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스마트폰을 혹자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 하고, 혹자는 인류 최악의 발명품이라 한다. 다양하며 쉽고 빠른 정보를 제공해주는 스마트폰은 이제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에 빠져 사는 것을 본다면 스티브 잡스도 무덤에서 스마트폰 개발을 후회할지 모른다. 스마트폰(smart phone)과 좀비(zombie)를 합쳐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몰입해 걷는 사람을 칭하는 ‘스몸비족’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요즘은 무엇이든지 모르는 것은 스마트폰 검색부터 한다. 모든 기억을 스마트폰에 의지하니 부모, 집, 심지어 자기 전화번호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기억력이 감퇴했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서로 모이기만 하면 놀 거리가 많았다. 자전거 탄 풍경이 노래한 보물이란 노래에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말뚝박기 망까기 말타기 놀다보면 하루는 너무나 짧아~ 아침에 눈뜨며 마을 앞 공터에 모여 매일 만나는 그 친구들 비싸고 멋진 장난감 하나 없어도 하루 종일 재미있었어~ 좁은 골목길 나지막한 뒷산 언덕도 매일 새로운 그 놀이터 개울에 빠져 하나뿐인 옷을 버려도 갈 때 되면 서로 웃었지~ 어색한 표정에 단체사진 속에는 잊지 못할 내 어린 날 보물들~”이란 가사가 나온다. 어른들이 어릴 적 누렸던 추억의 흔적들이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전혀 가질 수 없는 추억이기도 하다.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말뚝박기 등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IT강국 대한민국의 어두운 이면에는 스마트폰 중독, 특히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이 심각하다. 부모가 맞벌이 하느라 아이 돌볼 시간이 없으니 스마트폰을 주면서 어린아이 혼자 놀게 하고, 식당에서 아이가 칭얼거리면 주변에 피해가 가니 스마트폰을 준다. 유아기적 이런 부모의 습관이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7 청소년 통계’에 의하면 10~19세 청소년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율이 30%였다. 고등학생이 30%, 초등학생은 24%였지만 중학생은 35%다. 10명 중 3명꼴로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수준을 보이는 학생이 가장 많았다. 초등학생은 부모의 통제가 가능한 연령대여서 낮고 고등학생은 대학입시에 대한 부담으로 스스로 자제하는 학생이 많아 비율이 낮지만 중2병을 앓는 중학생은 부모의 통제나 대학입시의 부담이 적어 가장 많은 비율을 나타냈다.

청소년이 주로 이용하는 콘텐츠는 메신저와 게임, 웹서핑, 학업·업무용 검색 등이 꼽혔다. 특히 카카오톡 등 SNS 메시지를 가장 많이 이용하고 인터넷을 하루에 1회 이상 사용하는 비율이 10대는 94%, 20대는 99%였다. 10~20대 청소년들은 주로 SNS와 여가활동, 자료 및 정보 획득을 목적으로 인터넷을 이용한다. 청소년이 최근 1년간 성인용 영상물을 접한 주된 경로는 ‘인터넷 포털사이트’가 28%를 차지했다. ‘인터넷 실시간 방송 및 동영상 사이트’는 19%, ‘SNS 서비스’는 18%로 마음만 먹으면 성인용 영상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러한 스마트폰, 인터넷 과의존, 성인용 영상물 구독 등으로 인해 청소년기 뇌 발달에 큰 영향을 미쳐 사고력이나 기억력이 줄어드는 등의 부작용이 생긴다. 또한 학교생활, 교우관계, 학업 등 일상생활에서도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청소년의 경우 자기 통제력을 스스로 키우며 성장해 가는 시기인데, 스마트폰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게 됨으로써 과의존에 빠지게 된다.

청소년들의 이런 스마트폰 중독을 부모가 일방적으로 중단시키거나 강요하게 되면 반발심이 늘어나 오히려 PC방으로 내보내는 결과를 초래한다.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을 건강하게 사용하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서는 부모가 먼저 솔선수범해서 사용 시간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가족이 모이거나 식사 중일 때는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대화를 하는 습관을 갖도록 해야 한다. 아이와 함께 꼭 필요한 사용 시간을 정하고, 가족단위 야외활동이나 스포츠로 관심을 돌리는 것이 필요하다. 아름다운 청소년 시절을 손바닥크기의 화면에 가두어 넓은 세상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스스로 벗어나도록 믿고 격려해줘야 한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냐 최악의 발명품이냐 여부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에 달려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스마트 쉼 센터(www.iapc.or.kr)에서 상담 및 다양한 자료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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