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人을만나다] 산들바람 같은 연극 선보이는 낫심 술리만푸어
[공연人을만나다] 산들바람 같은 연극 선보이는 낫심 술리만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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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유용주 객원기자] 이란 출신 극작가 낫심 술리만푸어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열린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7
[천지일보=유용주 객원기자] 이란 출신 극작가 낫심 술리만푸어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열린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7 

언어·소통 다룬 즉흥극 ‘낫심’ 집필

인생처럼 리허설 없는 공연 추구

“이타주의자는 불사조 같은 사람”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낫심의 뜻은 산들바람이에요. 공연 이름을 왜 산들바람으로 했는지 공연을 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란 출신의 극작가 낫심 술리만푸어(38)는 지금 대한민국 서울 중심부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공연 ‘낫심’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연극 ‘낫심’은 그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바람처럼 자유로움을 지향하는 즉흥극이다. 공연마다 작품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한 배우가 무대에 오르고, 배우들은 대본의 지시에 따라 연기를 펼친다.

‘낫심’은 티켓 오픈 전부터 파격적인 형식의 공연이라는 점과 고수희, 구교환, 권해효, 한예리, 김선영, 문소리, 유준상, 우미화 등 내로라하는 배우 21명이 참여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관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천지일보는 최근 ‘두산인문극장 2018: 이타주의자’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낫심 술리만푸어 작가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만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낫심 술리만푸어 작가와 일문일답.

[천지일보=유용주 객원기자] 이란 출신 극작가 낫심 술리만푸어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열린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7
[천지일보=유용주 객원기자] 이란 출신 극작가 낫심 술리만푸어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열린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7

-전작 ‘하얀토끼 빨간토끼’ 이후 ‘블랭크’ 등 다시 즉흥극을 발표했다. 후속작 ‘쿡북’도 즉흥극과 비슷하다고 알고 있는데, 계속해서 즉흥극을 무대에 올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질문을 던지는 걸 좋아하는데, 지금껏 내가 쓴 작품들은 다 연극의 형식에 질문을 던지는 공연이다. 마치 도미노처럼 형식에 대한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 질문들을 따르다 보니 지금과 같은 형식의 작품을 만드는 여정을 시작하게 됐다.

즉흥극에 관해서는 스포츠 경기를 예로 들어 설명할 수 있다. 스포츠 경기에서 느껴지는 강렬함이 연습을 통해서 나오는 게 아니다. 인생도 마찬가지로 연습이라는 게 없다. 나는 내 작품이 조금 더 삶에 가까운 모습을 그려내길 바란다.

-공연명을 본인의 이름인 ‘낫심’으로 한 이유가 있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작품에 담은 것인지 궁금하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번째는 단어의 의미인 ‘산들바람’과 관련 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공연 중에 나온다.

두번째는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달라지는 단어의 개념·느낌 등을 표현하고 싶었다. 이란어로 내 이름은 ‘نسیم ’이라고 쓴다. 내가 이란에서 생활할 때 ‘나’를 생각하라고 하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적히는 이 모양과 발음이 떠올랐다. 그런데 지금 독일에서 생활하고 영어를 사용하다 보니 ‘나’를 생각하라고 하면 머릿속에 내 이름의 영어식 표기법인 ‘Nassim’과 영어 발음이 떠오른다. 그리고 한국에 와서 한글을 배운 이후 ‘낫심’으로 생각하게 됐다. 스스로를 생각하는 개념이 바뀐 것이다.

이름은 다분히 개인적 영역이다. 이름 하나도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개념과 느낌이 달라진다. 이를 보면 세상을 인지하는 방식과 생각하는 방향이 사용언어에 따라 달라질 거로 생각했다.

‘낫심’이 내 개인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면, 일반적인 이야기와 많이 다르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개인의 이야기는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이해하는 하나의 문이 된다고 생각한다. ‘낫심’은 독일에 이민 가서 독일어를 배우려고 애쓰는 한국인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천지일보=유용주 객원기자] 이란 출신 극작가 낫심 술리만푸어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열린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참석해 제스쳐를 취하며 답변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7
[천지일보=유용주 객원기자] 이란 출신 극작가 낫심 술리만푸어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열린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참석해 제스쳐를 취하며 답변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7

-이번 공연은 ‘언어’와 ‘소통’에 집중했다. 이 두 가지에 집중한 이유는 무엇인가.

