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봄이 찾아온 데 이어 한반도에서 화해의 봄기운이 감돌고 있다. 지난 2016년 2월 개성공단이 가동 중단되면서 끊겼던 판문점 연락 채널이 1년 11개월 만에 되살아난 것이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광명성4호) 발사에 대응해 박근혜 정부 시절 개성공단이 폐쇄됐고 그에 따라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판문점 연락 채널이 중단 사태를 맞았는데,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실무선에서 정상급에 이르는 다각적 연락 체계가 모두 갖추어지게 됐다. 

그간 남북 간 의사소통의 기본적 창구가 돼 왔던 판문점 연락 채널이 지난 1월 복원된 데 이어 서해와 동해지구에 군 통신선도 되살아났고, 국가정보원과 북한 통일전선부 사이에도 통신망이 구축된 상태다. 이에 더해 20일에는 남북 정상 간 ‘핫라인(Hot Line·직통전화)’이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과 북한 국무위원회에 설치돼 남북 실무 관계자들이 시험 통화를 성공리에 마치기도 했다. 아마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직접 통화는 27일 있을 남북정상회담 이전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청와대에 설치된 핫라인은 분단 70년 만에 처음으로 역사적인 평가를 받을 만한 일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8년, 남북정상회담을 기화로 국정원과 북한 노동당 통선부 사이에 직통전화가 설치됐고, 남북 정상 간 의사소통에 활용될 수 있었지만 실제로 정상 간 직접 통화가 이뤄진 적은 없었다. 이 핫라인은 노무현 정부에서도 남북 간 우발적 군사충돌 등의 완충 역할을 했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된 후 올해까지 불통상태로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때 김정일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특사의 방남을 계기로 핫라인이 복원되면서 청와대 여민관의 대통령 집무실 책상 위에 놓이게 됐고, 현안이 있을 경우 남북 정상 간 통화는 언제든 가능하도록 연락 체계가 완비된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성공적인 남북정상회담이다. 다가오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마무리돼서 앞으로 핫라인이 유용하게 사용되기를 바랄 뿐이다. 아무쪼록 핫라인이 남북 간 신뢰를 다지며 남북 화해를 촉진하는 상징물로서 존재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요긴하게 사용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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