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9시 30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역사적인 첫 만남을 시작한다.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26일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중립국 감독위원회 회의실 앞 군사분계선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맞이할 것”이라며 “두 정상은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우리 전통의장대 호위를 받으며 공식 환영식장으로 도보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환영 행사 후 첫 공식 회담은 10시 30분에 열리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생각만 해도 가슴 뭉클한 얘기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곳곳에서 ‘4월 전쟁설’ 얘기가 오가던 남북 사이였다. 물론 북미관계의 파국이 그 배경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불과 반년도 안 돼 전혀 다른 그림이 그려지는 지금의 이 광경은 참으로 믿기 어려울 만큼 극적이고 역동적이다. 북한 최고 통치자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대한민국 영토로 걸어온다는 것을 어디 상상이나 했었던가. 우리 외교의 힘이요, 남북 최고 책임자의 리더십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라 하겠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적극적 협력은 최대 동력이 됐다.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직후 오후에는 공동성명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역시 최대 관건은 ‘한반도 비핵화’를 공식화 할 것인지, 그렇다면 그 수준은 어디까지 언급할 것인지에 달려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선대의 유훈’이라는 말로 수차례 강력한 의지를 밝혀왔다. 그러나 그 진정성에 계속 의문이 제기됐으며, 그렇다면 먼저 행동으로 보이라는 세계의 여론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서 임종석 비서실장은 비핵화 수준이 어디까지 거론될지는 예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문제는 남북관계만이 아니라 한미, 북미 관계를 통해서 논의될 사안이기에 청와대 입장으로서는 섣불리 말할 수 없다는 뜻으로 보인다. 당연한 얘기이다. 미리 깊숙한 얘기까지 언급했다가 자칫 결론이 다를 경우 안팎으로 비판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신중하고 냉철하게 접근하는 것이 옳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그럼에도 지금의 남북정상회담은 세계사적인 거대한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터닝 포인트’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데올로기적 냉전체제의 마지막 장벽인 휴전선, 그 장막을 걷어내는 것은 ‘새로운 21세기’를 향하는 새로운 문명사적 의미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쟁과 폭력, 대결과 대립의 낡은 이데올로기 시대를 실질적으로 끝내는 거대한 전환의 시작이 대한민국 땅에서 이뤄지길 기대해 보는 것이다. 따라서 너무 성급하거나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군사분계선을 걸어 넘어올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을 좀 더 차분하고 냉정하게 기다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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