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형 (사)동아시아평화문제연구소 소장

 

2000년 김대중 정부와 2007년 노무현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는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4일 앞두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정부는 비핵화, 평화정착, 남북관계 진전의 세 가지 의제를 북측에 제의한다고 한다. 아마도 이들 주제는 남북한이 사전에 조율했을 것이다. 

이 중에서 비핵화 논의는 1990년대 초부터 북미 간에 진행돼 왔는데, 주요 합의로는 1994년 제네바합의, 2005년 9.19공동성명 등이 있다. 이들 합의는 모두 중도에 파기됐는데, 북측의 규정위반이 주원인이었으나 미국의 정책 일관성 결여도 문제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과거 북·미 간 합의는 서로 속이고 속은 면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제네바합의에서 미국은 3개월 내 북미수교협상을 하기로 한 약속을 어겼으며, 경수로 건설을 위한 단계별 검증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북한도 파키스탄의 칸 박사와 접촉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속도를 냈다는 것이다. 9.19공동성명의 경우도 시행에 들어가기 전에 미국 재무부가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계좌를 동결했던 것이 성명 파기의 원인이 됐다. 결국 쌍방 모두 진정성이 결여돼 합의가 무산됐고,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계속할 수 있었다. 

이번 회담의 첫 번째 주제인 비핵화에 대해서는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하고 핵실험장을 폐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함으로써 회담 전에 선물을 하나 건네준 셈이다. 북한이 ‘점진적·단계적 비핵화’를 염두에 두고 준비한 선물일 확률이 높다. 비핵화는 한·미가 공동대응 해야 할 문제이므로 두 나라가 공조체제를 유지하면 된다. 

두 번째 주제인 평화정착 문제는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것으로 현재 상황이 많이 좋아졌다고 볼 수 있다. 휴전협정 당사국인 미국, 중국, 북한이 평화협정 채결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 북한도 과거에 전제조건으로 주장했던 주한미군 철수를 더 이상 고집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록 우리나라는 휴전협정 서명에 참가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평화협정이 체결될 경우 휴전협정 당사국들과 함께 공동서명 국가에 반드시 참여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외교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세 번째 주제인 남북관계 진전에 대해서는 문재인 대통령도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현안에 대해 어떤 선물을 준비할 것인지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남북관계 진전 문제는 사실 남북 간 우리의 민족적 문제지만 현재 북한이 유엔의 고강도 제재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의 재량권이 그만큼 제한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파격적으로 비핵화 의지를 보였으므로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차제에 유엔 제재의 단계적 유보도 검토할 수 있다는 견해를 이번 정상회담 전에 밝혀 문재인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한민족이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로 가는 첫걸음이 될 수 있도록 국민 모두가 지혜를 모아 성원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이번 회담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의 정례화를 실현시켜 과거처럼 합의가 유명무실화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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