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젊음의 행진’서 ‘오영심’으로 분하고 있는 배우 신보라. (제공: ㈜PMC프러덕션)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9
뮤지컬 ‘젊음의 행진’서 ‘오영심’으로 분하고 있는 배우 신보라. (제공: ㈜PMC프러덕션)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9

뮤지컬 ‘젊음의 행진’서 ‘오영심’으로 분해

2015년부터 올해까지 세 시즌 연속 출연

“영심이 마음 드러난 넘버 없는 건 아쉬워”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추억 속 인물 오영심과 왕경태가 무대 위로 소환됐다. 왕경태를 애끓게 했던 오영심은 여전히 “우이씨! 왕경태 너!”를 외치며 마음을 열지 않는다. 하지만 성인이 된 후 재회한 이들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른다. 시간에 따른 인물의 감정변화는 오롯이 배우의 연기를 통해서 표현된다.

이 복잡 미묘한 감정의 오영심을 연기 중인 사람은 개그맨 출신 뮤지컬 배우 신보라다. 그가 오영심으로 관객 앞에 처음 선 것은 벌써 3년 전이다. 지난 2015년 ‘젊음의 행진’을 통해 뮤지컬에 도전한 신보라는 “지난 두 시즌보다 내가 발전한 것 같다”고 자신의 연기를 평가했다.

서른 중반의 공연 기획자 오영심과 16년 전 고등학생이던 오영심을 번갈아 연기하고 있는 배우 신보라를 최근 충무아트센터 내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뮤지컬 ‘젊음의 행진’ 공연사진. (제공: ㈜PMC프러덕션)ⓒ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9
뮤지컬 ‘젊음의 행진’ 공연사진. (제공: ㈜PMC프러덕션)ⓒ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9

“이번 시즌 참여에 앞서 이런저런 걱정을 많이 했어요. 이미 두번이나 영심이로 무대에 섰기 때문에 ‘뛰어나게 잘 할 수 있을까’ ‘흥미롭게 할 수 있을까’ 등 고민이 많았죠.”

고민에 빠져있던 신보라에게 조언을 건넨 사람은 동료 배우인 전민준이다. 전민준은 10여년동안 ‘젊음의 행진’ 속 보이시한 여고생 ‘상남이’로 분하고 있는 배우다.

신보라는 “민준오빠가 ‘너의 고민들을 충분히 이해한다.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넌 좋은 배우인거다. 같이 재밌게 해보자’고 말해줬다”며 “공연을 시작하고 나니 너무 행복하다. 다시 도전하도록 도와준 민준 오빠에게 참 고맙다”고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뮤지컬 ‘젊음의 행진’서 공연사진. (제공: ㈜PMC프러덕션)ⓒ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9
뮤지컬 ‘젊음의 행진’서 공연사진. (제공: ㈜PMC프러덕션)ⓒ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9

신보라는 2010년 K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8년간 연예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개그맨, 가수, MC로 활약하며 만능 엔터테이너의 모습을 보인 그이지만 뮤지컬은 또 다른 도전이었을 터다. 이와 관련해 신보라는 “카메라만 없다뿐이지 관객과 만나고 같이 호흡해야 한다는 점에서 ‘개그콘서트(개콘)’와 뮤지컬은 비슷하다”며 “뮤지컬 무대에 오를 때 개콘에서의 경험이 도움 됐다”고 털어놨다.

“개콘 할 때 관객의 반응에 흔들리면 안 된다고 배웠어요. 관객 반응이 좋든 나쁘든 거기에 신경 쓰지 않고 제가 해야 할 것들을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때로는 관객 중 배우에게 말을 걸거나 대사를 따라 하는 분도 계세요. 그런 돌발 상황이 극을 이끌어가는 데 방해되지 않는다고 할 수 없지만, 공연에 몰입해 계신 거라고 생각하며 웃어넘겨요. 어떻게 즐겨주시든 감사하죠.”

뮤지컬 ‘젊음의 행진’ 공연사진. (제공: ㈜PMC프러덕션)ⓒ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9
뮤지컬 ‘젊음의 행진’ 공연사진. (제공: ㈜PMC프러덕션)ⓒ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9

신보라는 초중고 시절 전교 회·부회장으로 완장을 찼었다. 그런 그와 천방지축에 자존감 낮은 영심이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신보라는 “겉으로 보이는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나는 내 어두운 면과 부족한 점을 잘 안다”며 “다른 사람이 칭찬해도 내 스스로 두려움에 맞닥뜨리면 자존감이 떨어진다. 나도 어떤 일이든 시작하기 전에 으레 겁먹고 부정적으로 생각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영심이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영심이가 H.O.T. 브로마이드나 야한 소설을 보다가 선생님께 혼난 것처럼 제 학창시절도 영심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신화 누드집을 보다가 남자 선생님에게 걸려서 교무실에 불려갔었죠(웃음). ‘젊음의 행진’이 계속 무대에 오르고, 언젠가 뮤지컬에 신화 노래가 등장하게 된다면 그때는 꼭 관람하러 갈 거예요.”

뮤지컬 ‘젊음의 행진’ 공연사진. (제공: ㈜PMC프러덕션)ⓒ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9
뮤지컬 ‘젊음의 행진’ 공연사진. (제공: ㈜PMC프러덕션)ⓒ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9

세 시즌 연속 같은 뮤지컬에 참여한 신보라는 극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면서도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다고 고백했다. 극 중 오영심은 16년 만에 재회한 왕경태와 학창시절 추억을 돌아보고, 서로 엇갈렸던 마음을 확인하게 된다. 신보라는 “영심이를 보는 경태의 일편단심은 눈에 띄게 표현된 반면 영심이의 마음은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며 “경태를 향한 영심이의 마음을 알 수 있는 넘버가 없는 게 아쉽다. 최대한 연기적인 부분으로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뮤지컬 ‘젊음의 행진’서 ‘오영심’으로 분하고 있는 배우 신보라. (제공: ㈜PMC프러덕션)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9
뮤지컬 ‘젊음의 행진’서 ‘오영심’으로 분하고 있는 배우 신보라. (제공: ㈜PMC프러덕션)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9

일편단심 오영심을 바라봤던 왕경태는 성인이 된 후에도 그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도움을 준다. 신보라에게 왕경태 같은 사람이 있는지 묻자 잠시 생각에 빠진 그는 이내 “대한민국의 개그맨 선배님들”이라고 답했다.

신보라는 “지금 뮤지컬을 하고 있지만 나의 시작은 개그였다. 개그맨으로 활동할 때의 이런저런 모습을 예쁘게 봐 주셔서 지금의 내가 있는 것 같다”면서 “방송에 나오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고 꿈을 키웠다. 개그맨이 된 이후에는 선배들이 다양한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회상했다.

“저는 두려움이 큰 사람이에요. 하지만 확실한 건 두려움을 이기고 뮤지컬 작업에 들어갔을 때 행복이 컸다는 거예요. 현재는 개그 복귀나 차기 뮤지컬 작품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요.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저에게 주어진 일들을 하나씩 하다 보면 뭔가를 하고 있는 저를 발견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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