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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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지도자 첫 방남

파격적 행보... 문구 하나에도 까다로워

비핵화, 직접 논의는 북미정상회담서

경협, 비핵화 성과 있다면 이후 논의 가능

[천지일보=이민환 기자] 오는 27일 열릴 남북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25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11년 만에 만난다.

앞서 지난 2000년, 2007년 두 차례 열린 남북정상회담은 모두 우리 측 대통령이 방북해 2박 3일 일정으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만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반면 이번 2018 남북정상회담은 김정은 위원장이 북측 지도자로선 처음으로 직접 판문점 우리 측 지역인 ‘평화의집’으로 직접 넘어온다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정상회담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나서면서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1차 회담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 2000년 6월 13~15일 북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과 회담했다. 이 회담은 분단 이후 남북 정상이 첫 만남이라는 점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또 당시 김 전 대통령이 대통령 전용기로 북한 순안공항에 도착했을 때 김정일 위원장은 예고 없이 등장해 김 전 대통령을 영접하기도 했다. 숙소인 백화원 초대소로 향하려는 김 전 대통령 차량에 김 위원장이 함께 타는 등 초반부터 파격적인 예우가 이어졌다. 두 사람은 차 안에서 약 50분 동안 독대했다.

이같이 훈훈한 분위기를 보인 것과는 달리 회담은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남북은 선언문의 서명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2차 회담은 지난 2007년 10월 2일 2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MDL)을 넘는 일이 있었다. 이 장면은 CNN 등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노 전 대통령은 “제가 다녀오면 또 더 많은 사람이 다녀오게 될 것이다. 그러면 마침내 이 금단의 선도 점차 지워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정상회담은 10월 3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오전과 오후로 나눠 총 3시간 51분 동안 진행됐으면 우여곡절이 많았다. 노 전 대통령은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만난 뒤 “엄청난 사고방식 차이를 느껴 잠을 자지도 못했을 정도”라며 “벽이 너무 두꺼워 한 가지나 합의할 수 있을지 눈앞이 캄캄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앞선 두 회담에 비춰볼 때 이번 2018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도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21일 기존의 ‘핵·경제 병진 노선’에서 벗어나 경제에 주력한다는 의지를 나타내면서 비핵화 의지를 강조하는 등 전례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1·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는 핵심 논의 대상이 아니었다. 북한이 핵과 관련한 사안은 미국과 협상하겠다는 태도를 고수해왔고, 북한 측도 자기들의 핵·미사일 실험이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꾸준히 밝혀왔기 때문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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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5월 말~6월 초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의 중간다리라고 자처하는 만큼 이번엔 북미 관계 정상화·비핵화의 예비적인 단계를 가진다.

일각에선 그저 중간다리 역할로 낙관해선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의 이런 결정에 대해 가시적으로 비핵화 대화 의사를 표시한 것이지만 핵 포기는 아니다”라며 “사실상 우리나라와 미국에 이미 입장을 전달한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공식화한 것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북한이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힌 만큼 정상회담 이후 경협이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원칙적으로 북한의 대북제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합의에 따른 것으로 남북정상회담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해 의미 있는 성과가 도출된다면 남북 경협이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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