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혜림 기자] 2018 아시아 기획전 ‘당신은 몰랐던 이야기’가 지난 7일부터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가운데 10일 한 관람객이 작품 안으로 들어가 전시를 보고 있다. 아시아 현대미술의 국제적 허브로 발돋움하기 위해 올해 본격 가동하는 ‘아시아 집중’ 프로젝트의 일환인 이번 전시는 오는 7월 8일까지 진행된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0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2018 아시아 기획전 ‘당신은 몰랐던 이야기’가 지난 7일부터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가운데 10일 한 관람객이 작품 안으로 들어가 전시를 보고 있다. 아시아 현대미술의 국제적 허브로 발돋움하기 위해 올해 본격 가동하는 ‘아시아 집중’ 프로젝트의 일환인 이번 전시는 오는 7월 8일까지 진행된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0

 

8개국 15명(팀) 작가, 21점 작품 통해

亞 바라보는 새롭고 다양한 관점 제안해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우리는 아시아를 무엇으로, 그리고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2018 아시아 기획전 ‘당신은 몰랐던 이야기’전(展)은 이에 관련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전시는 아시아라는 이름 아래 역사 속에서 잊힌 개인과 지역의 가치, 목소리를 소개한다. 8개국의 15명(팀)의 작가들은 아시아의 과거와 현재를 살고 있으면서 또한 미래를 바라보는 이야기꾼으로서 여러 가지 개인적 경험들을 통해 세계를 보는 새롭고 다양한 관점을 제안한다.

바트로메우 마리 관장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얼마나 세계적이 될 수 있는가’를 고민했다”며 “우리는 세계적이기에 앞서 국제적이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한국 주변 국가들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 착안해 이번 전시를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시는 ▲국가·국경·민족·인종·정체성과 같은 전통적 개념을 소환하는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about the unseen)’ ▲다양한 생각과 관점이 만나는 공간을 의미하는 ‘교차적 공간(Intersectional space)’ ▲협업 프로젝트로 서로의 문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관계(relations)’ 등 키워드로 나뉘어 있다. 작가들은 이 3가지 키워드로 아시아라는 주제를 지리적 구분이나 정체성을 나타내는 용어에 머물지 않고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는 다양한 비평적 관점에서 바라본다.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이 2018 아시아 기획전 ‘당신은 몰랐던 이야기’를 지난 7일부터 오는 7월 8일까지 서울 종로구 서울관에서 개최한다. 사진은 10일 관광객들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0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이 2018 아시아 기획전 ‘당신은 몰랐던 이야기’를 지난 7일부터 오는 7월 8일까지 서울 종로구 서울관에서 개최한다. 사진은 10일 관광객들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0

‘문이 열리네요 / 그대가 들어오죠 / 첫눈에 난 내 사람인걸 알았죠….’

가수 유리상자의 노래처럼 전시는 필리핀 출신 작가 마크 살바투스의 작품 ‘대문(Gates)’이 열리면서 시작된다. 비디오 영상물인 이 작품 속에는 열린 문과 닫힌 문이 반복해서 나타난다. 이에 영상을 마주한 관객들은 ‘환영받음’과 ‘환영받지 못함’이라는 양가적 감정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마크 살바투스 작가는 그가 사는 마닐라 케손시티의 수많은 대문의 사진을 찍은 후, 문이 열리기를 끊임없이 반복하도록 연출했다. 그는 대문이 건물이나 주택의 구조로서 인간의 안전을 확보함과 동시에 외부로부터 차단하고 경계를 만드는 이중적 역할을 함에 주목했다. 작가는 과거 성곽·교회·요새 등에 세워졌던 대문을 인간의 힘과 권력을 드러내는 대상이었으며, 현대 도시에선 분할을 상징함과 동시에 사회적 계급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이 2018 아시아 기획전 ‘당신은 몰랐던 이야기’를 지난 7일부터 오는 7월 8일까지 서울 종로구 서울관에서 개최한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0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이 2018 아시아 기획전 ‘당신은 몰랐던 이야기’를 지난 7일부터 오는 7월 8일까지 서울 종로구 서울관에서 개최한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0

