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인터넷이 사람들의 실생활에서 지식, 정보 등 유익한 내용들을 제공하면서 ‘댓글’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우리 사회에 일반화되기에 이르렀다. 인터넷을 통해 온라인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뉴스 기사나 게재되는 글 등을 읽은 독자들이 그 내용에 대해 다양하게 자신의 의견을 올리는 것이 일반화되면서 댓글문화가 자연스럽게 정착돼온 것이다. 이러한 댓글문화 정착은 사용자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다양한 대화를 통해 표현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으나, 고의적으로 사실을 왜곡하는 등으로 인해 많은 피해자들이 발생하기도 했다.

사이버 공간에서 떠도는 각종 기사나 댓글들이 사실에 입각해 유용한 정보와 지식 등을 담는,  좋은 의미로 잘 사용된다면 그보다 더 좋을 게 없겠다. 하지만 기사 또는 댓글이 가짜뉴스의 발원지가 돼 왜곡을 일삼고 상업화의 수단으로 고착되는 등 불법적 요소로 사용될 경우 사회적 혼란이나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는 ‘국정원 댓글’을 통해  이미 경험해온 터다. ‘국정원 댓글’ 사건이 법의 심판을 받아 끝나나 싶더니 이번에는 난데없이 민주당원인 김모(필명 드루킹)씨 댓글 조작 혐의가 우리 사회를 시끄럽게 만들고 있다. 

드루킹 사건을 보면서 의도성을 가진 개인 또는 집단의 악의적인 댓글이 얼마나 사회여론을 호도하면서 반(反)민주적인 것인가를 잘 알 수가 있다. 민주당원 김씨가 지난 대선이후 지금까지 해온 여론 조작 또는 악성 댓글(악플)로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자들이 많다. 대개가 정치인들이다. 알려진 바로는 그들이 경기도 파주에서 ‘느릅나무 출판사’ 간판을 걸고 서적을 출판하기는커녕 여러 대의 컴퓨터와 170여개가 되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조직적으로 여론조작을 해왔다는 것이다. 대선 때 특정 정치인을 지원한 정황이 속속들이 드러나는 가운데 그 공과를 빌미로 공직 자리를 요구하는 등 여당 정치 실세를 상대로 협박했다는 말도 들린다.

김씨를 비롯한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 회원 일당들이 검찰에 구속돼 현재 수사가 진행 중에 있지만 그들이 댓글로 여론을 조작해온 기술, 경험 등으로 미루어볼 때 일반인들은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여론 조작의 명수들로 보인다. 경찰이 김씨 일당이 여론을 조작해온 근거지인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압수해온 스마트폰 170여개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여론 조작에 쓰인 도구나 기술적인 문제가 상당 수준이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스마트폰 중 상당수는 이동통신사에 가입되지 않고 유심칩이 들어있지 않은 일명 ‘깡통’ 스마트폰이었다. 이 폰으로 컴퓨터와 연동해 껐다 켰다를 반복하면서 계속 바뀌게 되는 IP주소를 이용해 댓글 조작을 했다는 것인데, 이 방법으로 사용하면 마치 다른 장소에서 여러 사람이 댓글 추천을 한 것처럼 위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들은 “보안 USB를 받기 전까진 크롬 시크릿모드 창과 웹 텔레그램을 이용해 작업해야 한다”는 경공모 내부 매뉴얼을 작성해 보안 유지를 해왔다고 하니 사전 철저한 기획과 행동으로 범죄단체 못지않은 범행을 했던 것이다.

컴퓨터를 다루고 있는 일반인들이 도저히 알 수 없는 뛰어난 기술과 의도성을 가진 드루킹 일당이 조직적으로 대선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벌여온 프로급 여론 조작 범행들은 만천하에 밝혀져야 한다. 드루킹 일당 몇 명이 조직적으로 댓글을 조작하면서 마치 다른 장소에서 여러 사람이 댓글을 다는 것처럼 위장한 기술 등 내용과 범행이 드러난 이후 온라인상에서의 경공모 관련 사이트가 대부분 폐쇄되거나 비공개로 전환, 내부 게시물을 확인할 수 없는 상태라고 한다. 그런 수준이니 그들이 얼마나 조직적으로 여론 조작을 해왔는가를 상상할 수가 있다.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현재 국민여론이 들끓고 있다. 그들이 벌여온 여론 조작과 범행들을 샅샅이 뒤져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그들이 저지른 범행들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한국당, 바른미래당 등에서는 특검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청와대와 여당에서는 특검 반대에 나서고 있는 등 정치권이 이 문제를 둘러싸고 논쟁 중에 있다. 그 와중에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서 증명된 게 없다며 “지금 신춘문예 하느냐?”고 해서 구설에 오르고 있다. 

지난 18일 JTBC 뉴스룸에서 가진 4당 원내대표 긴급토론 자리에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드루킹 논란’에 대해 “어떤 사실도, 어떤 것도 증명된 게 없는데 지금 신춘문예 하느냐”고 말했다. 드루킹 일당의 범죄 행위가 범죄단체를 능가하는 교묘한 수법들이 경찰조사에서 밝혀진 마당에, 또 대선 과정에 의도적으로 간여한 조작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이때, 노 원내대표가 허구라 하면서 이 땅의 젊은 문학도들의 꿈밭인 ‘신춘문예’마저 비하하고 있으니 신춘문예 출신인 필자가 보기에도 딱할 정도다. 어쨌든 드루킹의 댓글 조작 의혹이 하나둘 실체를 드러내고 있으니 감싸기보다는 철저한 파헤침으로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것을 막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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