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용의 시대조명] 길, 소통, 희망
[윤승용의 시대조명] 길, 소통,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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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휴가철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납량 피서행차에 나서고 있다. 산으로, 들로, 혹은 고향으로, 일부 여유있는 이들은 해외로 떠나고 있다. 항상 자동차와 인파로 붐비던 대도시의 도심은 주말이면 한가하다 못해 썰렁하기까지 하다. 휴가가 프랑스어로 ‘텅 비었다’란 의미의 ‘바캉스(vacance)’에서 유래했음을 실감케 한다. 모두가 집을 두고 어딘가로 떠났기 때문이다.

인간이 어딘가로 떠나기 위해서는 ‘길’을 밟아야 한다. 오늘날처럼 항공여행이 일상화하지 않은 시절에는 말 그대로 여행은 길떠남을 의미했다. 그래서일까? 동서양을 막론하고 유난히 ‘길’을 소재로 한 문학작품과 일화가 많다.

지난해 7월 말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중국과 미국의 전략경제대화에서는 중국 고전 명구가 많이 인용됐는데 여기에서도 역시 ‘길’이 의미깊은 소재로 활용됐다. 주빈자격으로 먼저 마이크를 잡은 오바마 대통령은 <맹자(孟子)>의 ‘진심(盡心)’ 하편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산에 난 조그만 오솔길도 갑자기 사람이 모여 이용하기 시작하면 큰길로 변한다(山徑之蹊間 介然用之而成路). 그러나 잠시라도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으면 다시 풀로 가득 덮여 없어지고 만다(爲間不用則茅塞之矣).’

중국 지도자를 앞에 두고 오바마 대통령이 새삼 길을 화두로 말문을 연 것은 의미심장하다. 아마도 미국과 중국이 자주 왕래하고 상호 소통하여 장차 큰길을 만들자는 뜻을 담았으리라 짐작된다.

영어의 표현으로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즉 이웃사촌이라는 의미의 ‘out of sight, out of mind’를 중국 고전을 원용하여 구사한 셈이다. 다만 오바마가 인용하다가 빼먹은 뒷 구절이 ‘그런데 지금 그대의 마음은 풀로 뒤덮여 무성하구나(今茅塞子之心矣)’라는 점은 약간 흥미로운 대목이긴 하지만.

중국 근대문학의 대가인 루신(魯迅)도 그의 단편 <고향>에서 인구에 회자되는 길에 관한 명편을 남겼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다소 앞서 인용한 맹자의 한 구절을 표절한 듯 하지만 그래도 음미할수록 절로 고개를 숙여지게 하는 깊은 철학이 담긴 글이다.

그렇다. 길은 원래 있던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다니면 길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의 길은 요즘 국정의 최대 현안인 ‘소통’을 은유적으로 드러내 보여준다. 모두 길을 떠나듯 소통의 길에 마음의 손길을 내밀면 나랏일도 잘 풀릴 것이다.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도 길을 소재로 한 ‘가지 않은 길’이란 절편을 남겼다.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중략)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마음을 내려놓고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프로스트가 말한 길은 가슴 설레는 미래에의 희망을 의미한다. 휴가길에 독자 여러분도 마음을 살찌우는, 그리고 소통과 희망을 되새길수 있는 시집 한 권을 지참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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