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손 없는 색시’ 연습장면. (제공: 남산예술센터, 예술무대산)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22
연극 ‘손 없는 색시’ 연습장면. (제공: 남산예술센터, 예술무대산)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22

설화로 내려오는 ‘손 없는 색시’ 이야기 각색

“진정한 회복이란 상처 인정하고 견뎌내는 것”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인형을 사용해 인간의 슬픔을 들여다보고 상처 회복의 의미를 생각하는 연극이 관객을 만난다. 연극 ‘손 없는 색시’가 오는 26일부터 5월 7일까지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된다.

연극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러시아·유럽 등 세계 전역에 퍼져있는 ‘손 없는 색시’ 설화와 민담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기존 설화는 계모의 모함으로 양손을 잃은 여인이 우물에 떨어지는 아이를 구하는 순간 양손이 되살아난다는 내용이다.

이번 연극의 대본을 담당한 경민선 작가는 여인의 손이 스스로 떨어져 나간 것으로 이야기를 각색했다.

연극의 내용은 이렇다. ‘색시’는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슬픔 때문에 늘 자신의 아픈 가슴을 손으로 쓸어내린다. 어느 날 색시의 손은 더 이상 그의 아픈 가슴을 만지기 싫다며, 스스로 떨어져 나와 떠난다. 극심한 고통에 색시가 목을 매는 순간 태중의 ‘아이’가 태어난다.

연극 ‘손 없는 색시’ 연습장면. (제공: 남산예술센터, 예술무대산)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22
연극 ‘손 없는 색시’ 연습장면. (제공: 남산예술센터, 예술무대산)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22

어미의 슬픔을 품고 태어난 갓난아이는 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아이는 자신에게 수의를 지어줄 손을 찾으러 우물에 가자고 제안하고, 아이와 어미는 손을 찾아 길을 떠난다. 우물에 도착해 물을 마시려던 순간 아이는 우물에 빠지고, 손이 없는 색시는 아들을 잡을 수 없다. 그때 잃어버렸던 색시의 손이 나타나서 아들을 구하고, 아들은 갓난아이의 모습으로 어머니의 품에 되돌아온다.

떨어진 색시의 손은 원래 자리로 돌아가지 못한다. 색시의 손이 떨어진 부위가 이미 아물어 손을 붙이려 해도 붙일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색시의 손은 노인으로 태어난 아이와 합쳐진다.

경민선 작가는 “이전의 삶으로 완벽한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상처 회복이란 원상태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그 문제와 상처를 기꺼이 인정하고 견뎌내는 것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경 작가의 상상을 무대 위에서 표현해주는 주인공은 바로 인형이다. 배우들은 인형을 사용해 연기한다. 또 자신들의 몸을 세트·소품으로 활용하는 등 새로운 형식의 공연을 펼친다.

연극 ‘손 없는 색시’ 연습장면. (제공: 남산예술센터, 예술무대산)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22
연극 ‘손 없는 색시’ 연습장면. (제공: 남산예술센터, 예술무대산)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22

이번 작품의 연출을 맡은 조현산 연출과 제작진은 “인형의 표정은 단 하나뿐이라 인형극을 보는 것은 마치 은유가 장착된 시를 읽는 것과 같다”며 “단 하나의 표정 속에서 그 안에 숨어 있는 숱한 감정과 상념을 관객 스스로 상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시대는 스스로와 타인의 슬픔을 쉽게 외면하는데, 인형의 숨은 표정을 상상하는 여정을 통해 ‘공감하기’에 대해 돌아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극 ‘손 없는 색시’ 포스터. (제공: 남산예술센터, 예술무대산)
연극 ‘손 없는 색시’ 포스터. (제공: 남산예술센터, 예술무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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