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우리나라는 국권을 다른 나라에 빼앗기는 아픔을 겪었다. 이른바 ‘경술국치’의 원흉인 일본은 당시 패권적인 무력을 앞세워 우리나라의 군대를 해산시키는 등 모든 저항력을 계획적으로 무력화했다. 결국 1910년 8월 22일 대한제국 총리대신 이완용과 일본 데라우치 통감 사이에 치욕적인 합병조약이 맺어졌다.

한일강제병합은 일본의 심각한 내정간섭과 강압 아래 체결된 것으로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국제법을 보더라도 조약 당사국의 대표자에 대한 강압이 있을 경우 그 조약은 원천적으로 무효가 된다. 하지만 일본은 아직까지 이를 분명하게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일본의 한 극우 인사는 “합병조약은 한국이 원해서 합법적으로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방 이후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가장 진전된 반성이라는 1995년 무라야마 담화에서도 강제병합 자체의 부당성에는 분명치 못한 태도를 보였다. 담화는 “과거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의해 아시아 여러 나라 국민들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줬다”며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의 마음을 표명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한일병합 그 자체가 무효했다는 점은 명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국과 일본의 일부 지식인들은 병합조약이 원천 무효라는 점을 총리 담화에 담아 발표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오는 8월 간 나오토 현 일본 총리의 입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그가 지난 4일 “한일병합 100년과 관련한 담화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관심의 초점은 간 총리의 담화가 무라야마 총리 담화에서 어느 정도 진전되는가, 즉 병합조약의 부당성을 인정하는가이다.

그러나 이번 간 총리의 담화가 무라야마 담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산케이신문을 비롯한 일본 현지 언론은 간 총리의 담화가 무라야마 담화에 기초를 둘 것이라고 보도했다. 만약 이런 예상대로 간 총리의 담화가 무라야마의 그것과 다를 것이 없다면 한일 관계의 개선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

올해는 한일강제병합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새로운 시대를 위해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과거의 잘못을 깨끗이 털어버려야 한다. 과거사의 명확한 반성 없이는 양국 간에 진정한 화해와 협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