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 20대여성 2차 강제개종 끌려가 질식사
강피연 “강제개종 근절 서명에 100만명 참여”
“종교 자유 때문…” 강제개종 방치 황당한 정부
대통령 개헌안엔 “종교자유 등 천부인권 강화”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20대 여성이 개종을 강요받다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지 100일 됐다. 강제개종은 인권침해 논란으로 숱하게 회자됐지만 한 생명을 죽음으로 몰고 갔음에도 아직 우리 사회의 관심은 미미하다. 특히 국민의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한다며 개헌안에 ‘인권’을 언급한 문재인 정부의 외면은 암암리에 강제개종을 용인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지난 1월 고(故) 구지인씨는 전남 화순의 한 펜션에서 개종을 거부하다 질식사를 당했다. 구씨는 생전에 이미 수도원에서 44일간이나 감금돼 개종을 강요당했고, 또 끌려 갈 수 있음을 두려워하며 국민신문고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탄원했으나 외면당했다. 그러던 중 구씨가 예견한대로 다시 개종현장에 끌려갔고 그곳에서 탈출하려던 과정에서 질식사를 당했다.
구씨 사망 이후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강피연)와 수십만 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강제개종 근절을 외치고, 이를 사주하는 개종 목사에 대한 처벌을 촉구했다. 강제개종 근절을 촉구하는 서명에는 이미 100만명 넘는 국민이 참여했다.
33개국 2000여 외신은 인권선진국이란 대한민국에서 ‘종교의 자유’를 탄압 당하며 죽어간 구씨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 ‘거꾸로’ 정부, 종교자유 때문에 강제개종 방치?
강피연이 1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구씨 사망 후인 지난 1~3월에도 무려 57명의 강제개종 피해자가 발생했다. 해마다 100~150명의 피해자가 발생해온 것과 비교해도 되레 늘어난 숫자다.
강피연은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민원을 넣었지만 청와대는 답이 없고, 문체부는 종교의 자유를 명시한 헌법 규정을 들어 ‘특정 종교단체에 대해 관여할 수 없다’는 등 상투적인 답변만 보내왔다”고 말했다.
강피연 관계자는 “국민의 기본권인 ‘종교의 자유’가 침해당하는 현실을 알렸는데도, 정부가 특정 종단 신도의 ‘종교의 자유는 침해당해도 된다’는 답을 보내온 격”이라면서 “대통령이 최근 개헌안에 모든 사람의 종교의 자유 등 천부인권 보장을 강화한다는 취지를 담았는데, 거짓말을 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3월 20일 발표한 개헌안에 ‘천부적인 성격의 기본권’에 대한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하며 더욱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천부인권에는 ‘인간의 존엄성, 행복추구권, 평등권, 생명권,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정보기본권, 학문·예술의 자유’ 등 국가를 떠나 보편적으로 보장돼야 하는 권리가 나열돼 있다.
명시된 ‘종교의 자유’ 역시 천부인권이다. 천부인권은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는 천부(天賦)의 권리로 자연권(自然權, natural rights)이라고도 한다. 천부인권은 초국가적‧전법률적 불가침의 권리이므로 국가권력이라 할지라도 침해할 수 없으며 국가가 이를 침해한 경우 침해자인 권력자에 대한 저항권이 인정된다.
‘국민’ 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천부인권을 부여하겠다고 선포하고도 강제개종을 방치하는 현 정부의 태도에 대해 전문가들은 ‘표만 의식한 다분히 정치적이고 이중적인 태도’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강제개종, 제대로 처벌된 적 없어 당당”
그간 ‘종교의 자유’라는 천부인권을 침해당하고 목숨까지 잃은 피해자가 벌써 2명이며, 유사 피해자는 1000명을 넘었다. 강제개종 피해자들은 “개인의 양심에 따라 종교를 선택했고, 국민의 의무를 다하는 건실한 국민임에도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호소한다. 전문가들은 강제개종이 지속된 이유로 정부와 공권력의 직무유기를 들고 있다. 나아가 해결을 위해 강력한 처벌과 국가의 개입을 강조한다.
동국대 법학과 김상겸 교수는 “기존법이 다스리지 못하면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강제개종을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 이제껏 제대로 처벌된 적이 없기 때문에 아주 당당하게 범죄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개종강요 행위가 아직까지 남아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면서 “교인 확보나 이익을 위해 국민의 자유나 권리, 생명을 위협한다면 이는 범죄단체다. 반드시 국가가 문제해결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