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대여 강경투쟁을 강화하고 있다. 이름도 낯선 ‘대한민국 헌정수호 투쟁본부’를 발족하고 천막 농성에 들어간 지 벌써 나흘째이다. 19일에는 서울지방경찰청을 찾아 장외 의원총회를 열고 경찰의 소극적인 수사태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도 가졌다. 원내 제1야당으로서의 강경투쟁인 만큼 다분히 전략적 판단이 앞섰을 것이다. 안으로는 홍준표 대표 중심으로 대여투쟁 전선을 더 확고히 하고 밖으로는 제1야당의 존재감을 부각시킴으로써 6.13 지방선거에서 유리한 정치지형을 만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물론 자유한국당이 천막 농성에 들어간 명분은 이해할 수 있다. 최근 ‘드루킹’ 김모씨의 댓글조작 사건은 그 자체부터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을 의심케 하는 측면이 강하다. 지난 정권에서의 국정원 댓글 조작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분노했던가. 그런데 바로 그 시점에서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을 성토하던 그들이 비록 당원 중 일부라고 하더라도 문재인 대통령을 위해 그들도 댓글 조작을 했다면 이는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를 한 것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경찰 수사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불만과 분노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수사를 정말 하는 것인지 묻고 싶을 정도로 경찰의 태도는 답답하다 못해 안타깝다. 벌써 몇 달째 무엇을 했는지, 계좌추적이나 제대로 하고 있는지 그리고 압수수색까지 해서 확보한 그 많은 휴대폰들은 다 어떻게 했는지를 생각하면 실망부터 앞선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과 검찰 수사로 시간만 허비할 것이 아니라 ‘특검 수사’로 가야 한다는 자유한국당의 목소리는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명색이 제1야당이 아닌가. 국회에 제출한 특검법의 내용을 설명하면서 다른 정당과 힘을 모으고 국민여론에 호소하는 것이 먼저이다. 국민도 이제는 ‘드루킹 일당’이 지난 대선 때 무슨 일을 했는지, 그들이 여권과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그렇다면 더 자세한 내막을 국회 차원에서 대응하고 각종 자료와 증거 등을 확보하는 일이 우선이다. 그래야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민심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국회를 ‘보이콧’ 한다는 등의 발언을 하면서 ‘천막 농성’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은 무슨 셈법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지금 시급한 현안이 드루킹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더욱이 일주일 후면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그 때도 천막 농성을 하면서 국회를 외면할 것인가. 드루킹에 실망한 민심이 그대로 천막 농성장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보통 착각이 아니다. 자유한국당은 하루빨리 천막을 걷어내고 국회로 들어가서 정정당당하게 여론조작의 실체를 규명하면서 특검 수사를 위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지금 드루킹이나 천막 농성, 국민은 이런 구태에 이미 지칠 대로 지쳐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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