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결정을 채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1일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당 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김정은 모습. (출처: 연합뉴스)
북한이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결정을 채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1일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당 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김정은 모습. (출처: 연합뉴스)

“北비핵화 진전” vs “핵포기 아냐”

[천지일보=이솜 기자] 북한의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 발표를 둘러싸고 서방 전문가들의 분석도 쏟아지고 있다. 여러 분석 가운데서는 북한이 한반도 평화를 향해 노력할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북한이 이미 보유 중인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폐기한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섣부른 판단을 경계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소재 군축협회의 대릴 킴벌 회장은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핵실험장을 폐쇄하겠다고 약속했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매우 의미 있는 약속이다. 미국과 다른 나라들은 북한으로부터 이에 대한 확약을 받아내야 한다. 북한이 유엔의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에 서명하고 비준하도록 해야 한다.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의 방문 사찰도 받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워싱턴에서 활동하고 있는 위성사진 분석 전문가인 스콧 래포이(Scott LaFoy)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발표를 구체적인 약속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복잡한 협상의 시작으로 바라보면 된다”고 했다. 그는 “이는 군축협상과 궁극적인 비핵화를 향한 매우 긍정적인 첫 걸음이다. 그러나 이제까지 북한과의 협상에서 보아 온 것처럼 모든 긍정적인 첫 걸음은 쉽게 뒤집힐 수도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긍정적인 평가와 다르게 반대적인 의견의 분석 내용도 나왔다.

미들버리 국제문제연구소(MIIS)의 캐서린 딜(Catherine Dill) 선임 연구원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핵 및 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겠다는 약속은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해체하는 것과 같은 수 없다. 북한은 이번 발표는 이미 보유중인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충분히 신뢰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북한 군사문제 전문가 조지프 버뮤데즈(Joseph S. Bermudez Jr.) 38노스 선임 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국제적인 미디어 게임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잘하고 있다. 북한은 지금 스스로 발전적이고 긍정적인 집단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만일 북미정상회담이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경우 그 책임을 미국에 지우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미 펜실베이니아대학의 북한 전문가인 벤자민 실버스타인(Benjamin Silberstein)은 WP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이번 발표에서 핵무기를 포기할 의지를 조금도 보여주지 않았다. 거꾸로 그 메시지의 톤은 자신감과 힘에 차있다”라고 말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정치학 교수인 비핀 나랑(Vipin Narang)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장을 폐쇄하더라도 위성발사 실험을 한다는 구실로 여전히 미사일 실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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