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제공: 대한항공)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제공: 대한항공)

위기 모면하려는 ‘땜질 처방’

갑질 논란, 각종 비리로 확대

“재벌일가 아닌 범죄자소굴”

전문경영인체제 실효성 의문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최근 ‘물벼락 갑질’ 사태 수습을 위해 고개를 숙였지만, 여론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갑질 논란과 비리 의혹을 수습하기 위해 사과와 대책을 발표했지만, 진정성이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조 회장은 지난 22일 사과문을 통해 “제 여식이 일으킨 미숙한 행동에 대해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다. 국민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와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을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즉시 사퇴시키겠다고 했다.

조 회장의 사과에도 여론이 싸늘한 이유는 땅콩회항 사건으로 물러났던 조현아 전 부사장이 집행유예 기간 중인 지난달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경영에 복귀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조현민 전무의 사퇴도 여론을 의식한 나머지 위기를 모면하려는 땜질 처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조 회장은 이날 자신의 거취에 대한 입장은 물론 한진가(家)가 대한항공을 악용해 상습적으로 밀수·관세포탈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관세청은 지난 21일에 이어 23일에도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관세포탈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대한항공 본사, 소공동 한진관광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소공동 한진관광 사무실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업무공간으로 사용한 곳이다.

차녀 조 전무의 갑질 논란에서 시작된 이번 사태는 어머니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막말 논란’을 거치며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불법 등기와 탈세까지 각종 비리 의혹으로 번진 상황이다.

게다가 대한항공 직원 900여명은 카카오톡에 ‘대한항공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을 개설하고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갑질’ 제보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온라인상에서는 조 회장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도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한진그룹 사태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23일 제75차 상무위 모두발언을 통해 “조 전무의 이번 폭력사건을 비롯한 항공법 위반, 조씨 일가의 밀수행각, 호텔공사비 30억원 횡령 등 드러난 혐의만 보아도 이미 이들은 재벌일가가 아니라 범죄소굴”이라며 “조양호 회장이 해야 할 진정어린 사과는 가족경영의 포기이고, 수사에 착실히 임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경영인직 신설과 준법위원회 구성 등을 골자로 한 경영 쇄신안도 임기응변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에 전문경영인으로 지명한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가 조 회장의 오랜 측근인 만큼 전문경영인체제 도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조 회장이 대표이사 회장을 유지한 상태에서 부회장을 전문경영인으로 앉히겠다는 것이어서 전문경영인의 역할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한진그룹은 이날 준법위원회를 신설하고 위원장으로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을 위촉했다.

한편 광고대행사 직원을 상대로 ‘물벼락 갑질’을 한 조현민 전무에 대한 경찰 소환 조사가 이번 주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경찰은 지난 19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 있는 조 전무 집무실과 마케팅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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