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지윤 기자] 사람은 자신들이 완전하지 않다는 데 수긍한다. 불완전함을 보완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은 어떠한 대상을 믿는다. 우리는 이를 ‘종교’라고 하며 종교에서 근본 되는 주인을 신이라 말한다. 수천 년 전부터 종교는 역사의 중심이었다. 십자군전쟁, 위그노전쟁 등 전쟁의 원인이 되기도 했던 종교는 현대에 와서도 무슬림 대 로마 가톨릭 및 개신교 등 갈등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사실들을 미루어 볼 때 신앙인들에게 종교란 절대적 신념과도 같다.
하지만 지구촌 60억 인구 모두가 신을 믿는 것은 아니다. 그 대표적인 주자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기호학자이자 소설가인 움베르토 에코다. 그는 현대 지성인의 표본으로서 전 세계적으로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그는 <무엇을 믿을 것인가>에서 인문학적 논리로 가톨릭을 바라보고, 풀리지 않는 궁금증을 카를로 마리아 마르티니 추기경에게 묻는다. 가톨릭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 비신앙인 지성인과 종교의 길을 걸어가는 추기경 간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셈이다.
제목부터 책을 꼽아 든 독자들에게 생각을 하게끔 한다. 종교가 있는 자들은 자신이 믿는 신을 단번에 말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갸우뚱 한다. 움베르토 에코가 3번의 질문에 1번의 답변을, 마르티니 추기경이 3번의 답변과 1번의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제는 크게 ‘세계의 종말’ ‘인간 생명’ ‘교회에서 바라보는 남자와 여자’ ‘비신앙인은 어디에서 윤리를 찾는가’로 비신앙인과 신앙인의 대화다.
가령 에코가 첫 번째 주제 종말관에서 신앙인들과 비신앙인들이 공유할 수 있는 희망의 개념이 존재하는지를 묻는다. 편지를 주고받았을 당시(1995년) 세기말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그는 지극히 당연한 질문을 던진 셈이다. 신앙인과 비신앙인들이 함께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과연 존재하는지에 대한 문제다. 마르티니 추기경은 고결한 가치를 위해 어떤 식으로든 있을 것이라고 답한다. 하지만 그 가치가 무엇이고 어떠한 모습인지에 대해 구체적이지 않다.
외골수처럼 자신의 입장이 옳다고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가치관을 인정하면서 토론한다. 하지만 맨 끝장을 덮는 순간에도 결론은 나지 않았다. 다만 형이상학적인 두 사람의 글에는 문제에 대한 실재는 없지만 독자들에게 생각할 여운을 준다. 그래서 우리는 묻는다. 무엇을 믿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