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으로 흥한 자는 검으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요즘 “댓글로 흥한 자는 댓글로 망한다”는 조어가 화제다. 최근 이 나라의 정치·사회·문화 현실을 지켜보면서 팬덤이라는 신조어와 함께 모리배들이나 할 수 있는 지지자를 위한 광기어린 마녀사냥식 댓글들을 보면서 자신들이 들이댄 그 잣대가 자신들에게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수없이 경고해 왔다.

즉, 댓글로 잡은 정권은 다시 그 댓글에 의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대선 때 주자들이 “정치를 바꾸자”고 할 때, 문재인 후보는 정치가 아닌 “현 정권을 바꾸자”고 했다. 이는 곧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과거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사전 신호탄이었으며, 지난 1년간의 통치가 이미 증명해 줬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이 바로 오늘 이슈가 된 댓글이라는 여론몰이다.

모순은 여기에 있었다. 다수결 또는 여론과 풍문은 민주주의라는 제도를 지탱하기 위한 수단이지 정의도 진리도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팬덤을 통해 마치 자신들만이 정의며 정의의 수호자인 양 국민들을 기망해 왔다는 점이며, 나아가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정의의 가면을 썼다면 현 정권은 법리 공방을 떠나 도덕적으로 심판받을 수 있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부패는 무지와 무식에 의한 관행적 퇴행적이면서 일차원적 불법이었다면, 현 정권은 해선 안 될 것을 알면서도 같은 길을 되풀이 했다면 분명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지난 1월 10일 신년 기자회견 당시 조선일보 기자가 문 대통령에게 한 질문이 있다. “대통령과 정부정책에 대해 비판적 기사를 쓰면 안 좋은 댓글들이 많이 달린다”며 “지지자들이 댓글에서 격한 표현들을 많이 쓰는데, 혹시 전할 말이 있냐”는 질문이었다. 그래서 비판적 기사를 쓰기 두렵다는 의미며, 나아가 기자의 사명을 감당할 수 없다는 호소이기도 했다. 현 언론문화를 놓고 볼 때, 참으로 용기 있고 의미 있는 질문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기자들도 그런 부분은 좀 담담하게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너무 예민하실 필요가 없지 않은가. 나만큼 많은 악성 댓글을 받은 사람도 없다”며 마치 댓글부대를 격려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갖게 하는 순간이었다. 이 후 박정엽 기자가 쓴 기사에 일주일간 쏟아진 악성 댓글은 1만 7000개가 넘었다.

현 정부 지도자의 의식과 그를 따르는 지지 세력의 수준과 의식과 이념이 단적으로 드러난 결정적 단서가 됐다. 박정엽 기자는 아마 문 대통령이 늘 주장하는 대로 정의로운 언론문화를 만들어 가자며 지나친 표현은 피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말 한마디면 족했을 것이다. 오늘의 댓글 파동이 우연히 일어난 게 아니라는 점을 알리고 싶은 것이다.

일명 드루킹 사건은 이미 예고돼 있었으며, 교만이 화를 부른 것이라는 게 정론일 게다. 김경수 의원의 1, 2차 기자회견을 통해 의혹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했겠지만, 오히려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져버렸다. 1차와 2차의 회견내용이 왜 바뀌는지, 반정부여론 조작은 청탁거절에 대한 앙심이며, 이는 사전 거래와 밀약이 전제가 된다는 의미며, 나아가 청와대의 사전 인지를 의미하는 것이며, 텔레그램에 보낸 내용을 읽지 않았다는 경찰 발표는 이미 협박성 내용이라는 점을 인지한 상태이므로 당연한 것이며, 일반 대화방에선 1대 1 대화를 읽었다는 내용은 경찰이 왜 언급을 안 하는 것이며, 유명 정치인 내지 의원들이 100여 차례 드루킹을 찾아가 강연을 했음에도 드루킹에 대한 사전 인지 여부에 대해 갑론을박하는 것은 뭔가.

“민주주의 근간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 수준에서 조사해야 한다”는 등 정당 대표들의 주장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드루킹, 드루이는 고대 유럽(켈트족)의 마술사로 박학다식하고 소환술에 능한 종족으로 묘사돼 있으니, 드루킹은 그 종족의 교주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 사람이 가진 이름은 그 사상을 받고 있다는 의미며, 그와 하나 된 사람과 세력 또한 같은 사상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과거 박근혜 정권의 몰락 또한 ‘미르’라는 용의 이름과 그 사상과 무관하지 않으며, 이명박 정권 역시 칼빈의 마녀사냥식 종교탄압의 주범인 장로교를 필두로 한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에 의해 잠깐의 부귀영화를 누렸겠지만 추락하고 말았다.

인과응보(因果應報)라는 말이 있다. 선악간의 인연에 의해 길흉화복의 갚음을 받게 된다는 뜻이며, 선한 일을 하면 좋은 결과로, 악한 일엔 악한 결과가 따른다는 불교에서 주는 교훈이며, 기독교 경서에도 “판단한 그 판단으로 자기가 도리어 판단을 받게 된다”는 것과 “그 열매를 보아 그 나무를 안다”는 교훈도 있다. 따라서 아무리 올바르지 못한 것이 기승을 부린다 해도 결국 올바르지 못하기 때문에 오래가지 못하며 바른 것이 이기게 된다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의미를 되새겨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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