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현덕의 상급 기관인 독우가 감찰을 나왔다. 그는 현덕에게 공연히 트집을 잡아 모욕을 주며 뒷구멍으로 뇌물을 바라고 있었다. 이튿날이 되자 독우는 관아의 아전을 잡아가서 곤장을 치면서 허위 자백을 강요했다. 아전은 모함하지 말라며 현덕의 올바른 공직자의 행동을 칭송하면서 백성들에게 물어보라며 되레 당당하게 맞섰다. 그 때 고을 백성들은 독우가 내려와서 현덕을 모함하려고 아전을 잡아가 매질한다는 소문을 듣자 모두 의분을 느끼고 있었다. 그중 중늙은이 하나가 나섰다.

“독우가 우리 현위를 보고 백성의 피와 기름을 긁어먹었다니 말이 되는 소린가? 제가 뒷구멍으로 손을 내밀었다가 청렴한 우리 나리가 뇌물을 아니 주니 저따위 짓을 하는 것이다. 우리가 힘을 합세해 아전을 구해내기로 하자.”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좋다고 맞장구를 쳤다.

“우리들 수천명이 한꺼번에 관아로 다 들어 갈 수는 없다. 대표를 뽑아 몇십명만 가기로 하자.” 그렇게 하여 동네마다 대표를 뽑았는데 60명이나 됐다.

점잖은 향리 노부 60명은 현덕의 억울한 일을 도와주기 위해 독우가 있는 역관을 찾아갔다. 독우는 단번에 눈치를 차렸다. 그는 백성들을 만날 필요가 없다, 나를 만나게 해서는 안 된다며 손사래를 쳤다.

현덕도 아전이 잡혀 가는 것을 보자 자신이 잡혀가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이미 역관으로 갔으나 병사들이 문을 가로막고 들어가지 못하게 해서 역관에서 좀 떨어진 찻집으로 들어가 있었다.

그때 장비도 독우의 하는 행동을 보자 분기가 끓어올라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홧김에 술을 몇 잔 마시고 역관으로 향했다. 문 앞에 당도하고 보니 60명이나 되는 노인들이 삼문 앞에 엎드려 눈물로 호소하고 있었다. 장비는 의아하게 생각하고 무슨 일로 눈물을 흘리느냐고 물었다.

“어허, 독운가 뭔가 하는 위인이 우리 현위의 선과 불의를 살핀다고 내려와서는 유비 나리를 해치려고 이방을 잡아다가 매질을 한다 하니 이런 변이 어디 있소? 여보시오. 그래. 청렴결백하신 우리 유 상공께서 백성들의 피와 땀을 긁었다 하니 말이 되는 소리요? 우리가 변명을 하기 위해 고을마다 대표를 뽑아 이곳으로 왔으나 병졸들이 우리를 막고 못 들어가게 하니 어찌 분하지 않겠소. 그래서 눈물을 흘리는 것이오.”

그 말을 듣자 장비는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둥그런 고리 눈을 부릅뜨고 쇠 같은 이빨을 부드득 갈았다. 안장을 박차고 말에서 뛰어 내렸다. 그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역관으로 뛰어들었다. 범 같은 장비의 기상에 문지기 병사들은 막아낼 도리가 없었다. 바람같이 달려 대청 앞에 당도하니 독우는 청 위에 좌정을 했고 아전을 형틀에 매단 채 현덕의 죄상을 엮어서 문초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갑자기 장비의 천둥 같은 목소리가 역관을 쩌렁쩌렁 울렸다.

“이놈, 백성을 업신여기는 도둑놈아. 나를 알아보겠느냐?”

독우는 별안간 뛰어든 장비의 무서운 형상을 보자 팔 다리가 부들부들 떨려서 도무지 입이 굳어버려 얼른 말대답을 못했다. 장비는 선뜻 대청 위로 올라서며 독우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역관 마당을 지나서 삼문 밖까지 끌고 나갔다. 실로 눈 깜짝할 사이었다. 독우는 사색이 되어 살려 달라고 장비에게 애원하며 손을 싹싹 빌었다. 장비는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았다. 삼문 앞에는 말고삐를 매는 말뚝이 있었다. 그는 독우를 말뚝에다가 결박 지어 붙들어 매어 놓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던 백성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장비는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들고 독우의 허벅다리를 사매질하기 시작했다.

“이놈아, 죄 없는 아전을 형틀에 묶고 때렸지? 너도 어떤지 맛 좀 보아라.”

한참을 매질하자 버드가지가 부러졌다. 장비는 새 가지를 꺾어 다시 매질을 했다. 독우는 살려달라고 애원 복걸이었다. 그럴수록 장비의 매질은 사정을 두지 않았다. 독우 입에서 나중에는 강아지 울음소리가 구슬피 새어나왔다. 그래도 장비는 멈추지 않았다. 버드가지가 부러지면 다시 새 것으로 꺾었다. 구경하고 있던 백성들은 모두가 상쾌하고 통쾌함을 느끼고 있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