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시] 새벽이 나에게 시(詩)를 읽어주었다 - 김수복
[마음이 머무는 시] 새벽이 나에게 시(詩)를 읽어주었다 - 김수복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벽이 나에게 시(詩)를 읽어주었다

김수복(1953~  )

 

새벽 시(詩)를 읽어주다
사랑할 시간이 오지 않아도 좋다
자유가 아니라도 좋다
당신에게 봄이 오기만 한다면!

밤하늘이 시를 썼다
봄이 오지 않는 시를
겨울 냇물의 얼굴에 대고
아무도 읽어주지 않는 시를
우수가 얼음을 녹여서 흐르며 쓴 시를
냇물 동지에게 읽어주고 있는 시린 저녁이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밤이 올 것이다.”

그러면 밤하늘이 어둠에 쓴 시를
새벽이 읽어줄 것이다.
 

[시평]

시인은 무엇을 해도, 어떤 일을 만나도 ‘시(詩)’를 생각한다. 그렇다 진정 시인은 그렇다. 자신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을 시, 시를 쓰는 대상이라고 생각을 한다. 그래야만이 진정 시인인지도 모른다. 새벽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시(詩)’라는 말이 시인의 머리에 떠오른다. 마치 계절의 변화와 함께 가장 자연스럽게 봄이 오듯이, 시는 그렇게 시인에게 다가와 시인의 전신을 흔들어 준다. 그래서 시인은 그 새벽, 시를 읽어준다. 이 시로 인하여, 사랑할 시간이 오지 않아도 좋고, 자유가 아니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다시 맞는 그 밤에도 시인은 시를 생각한다. 그리고는 이내 결코 봄이 오지 않을 듯한 절망감을 안고 시를 쓴다. 아무도 읽어주지 않는 시일지라고, 그 시에 매달리며 시를 생각하고 또 쓴다. 그러면, 그러면 아무도 읽어주지 않아도, 결코 봄이 오지 않을 듯한 절망에 갇혀 밤하늘이 쓴 그 어둠의 시를, 다시 그 새벽이 읽어줄 것이라는 시에의 작은 희망을 지녀보기도 한다. 

시가, 시를, 이에, 시를 위한 그 삶. 시인은 어떠한 것도 실은 필요한 것이 아니리라. 다만 시를 생각할 수 있고, 또 시를 쓸 수만 있는 그러함이 허여된다면 말이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