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듣던 댓글 장사꾼의 실태가 드루킹 사태로 드러났다. 청와대와 여당은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주장하지만 지난 대선 때 드루킹과 여당이 공모한 정황이 여럿 나오고 있다. 드루킹 사태의 판을 키운 건 공룡포털 네이버의 댓글 배열 방식이다. 3년 전 네이버가 공감과 비공감 중 많은 쪽이 상단에 노출되는 식으로 댓글 정렬 방식을 바꾸면서 본격적으로 야기됐다. 같은 명령을 반복수행하는 매크로 시스템도 이때부터 여론조작에 동원됐다. 결국 매크로를 통한 댓글 조작이 네이버에 그대로 여과 없이 반영된다는 것이 문제인 셈이다. 한국에선 네티즌의 70% 이상이 네이버를 통해 뉴스를 공급받고 뉴스가치를 평가한다. 뉴스가치를 판단하는 데 크게 영향을 끼치는 것이 바로 댓글이다. 네이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네이버는 댓글 조작과 같이 포털로 인해 양산되는 각종 문제에 책임을 느끼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조사과정에서 드루킹 지지자들이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 턱밑까지 올라온 안철수 후보에 ‘이명박 아바타’라는 악성댓글을 퍼트려 낙마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내용도 나왔다. 이는 곧 있을 6.13 지방선거전 관리 감독에도 참고해야 할 내용이다. 선거전뿐 아니라 특정 이슈가 터졌을 때도 네이버가 댓글 집단의 난장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루트가 되고 있다는 경고는 이미 있어왔다. 그간 의혹만 있을 뿐 증거가 뚜렷하게 발견되지 않았지만, 이젠 네이버가 댓글조작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이유가 분명해졌다. 무엇보다 포털 스스로 재발방지를 위해 댓글 배열시스템을 조속히 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언론 위의 언론으로 군림하는 대한민국 공룡포털의 현실을 감안해 포털이 댓글조작을 차단하도록 강제하는 제도적 장치도 검토돼야 할 것이다. 

더불어 책임질 수 없는 글이라면 애초에 쓰지 않도록 댓글 실명제를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표현의 자유만큼이나 인격권 보호와 여론조작 차단도 중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시대가 바뀌었고, 악플이나 댓글조작을 통한 폐해를 생각한다면 댓글 실명제를 막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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