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 ⓒ천지일보(뉴스천지)
봉은사. ⓒ천지일보(뉴스천지)

취득시효 지나 소유권 넘어가… 국가 책임 80%만 인정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50년 전 되찾았어야 할 서울 강남땅을 공무원의 서류조작으로 돌려받지 못한 조계종 서울 봉은사가 국가로부터 80여억원을 배상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9부(배성중 부장판사)는 봉은사가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23일 밝혔다. 이에 정부는 봉은사에 79억 9632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

재판부는 “공무원이 위법한 방법으로 토지를 제3자에게 처분해 소유권이전등기를 함으로써 원소유자인 봉은사가 땅 소유권을 잃었다”며 “공무원들의 불법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었으므로 국가가 손해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봉은사 측이 수십 년 동안 확인 조치를 하지 않은 점과 정부가 각 토지의 처분과 관련해 아무런 이득도 얻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 책임을 토지 시가의 80%로 제한했다.

앞서 봉은사는 1950년대 이뤄진 농지개혁사업 과정에서 정부가 사들였던 서울 강남구 일대 토지 가운데 793.4㎡(240평)를 돌려받지 못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정부는 농지로 이용할 땅을 매입한 뒤 경작자에게 분배되지 않은 땅은 원래 소유자에게 돌려줬다. 그러나 공무원 백모·김모씨는 봉은사 땅 793.4㎡를 봉은사가 아닌 조모씨의 이름으로 소유권이전 등기를 마쳤다. 이런 서류조작을 저지른 혐의가 인정돼 백씨와 김씨는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다.

봉은사는 재산을 되찾기 위해 명의상 땅의 소유권자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취득시효가 완성됐다는 사유로 2015년 1월 패소가 확정되기도 했다.

1996년 폐지된 농지개혁법은 농사를 짓지 않는 이로부터 땅을 사들여 실제 농사를 지을 이에게 땅을 나눠주기 위해 실시된 법안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매수한 농지 중 분배되지 않은 토지의 소유권은 원래 땅 주인에게 돌아간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