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울 카스트로(왼쪽)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2014년 12월 20일 아바나에서 미겔 디아스카넬 수석 부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디아스카넬은 18일(현지시간) 새 국가평의회 의장으로 선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뉴시스)
라울 카스트로(왼쪽)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2014년 12월 20일 아바나에서 미겔 디아스카넬 수석 부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디아스카넬은 18일(현지시간) 새 국가평의회 의장으로 선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뉴시스)

‘혁명 후 세대’ 집권… 라울, 막후서 ‘그림자 정치’ 할듯

[천지일보=이솜 기자] 쿠바의 ‘포스트 카스트로’ 시대가 개막했다. 1959년 쿠바 혁명 이후 처음으로 ‘카스트로’라는 성을 쓰지 않는 지도자가 탄생하고 ‘혁명 후 세대’가 집권한다.

18일(현지시간) 쿠바 국회격인 전국인민권력회는 라울 카스트로(86) 국가평의회 의장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미겔 디아스카넬(57) 국가평의회 수석 부의장을 단독 추대했다. 국가평의회 의장은 국가수반 격으로, 이번 의장 선출 의회는 이틀간의 일정으로 열렸다.

지난달 선출된 인민권력회 의원 605명은 이날 오후에 비밀 투표를 실시해 라울 현 의장의 후임자로 디아스카넬을 인준한다. 또 국가 최고 통치기구인 국가평의회 의원 31명, 국가평의회 부의장 5명, 수석부의장 5명 등도 선출한다. 라울 현 의장은 국가평의회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고, 새 수석부의장 후보로는 살바도르 발데스 메사가 올랐다.

공산당기관지 그란마에 따르면, 최종 투표 결과는 19일 공식 발표된다. 하지만 투표는 요식절차로 알려졌다. 이에 사실상 디아스카넬이 새 쿠바 국가수반으로 선출될 것으로 보인다.

라울의 퇴진은 카스트로 통치시대가 저물었음을 의미한다. 쿠바에서 59년 만에 카스트로 성을 쓰지 않는 첫 국가수반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라울은 지난 12년간 국가수반 역할을 해왔고, 1959년 혁명 이후 47년 만에 권좌에서 물러난 피델 카스트로(2016년 사망) 전 의장으로부터 의장직을 임시로 물려받았다. 이후 2008년 공식적으로 의장으로 선출됐고, 2011년엔 총서기로 선출돼 권력 최고 정점에 올랐다.

라울은 퇴진 이후에도 국민·군부의 지지를 받아 ‘그림자 정치’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라울이 퇴진하지만 2021년까지 공산당 총서기직을 맡기 때문이다. 새 의장이 일상적인 결정을 내리겠지만 라울이 막후에서 정책 등에 있어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에 새 의장으로 단독 추대된 디아스카넬은 지난 5년간 라울 의장 곁에서 오른팔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디아스카넬은 개혁·개방에 긍정적이며 실용주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1959년 쿠바 혁명 이듬해인 1960년 태어난 그는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교수로 재직하다가 33세 때인 1993년 공산당에 가입했다. 이후 2009년 고등교육부 장관, 2013년 국가평의회 수석부의장에 선출됐다.

전통적 우방인 베네수엘라의 경제난으로 쿠바 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있고, 미국의 여행 제한 조치 등으로 관광산업도 위축된 가운데, 새 의장으로 추대된 디아스카넬의 대미 관계 회복 등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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