축구선수에게 왜 공에 집착하느냐고 묻는가. 마찬가지로 글을 다루는 작가는 언어·소통에 집착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세상 모든 언어가 이란어나 영어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나라 말에도 관심이 갔다. 이번 한국 공연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면 나는 우리 아파트를 한국어로 ‘집’이라고 부를 것이다.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언어가 불러일으키는 새로운 감정·감각이 있기 때문이다.

또 인간과 동물의 다른 점은 언어 사용과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동의하든 안 하든 현대 세상은 언어를 바탕으로 세워졌다. 만약 언어·소통이 부재했다면 사람들은 총과 칼을 들고 서로 싸우는 데 혈안이 될 것이다. 그래서 언어라는 주제가 상당히 중요하다.

-두산아트센터가 ‘이타주의자’를 주제로 ‘어떻게 이웃과 함께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공연·강연·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작가가 생각하는 이타주의는 무엇인가? 또 본 공연 ‘낫심’은 어떤 지점에서 두산인문극장 주제와 연결돼 있다고 생각하는가.

사실 한국에 오기 전까지 이타주의(altruism)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 단어의 뜻을 배우고 난 후 ‘내 작품이 이 주제와 어떻게 연결되는 걸까’ 생각했다.

고민해보니 이타주의자는 불사조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몸을 다 태워서 재가 됐지만, 결국 새로운 형태로 다시 태어나는 것. 그게 이타주의자 같다. 그러고 보면 매일 밤 무대에 서서 내 작품을 읽어주는 배우들도 이타주의자라고 할 수 있겠다.

[천지일보=유용주 객원기자] 이란 출신 극작가 낫심 술리만푸어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열린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참석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7
[천지일보=유용주 객원기자] 이란 출신 극작가 낫심 술리만푸어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열린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참석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7

-즉흥성을 보여 주기 위해 대본 구성에도 신경을 많이 쓸 것 같다. 초고가 2000여장이었는데 456쪽으로 줄였다고 알고 있다. 무대에 올리지 못해 아쉬운 장면은 없는가.

물론 아쉬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글을 쓰는 행위는 삭제하는 것과 같다’고 강조하고 싶다. 어떤 좋은 작품이든 초고는 엉망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안목을 가지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파악한 후 수정·삭제해야 한다. 때로는 무대에 오른 공연을 보다가 ‘이 부분에서 이 장면이 연출돼야 하는데 안 나오네? 아, 내가 지웠었지’하고 깨닫는 경우도 있다.

또 하나의 예시를 들면, 미사일이 달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부품을 떼야 한다. 그 부품들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미사일은 계속 지구에 남아있을 거고 목표 지점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작품 집필도, 그리고 인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처음과 달리 변화되는 부분이 꼭 필요하다.

[천지일보=유용주 객원기자] 이란 출신 극작가 낫심 술리만푸어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열린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참석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7
[천지일보=유용주 객원기자] 이란 출신 극작가 낫심 술리만푸어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열린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참석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7

-마지막으로 ‘낫심’ 공연을 본 전 세계 관객이 어떤 느낌을 받고 돌아갔으면 하는가.

그걸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면 70분간 공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웃음). 다만 관객들이 공연을 보기 전과 후에 변화를 느꼈으면 좋겠다. 어떤 형태의 변화를 느끼는지는 각자 다르겠지만, 조금 더 부드럽고 친절하며 따뜻해졌으면 한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친구처럼 느낀다거나, 서로 공유하고 있는 문화와 언어를 소중한 보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낫심’ 대본에는 나이·성별·외형적 특징 등 배우를 한정하는 수식어가 없다. 무대에 오르는 배우는 한국인일 수도 있고 흑인일 수도 있다. 여자일 수도 있고 남자일 수도 있다. 어쩌면 전문 배우보다 관객 중 한명이 극을 훨씬 잘 이끌어 갈 수도 있다. 나는 이 세상에 사는 모든 사람이 다 똑같다고 생각한다. 특정 배우를 염두에 두지 않은 이 공연(대본)이 일종의 선언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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