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취임한 지 16일 만에 사의를 표명해 사표가 수리됐다. 최근에 국민여론과 정계를 후끈 달구었던 김기식 사태가 결국 이렇게 끝나는 걸 보니 사필귀정(事必歸正)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다. 19세부터 학생운동을 해왔고 참여연대에 몸담았던 경력의 그가 국회의원 시절에 행해졌던 피감기관 경비로 외유를 다녀오는 등 의혹으로 인해 문재인 정부에서 금융감독원장으로 임명되기 전부터 부적격자라며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았다. 하지만 김 원장은 자진사퇴하라는 야당의 집중 공격을 받았지만 청와대의 보호 속에서 끄떡없는 태도를 보였다.

김 원장을 둘러싼 의혹이 계속 확산되면서 국민여론조사기관이 조사·발표한 김 원장 거취에서 부적절한 행위가 분명해 사퇴 찬성이 50.5%(사퇴 반대 33.4%)가 나왔다. 그런 실정에서도 당사자는 물론 청와대 인사 검증 팀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었다. 청와대와 여당이 나서서 야당에서 문제로 삼고 있는 국회의원 시절의 피감기관 지원으로 해외 출장 가는 것은 관례였다는 안일한 태도를 가지면서 그 문제를 국회 관행의 문제로 끌고 가려는 속셈마저 보였다.

마침내 청와대에서는 김 원장의 행위 중 의혹을 받고 있는 후원금 기부 등 네 가지에 대해 위법성 여부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질의했고, 그에 따라 중앙선관위에서는 김 원장이 의원 임기 막판에 더좋은미래에 5000만원을 기부한 일은 그 범위를 벗어나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김 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에 큰 금액을 기부하기 전에 당시 선관위로부터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음을 고지 받아 알고 있었음에도 고액 후원을 감행했던 것이다.

국민이 금융개혁을 열망하고 있는 상태에서 금융시장과 금융산업을 감독하는 금융감독원장 자리가 김 전 원장의 위법성으로 인해 공석이 됐다. 그럼에도 그는 사퇴하면서 “선관위의 결정을 정치적으로 수용하고 있지만 솔직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심정”이라는 글을 SNS에 올렸다. 또 자신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깊은 사과보다는 금감원장에 임명된 이후 벌어진 상황의 배경과 의도가 따로 있음을 제기하고 있는바, 국민여론조사결과에서도 나타났듯 김 전 원장 사태는 정치적 음모가 아닌 그의 과거 부적절한 행위에서 기인된 것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에서 또 한번 인사 참사가 아닐 수 없으니 교훈 삼아 이러한 불상사가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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