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8.4.24 (출처: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8.4.24 (출처: 연합뉴스)

“지방선거 동시 개헌 무산, 매우 유감”… 국회 강하게 비판
국회 제출 대통령 개헌안, 정상회담 후 심사숙고 결정 방침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국민투표법 개정 불발로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실시가 사실상 무산된 데 대해 강한 유감의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민투표법이 끝내 기간 안에 결정되지 않아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의 동시 실시가 무산되고 말았다”면서 “이로써 이번 지방선거 때 개헌을 하겠다고 국민께 다짐했던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고, 국민께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개헌안이 계류 중인 국회를 향해 국민의 뜻을 모아 발의한 헌법개정안을 한번도 심의조차 하지 않은 채 국민투표 자체를 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지난 2014년 7월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결정으로 위헌 법률이 된 국민투표법 개정이 법정 시한 내 이뤄지지 못한 데 대해 “제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에 이미 제출한 헌법 개정안의 처리 문제에 대해선 남북정상회담 이후 심사숙고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지난달 26일 문 대통령이 대통령 4년 연임제를 골자로 한 대통령 개헌안을 발의했으나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이 내각제에 준하는 ‘분권형 대통령제-책임총리제’를 주장하면서 공전 상황이 계속됐다. 개헌 시기를 놓고도 접점을 좁히지 못한 채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개헌 저지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한국당에 바른미래당 등 다른 야당이 합세하면서 개헌 동력이 크게 떨어졌다. 또한 방송법 개정안 공방으로 국회가 개점 휴업 상태에 빠진 데다가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피감기관 해외 출장 문제가 터지면서 개헌 문제는 뒷전으로 밀렸다. 결정적으로 민주당원의 댓글조작 사건인 이른바 ‘드루킹’ 파문이 터지면서 개헌 국면에 결정적인 찬물을 끼얹었다.

6월 개헌이 사실상 물건너 가면서 개헌 성사 전망 자체가 불투명해지게 됐다. 드루킹 사태로 꽁꽁 언 국회 상황에서 개헌 논의가 언제 재개될지는 물론 재개 여부도 기약할 수 없는 상태다. 야당은 개헌 논의를 6월 지방선거와 상관없이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여당은 다음 전국단위 선거인 2020년 총선까지 개헌 동력을 찾기 쉽지 않다는 시각이다.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는 대통령 개헌안을 그대로 논의할지, 철회할지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 이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문 대통령이 개헌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국회는 헌법 130조에 따라 대통령 개헌안을 5월 24일까지 처리해야 한다. 다만 야당이 반대하고 있어 표결이 이뤄져도 부결 가능성이 크다. 개헌 불씨를 살리는 방향으로 처리할 수도 있다. 여야가 국회 합의를 전제로 연내 개헌안 처리에 동의할 경우 대통령이 여야 요청에 따라 대통령 개헌안 철회 수순을 밟는 시나리오다. 이렇게 되면 ‘6월 여야 개헌안 합의, 9월 개헌 국민투표’ 시간표를 제시했던 한국당의 의견에 따라 9월 개헌 투표 가능성이 부상할 수 있다. 여당인 민주당은 조만간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열고 개헌 관련 당의 입장을 최종적으로 정할 방침이다.

여야 지도부는 6월 개헌 무산에 대한 네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의 온갖 훼방으로 31년 만에 온 국민개헌의 소중한 기회가 물거품되는 것 같다”면서 “발목잡기, 지방선거용 정쟁에 눈먼 한국당은 국민의 참정권이 달린 국민투표법과 시대적 과재인 개헌을 걷어찼다”고 비판했다.

야당은 국민투표법 개정 무산의 책임이 청와대와 민주당에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당 신보라 원내대변인은 “국민투표법은 국회 개헌안이 합의되면 당연히 함께 처리될 부수법안”이라며 “그런데 대통령과 민주당은 국민투표법이 마치 개헌안의 선결조건인 것처럼 대국민 사기극을 펼쳤다”고 비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