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 뉴시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를 파기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란 정부도 ‘핵활동 재개’ 카드를 들고 반격에 나섰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핵합의(JCPOA, 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파기하는 상황을 대비해 모든 시나리오를 준비하라고 원자력청에 지시했다고 21일(현지시간) 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을 방문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도 전날 “우리는 (미국의 핵합의 파기에 대응해) 많은 옵션이 있다”면서 “그 가운데는 매우 빠르게 우리의 핵 프로그램 활동을 재개하는 방안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란은 최근 자신이 먼저 핵합의를 탈퇴하지 않겠지만 미국이 파기하면 이틀 안으로 농도 20%의 농축우라늄을 생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농도 20%의 농축우라늄은 핵무기를 바로 만들 수 있는 농도(90%)보다는 농축도가 낮지만, 발전용 우라늄 연료(4∼5%)보다는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핵합의 이전 이란은 농도 20%의 고농축 우라늄을 보유했으나 2015년 7월 핵합의 타결로 이를 희석하거나 천연 우라늄과 교환했다.

이미 이란 정부는 핵합의가 파기되고 이란 제재가 재개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해 자력 갱생을 도모하고 있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 재부과는 이란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원유·천연가스 수출이 다시 제약 받는다는 의미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동시 제재해 이란 경제에 큰 타격을 줬던 2012년과 같은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인 지난 2015년 7월 14일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독일 등 6개국은 이란과 JCPOA를 체결했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 중단을 대가로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푸는 게 골자다.

미국 행정부는 JCPOA 타결 이후 제정된 코커-카딘법에 따라120일마다 JCPOA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다음 시한은 오는 5월 12일이다.

CNBC뉴스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자문 전략가 10명 중 대다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JCPOA 협정을 파기하고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재개할 것으로 전망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 컨설팅그룹인 ‘팩트 글로벌 에너지(FGE)’의 페레이던 페샤라키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JCPOA를 파기할 가능성은 90%”라고 봤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JCPOA를 “미국 역사상 최악의 거래이자 가장 한쪽으로 치우친 거래였다”라고 비난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제재가 추가되지 않으면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하겠다고 공언했다.

골드만삭스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특히 최근 대 이란 강경파인 마이크 폼페이오와 존 볼턴을 각각 국무장관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으로 지명한 점을 지적하면서 대 이란 경제 제재의 재개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미국을 제외한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핵협정 당사국들은 핵협상을 유지하길 원하는 입장이다. 지난 20일 독일, 프랑스, 영국 의원 500여명은 “이란 핵협정을 파기하면 우리 국가들이 한 어떤 약속이나 경고의 가치도 약화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협정 잔류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오는 24일과 27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각각 미국을 방문한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통해 ‘핵합의 파기’ 결정을 철회하라고 설득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