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면수심(人面獸心)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더니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고 있자니 이 말이 ‘딱’이다 싶다. 고슴도치도 자기 새끼는 예쁘다고 하던데 사람이 자기 배 아파 낳은 자식을 살해하는 일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에는 프랑스에 사는 40대 여성이 자신이 낳은 신생아 8명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해온 것으로 드러나 세상을 경악케 했다. 이 사건은 몇 해 전 서래마을에서 일어난 영아 살해 유기 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두 여성 모두 임신거부증이었다.

임신거부증은 임신으로 고통을 느끼는 여성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임신 사실을 부인하고 임신하지 않았다고 여기는 것으로 이들 환자들의 경우 출산을 하면 아기에 대한 모성애를 전혀 갖지 못한다고 한다. 비록 자신의 아기라고 느끼지 못한다 하더라도, 모성애가 없다 하더라도 한 생명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는 용서받지 못할 죄다.

생명을 아끼고 보호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의무다. 자기 앞에 위험이 닥치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자기방어가 작동하는 것처럼 생명을 소중하게 다루는 것도 본성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본성마저 잃어버리면 도대체 사람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 인륜도, 천륜도, 도덕도 땅에 떨어진 시대라지만 자신의 피붙이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 비닐봉투에 담아 시신을 유기한 일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며칠 전 일본에서는 어린 아들과 딸을 방치해놓고 한 달간 집에 들어오지 않아 결국 아사(餓死)에 이르게 한 스무 살 초반의 엄마로 인해 한바탕 난리가 났다. 이 여성은 아이들이 밖으로 나올 수 없도록 방문에 테이프를 붙이고 먹을 것은커녕 마실 물조차 준비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이들이 죽은 것을 알고 나서도 태연하게 친구들을 만나고 주변에는 좋은 엄마인 것처럼 행동했다고 하니 천인공노할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는지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자기 자신만을 위해 배 아파 낳은 아이를 쉽게 버릴 수 있다는 생각, 이는 생명경시풍조와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이기주의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괴물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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