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이 되며 가까운 산을 찾는 등산객이 늘어나면서 국립공원 내 사찰 문화재관람료를 둘러싼 논쟁도 다시 가열되고 있다. 사찰 땅을 밟거나 경내의 문화재를 관람하지 않는 등산객 등 일반 시민들이 문화재구역 입장료 문제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다. 사진은 송광사 전경. (출처: 송광사)
봄철이 되면서 국립공원 내 사찰 문화재관람료를 둘러싼 논쟁도 다시 가열되고 있다. 사찰 땅을 밟거나 경내의 문화재를 관람하지 않는 등산객 등 일반 시민들이 문화재구역 입장료 문제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다. 사진은 송광사 전경. (출처: 송광사)

‘강제징수 막아달라’ 청와대 국민청원 잇따라
조계종 “문화재관리 힘쓴 사찰 노력 외면 안돼”
법주사·범어사-지자체 상생협력 민원해소 사례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봄철 등산객이 늘어나면서 국립공원 내 사찰 문화재관람료를 둘러싼 논쟁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사찰에 가지도 않는데도 문화재구역 입장료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관람료 징수 논란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문화재관람료를 사찰 입구에서 받게 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줄을 잇는 가운데 4월 현재까지 관련 청원만 무려 25건에 이르고 있다.

국민청원을 추진하는 종교투명성센터 김집중 사무총장은 “국립공원에 있는 많은 사찰은 문화재관람료 징수에 대한 세부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국립공원 등산로 입구에서 길을 막고 매표소를 설치해 일반 등산객들에게까지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종교투명성센터를 비롯한 24개 시민단체와 산악연맹 등이 국민청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집중 사무총장은 “모든 국민은 세금으로 관리되는 국립공원을 자유롭게 통행할 권리가 있다”며 “등산객에게 문화재관람료를 강요하는 지금의 방식은 크게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한 해 얼마나 되는 관람료가 걷히고, 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도 불투명하다”며 “징수 목적과 방식, 용도 등을 법제화하는 게 시급하고, 거둬들인 돈의 쓰임새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문화재 보호법 49조는 문화재 소유자가 시설을 공개할 경우 관람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놨다. 국립공원 내 문화재(국보, 보물, 자료, 기념물 등)를 보유하는 사찰들은 지난 1960년 초부터 문화재 유지·보수를 위한 최소한의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관람료를 받고 있다. 현재 관람료를 받는 사찰은 64개 사찰이다. 관람료로 적게는 1000원에서 많게는 5000원까지 받는 곳도 있다.

수년 전부터 문화재관람료 문제를 지적해온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 소장은 “사찰 문화재를 관람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문화재관람료를 강제 징수하는 것은 공원을 찾는 이들에게 큰 부담을 지우는 것”이며 “이는 문화적인 삶을 영위할 권리와 재산권에 대한 침해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황 소장은 불교계가 한 해 약 400억원에 이르는 문화재관람료 사용내역을 자세히 밝히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또 전통사찰보존법(매년 60억원 이상), 템플스테이 지원(매년 수십억원) 등 막대한 예산이 지원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국민들의 원성을 사면서까지 강제 징수하는 것은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며 “관람료 매표소를 사찰 근처로 위치를 변경하는 것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불교계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조계종 등 불교계에선 관람료 수입의 절반은 평소 문화재를 유지·보수하는 데 쓰이고, 나머지는 큰돈이 들어갈 일에 대비해 보관 중이라 얘기하고 있다.

조계종 측은 문화재 보수를 위해 사찰도 20% 안팎의 자기부담금을 낸다고 밝혔다. 이들은 관람료 논란을 의식하면서도 사찰 문화재 유지·관리를 위해 애쓰는 불교계의 노력을 외면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총무원장 설정스님은 올해 1월말 “외국 사례와 비교해서 국민들이 인식을 전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관람료 문제를 해결하고 나선 사찰과 지방자치단체도 있다. 충북 보은 속리산 법주사는 올해부터 보은군민에게 관람료(4000원)를 면제하고 있다. 보은군과 법주사는 지난해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법주사 측은 “종전 사찰 주변 주민에게 적용하던 혜택을 군민 전체로 확대했다”며 “보은군에선 전통문화 발굴과 속리산 관광 활성화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부산 범어사도 2008년부터 관람료(1000원)를 폐지했다. 부산시는 한해 3억원의 문화재 보호관리비를 보조금 형태로 지원하고 있다. 관람료 폐지 이후 시민들의 민원이 상당부분 해소됐으며, 사찰 방문객도 늘어났다.

문화재관람료 문제에 따른 소모적 논쟁을 해결하기 위한 불교계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정부와 지자체, 사찰 등이 해법찾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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