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움베르토 에코
움베르토 에코&카를로 마리아 마르티니 지음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사람은 자신들이 완전하지 않다는 데 수긍한다. 불완전함을 보완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은 어떠한 대상을 믿는다. 우리는 이를 ‘종교’라고 하며 종교에서 근본 되는 주인을 신이라 말한다. 수천 년 전부터 종교는 역사의 중심이었다. 십자군전쟁, 위그노전쟁 등 전쟁의 원인이 되기도 했던 종교는 현대에 와서도 무슬림 대 로마 가톨릭 및 개신교 등 갈등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사실들을 미루어 볼 때 신앙인들에게 종교란 절대적 신념과도 같다.

하지만 지구촌 60억 인구 모두가 신을 믿는 것은 아니다. 그 대표적인 주자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기호학자이자 소설가인 움베르토 에코다. 그는 현대 지성인의 표본으로서 전 세계적으로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그는 <무엇을 믿을 것인가>에서 인문학적 논리로 가톨릭을 바라보고, 풀리지 않는 궁금증을 카를로 마리아 마르티니 추기경에게 묻는다. 가톨릭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 비신앙인 지성인과 종교의 길을 걸어가는 추기경 간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셈이다.

제목부터 책을 꼽아 든 독자들에게 생각을 하게끔 한다. 종교가 있는 자들은 자신이 믿는 신을 단번에 말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갸우뚱 한다. 움베르토 에코가 3번의 질문에 1번의 답변을, 마르티니 추기경이 3번의 답변과 1번의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 카를로 마리아 마르티니 추기경
주제는 크게 ‘세계의 종말’ ‘인간 생명’ ‘교회에서 바라보는 남자와 여자’ ‘비신앙인은 어디에서 윤리를 찾는가’로 비신앙인과 신앙인의 대화다.

가령 에코가 첫 번째 주제 종말관에서 신앙인들과 비신앙인들이 공유할 수 있는 희망의 개념이 존재하는지를 묻는다. 편지를 주고받았을 당시(1995년) 세기말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그는 지극히 당연한 질문을 던진 셈이다. 신앙인과 비신앙인들이 함께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과연 존재하는지에 대한 문제다. 마르티니 추기경은 고결한 가치를 위해 어떤 식으로든 있을 것이라고 답한다. 하지만 그 가치가 무엇이고 어떠한 모습인지에 대해 구체적이지 않다.

외골수처럼 자신의 입장이 옳다고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가치관을 인정하면서 토론한다. 하지만 맨 끝장을 덮는 순간에도 결론은 나지 않았다. 다만 형이상학적인 두 사람의 글에는 문제에 대한 실재는 없지만 독자들에게 생각할 여운을 준다. 그래서 우리는 묻는다. 무엇을 믿을 것인가.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