대문을 지나면 아시아 각국의 문화가 담긴 본격적인 전시가 시작된다. 먼저 눈에 띈 것은 인도에서 온 요게쉬 바브 작가의 작품 ‘설명은 때로 상상을 제한한다Ⅱ’다. 전시 바닥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이 작품은 색색의 실타래로 이뤄져 관람객의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요게쉬 바브 작가는 전시에서 ‘색·가치’ 작업으로, 색의 고유 가치개념에 도전하고, 하나의 대상이나 사건에 대한 명확한 해석이나 정답을 찾는 것의 어려움을 말한다.

안유리 작가의 ‘불온한 별들’은 19세기 말, 한반도를 떠나 세계 여러 지역에 흩어진 조선인들의 이주 역사 속에서 여전히 우리와 같은 말과 글을 사용하고 있는 ‘조선족’에 관한 기록이다. 작가는 조선족의 이동 경로를 따라 현재 중국 길림성 연변 조선족 자치구를 중심해서 이어지는 작품 안에서 이주역사의 공통적 과제인 ‘고국과 모국 사이의 괴리감’ ‘동포와 외국인 사이에서 자리 잡기’ 등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관객에게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결국 국가와 민족은 어떤 의미인가”라고 질문을 던진다.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2018 아시아 기획전 ‘당신은 몰랐던 이야기’가 지난 7일부터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가운데 10일 관람객들이 전시를 보고 있다. 전시에서는 아시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젊고 도전적인 8개국의 작가 15명(팀)이 모두 21점(신작 10점)을 선보인다. 아시아 현대미술의 국제적 허브로 발돋움하기 위해 올해 본격 가동하는 ‘아시아 집중’ 프로젝트의 일환인 이번 전시는 오는 7월 8일까지 진행된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0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2018 아시아 기획전 ‘당신은 몰랐던 이야기’가 지난 7일부터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가운데 10일 관람객들이 전시를 보고 있다. 전시에서는 아시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젊고 도전적인 8개국의 작가 15명(팀)이 모두 21점(신작 10점)을 선보인다. 아시아 현대미술의 국제적 허브로 발돋움하기 위해 올해 본격 가동하는 ‘아시아 집중’ 프로젝트의 일환인 이번 전시는 오는 7월 8일까지 진행된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0

무거운 분위기를 벗어낸 이색적인 소재와 기발한 아이디어가 넘치는 작품들도 있다. 황 포치(대만) 작가는 그의 어머니가 오랫동안 종사했던 봉제공장에 대한 대화를 나눈 일상대화를 작품 ‘생산라인’에 담았다. 전시장에 걸려 있는 그의 작품은 같은 옷 같지만 다른 섬세하게 다른 느낌을 준다. 위에서 내리쬐는 조명에 비쳐 제각각인 그림자조차 그림이 된다.

인도네시아의 엘리아 누비스타 작가는 음식을 매개로 예술과 사회연구 사이의 경계를 가로지른다. 2015년 초, 작가는 욕야카르타 지역에 기반을 둔 바쿠다판(Bakudapan)이라는 푸드 스터디 그룹을 시작했다. 이 그룹은 음식을 바탕으로 경제, 노동, 정치, 젠더와 예술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연구했고, 작가는 설치·퍼포먼스·시뮬레이션·비디오 등의 작업을 확대해왔다.

이번 차분히 그림만 보는 전시가 아니다. 미디어 영상, 설치 작품뿐 아니라 각종 참여 프로그램으로 미술관 전체가 북적인다. 전시실 공간이 아닌 서울박스, 복도 등 미술관 공용공간에 5개 팀 작가들은 6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해 우리 주변의 다양한 목소리를 끌어내는 무대로 만든다. 또 서울박스 등 미술관 공용공간에서 토론, 스크리닝, 레몬와인 바, 요리교실, 일일 장터 등 다양한 관람객 참여형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전시는 7월 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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