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20일 평양에서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를 주재하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한다는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출처: 뉴시스)
북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20일 평양에서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를 주재하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한다는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출처: 뉴시스)

CNN, 전문가 인용 3가지 분석… 대북제재 따른 경제적 궁핍
핵무장 자신감 전략적 데뷔… 군사행동 피하려 시간 끌기

[천지일보=이솜 기자] 최근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에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가운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갑자기 대화 테이블에 나온 이유에 대해 미국 CNN 방송이 전문가의 말을 인용·분석해 3가지로 제시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2011년 집권 이후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미사일 실험과 도발을 지속해 왔다. 그러던 김 위원장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며 국제사회에 주목을 한 몸에 받으며 외교무대에 화려한 데뷔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현지시간) CNN방송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괌을 비롯해 미국 본토까지 핵무기로 선제타격 할 수 있다고 위협하는 등 적대적 태도를 보였던 김 위원장이 올해 들어서면서 평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며 3가지로 분석했다.

CNN은 3명의 북한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대화 테이블로 나온 이유를 ‘국제사회 대북제재에 따른 경제적 궁핍’ ‘핵무장 자신감을 바탕으로 전략적 국제무대 데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군사행동을 피하려는 시간벌기’ 등으로 압축했다.

먼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한 경제적 궁핍이 심각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문제 전문가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학 교수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인한 북한의 경제적 궁핍함이 김 위원장을 대화 테이블로 불러낸 배경”이라면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 때 아쉬운 입장에 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라운 교수는 중국정부 자료를 인용해 “북한과 중국 간 교역량이 급감하고 있는데, 지난 2월 기준으로 북한의 대중 수출량은 900만달러(약 96억원)에 불과했다”면서 “이는 전년대비 95%나 급감한 규모이고, 수입규모는 3분의 1 수준인 1억 300만달러(약 1101억원)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브라운 교수는 “북한의 대외 교역은 1950년 한국전쟁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일 것”이라며 “북한의 호언장담에도 자립하기 어렵고, 특히 음식과 연료, 기계 등의 분야가 그렇다”라고 분석했다.

브라운 교수는 북한 내 부채와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일이 힘들어 지게 됐고, 북한 주민들이 언제라도 북한의 원화를 미 달러로 환전하려 할 수 있으며, 이렇게 하다가 북한의 통화가 붕괴할 위험이 있다고 했다. 이처럼 북한 경제가 취약하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핵 무장 자신감을 갖고 국제무대에 전략적으로 데뷔했다는 견해도 있다.

미국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의 ‘현대차-KF 한국역사 및 공공정책 연구센터’의 한국 역사 및 공공정책 대표인 진 H. 리는 “김 위원장의 국제무대 데뷔가 세심한 계획과 질서정연한 정치적 전략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봤다.

그는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성공시키면서 자신감이 충만해져서 국제관계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궁핍한 나라의 권력을 승계한 젊은 지도자가 아니라 핵무기를 바탕으로 세계 안보에 실제로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지도자로서 행세를 시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 대표는 “김 위원장이 핵 프로그램 덕에 외국 지도자들로부터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며 “미국 정상과도 약자의 입장이 아니라 동등한 입장에서 테이블에 마주 앉으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는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행동을 피하려는 시간끌기용이라는 분석이다.

미국과학자연맹(FAS) 애덤 마운트 선임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국제 외교무대로 나온 배경은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행동 위험을 피하면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완화시키기 위한 ‘시간벌기 전략’”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선제 타격 위협까지 가하고 있는 가운데, 김 위원장은 우선 첫 번째 임기를 넘기기 위한 전략을 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대북 강경파로 꼽히는 인물들을 임명했고 초강경파로 분류되는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까지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했다. 앞서 국무장관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나 기존의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대사 등 대북 강경 입장을 주장해온 인물들이다.

마운트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강성 매파들로 새롭게 구성되는 것을 지켜본 김 위원장이 일단 전쟁 국면을 피하는 시간벌기용 외교를 벌이고 있다”고 풀이했다.

아울러 마운트 연구원은 “북한이 시간을 벌기 위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제한하는 적당한 선에서 일시적인 양보를 내놓을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를 선언할 정도의 ‘상징적 움직임(symbolic steps)’만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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