제를 풀어나가면 좋게 나가지 않겠나 이런 생각도 하면서 200m를 걸어왔다”고 말해 회담 정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평화와 번영 북·남 관계가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는 그런 순간에 출발점에 서서 출발 신호탄을 쏜다는 그런 마음으로 가지고 여기 왔다”고 심경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오늘 현안 문제들을 툭 터놓고 얘기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고 지난 시기처럼 또 원점에 돌아가고 이행하지 못하고 이런 결과보다는 미래를 내다보면서 반드시 필요한 얘기를 하고 그래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겠다는 걸 문 대통령 앞에서도 말씀 드리고 기자 여러분들한테도 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위에 1953년생 소나무 공동식수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27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위에 1953년생 소나무 공동식수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27

◆솔직하고 실질적인 성격 드러낸 김정은 위원장

환담에 앞서 문 대통령은 환담장 앞에 걸린 장백폭포와 성산일출봉을 가리키며 소개했다. 김 위원장이 “백두산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아시는 듯하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은 “중국이 아닌 북측을 통해 꼭 백두산에 가고 싶다”고 응수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오시면 걱정스러운 게 우리 교통이 불비해 불편을 드릴 거 같다. 평창올림픽 다녀온 분들이 말하는데 평창 고속열차가 좋다고 하더라. 남측에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민망할 것”이라면서 “우리도 준비해서 대통령이 오시면 편히 모실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앞으로 북측과 철도가 연결되면 남북이 모두 고속철도를 이용할 수 있다. 6.15 10.4 합의에 있는데 10년간 못했다. 김 위원장 큰 용단으로 끊어진 혈맥을 다시 이었다”고 답하는 등 회담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두 정상은 화기애애한 대화를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이날 북한의 민망한 도로 교통 상황에 대해서도 솔직히 말하는 김 위원장을 보며 실질적인 성격의 지도자라고 분석했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27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27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27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27

◆공동식수 후 도보다리에서 30분간 단독회담 

오전 일정을 마친 두 정상은 4시 30분경 공동기념식수를 진행했다. 남측 군사분계선 인근 ‘소떼 길’에 공동 식수한 소나무는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생 반송(땅에서부터 여러 갈래의 줄기로 갈라져 부채를 펼친 모양으로 자라는 품종의 소나무로 한국 전역에 분포)으로 65년간 아픔을 같이 해왔다는 의미와 함께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평화와 번영으로 가는 첫 걸음을 상징한다. 

공동 식수에는 남과 북의 평화와 협력의 의미를 담아 한라산과 백두의 흙을 함께 섞어 사용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삼을 들고 흙을 떴다. 식수 후에는 문재인 대통령은 대동강 물을, 김 위원장은 한강 물을 각각 뿌렸다. 공동식수 표지석에는 “평화와 번영을 심다”라는 글귀가 새겨졌다. 공동기념식수를 마친 뒤 두 정상은 수행원 없이 도보다리를 산책하며 담소를 나누며 사실상 단독회담을 약 30분간 진행했다. 

[천지일보=박완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판문점 선언’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27
[천지일보=박완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판문점 선언’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27

◆ ‘판문점 선언’ 공동발표… 북 정상 발표는 처음

18시경 남북 정상은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에 서명하고 공동 발표했다. 특히 북한 수장이 전 세계 언론 앞에서 직접 합의문을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용단을 내려준 김 위원장에게 거듭 사의를 표했고, 김 위원장은 합의를 성실히 이행할 것을 약속했다. 판문점 선언에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성에 설치 ▲8.15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 추진 ▲동해선·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 ▲남북, 5월 중 장성급 군사회담 개최 ▲남북, 올해 종전 선언 및 평화협정 추진 ▲남북, 완전한 비핵화 통해 핵 없는 한반도 실현 등 ▲남북정상, 직통전화로 수시 논의 ▲문재인 대통령, 올 가을 평양 방문 등의 내용이 담겼다. 판문점 선언 발표 후에는 양 정상이 서로 포옹하는 역사적인 장면도 연출됐다.

[천지일보=박완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판문점 선언문’에 사인한 뒤 포옹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27
[천지일보=박완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판문점 선언문’에 사인한 뒤 포옹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27

◆남북정상 내외 분단 이후 ‘첫 만남’

남북정상 부부 간 첫 만남도 이날 성사됐다. 판문점 선언 후 이어진 공식 만찬에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는 살구색 계열 투피스 차림으로 검은색 클러치를 손에 들었고,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하늘색 계통의 원피스 차림으로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판문점을 방문했다.

만찬에는 남측에서 문 대통령 내외를 포함해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등 모두 32명이 참석했다. 북측에서는 김 위원장 부부를 비롯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김영철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등 총 26명이 자리했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 위원장 부인 리설주 여사가 건배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27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 위원장 부인 리설주 여사가 건배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27

◆김정은 내외, 환송행사 마치고 북으로

이날 오후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마지막으로 열린 환송행사에서 문 대통령과 김 여사, 김 위원장과 리 여사는 ‘하나의 봄’을 주제로 한 영상을 감상했다. 이 영상은 평화의 집 전면을 스크린처럼 만들어 한반도의 어제와 오늘을 보여주고 평화와 번영이 숨쉬는 내일을 꿈꾸는 내용을 담았다. 문 대통령 부부는 환송행사를 마친 뒤 김 위원장 부부에게 작별의 인사를 건넸고, 김 위원장 부부도 석별의 정을 전한 뒤 북한으로 되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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