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인도 아메다바드에서 아동 성폭행에 항의하기 위해 시민들이 촛불시위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출처: 뉴시스)
16일(현지시간) 인도 아메다바드에서 아동 성폭행에 항의하기 위해 시민들이 촛불시위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인도에서 8명의 힌두 남성들이 무슬림 소녀를 성폭행 후 살해한 사건과 관련, 경찰과 정부의 미온한 대처로 인도 사회가 들끓고 있다.

17일 인도NDTV, 영국 가디언, 뉴시스 등에 따르면 인도 북부 잠무-카슈미르주에서 8살의 무슬림 소녀를 잔인하게 집단 강간하고 살해한 8명의 힌두 남성들은 16일 법정에 나와 무죄를 주장했다.

사건은 지난 1월 발생했다. 잠무카슈미르에서 유목민 부모의 말을 방목하러 갔던 아시파 바노(8)는 시신으로 발견됐다.

잠무카슈미르는 힌두교와 이슬람교 사이에 종교분쟁이 끊이지 않는 지역이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힌두교도 남성 8명이 무슬림 부족들에게 공포를 심어줘 이들을 쫓아내려고 범행을 계획했다. 이들은 아시파를 숲 속으로 유인해 힌두교 사원에 납치한 후 범행을 저질렀다. 범인들 중 지방공무원과 경찰이 포함됐으며 사원 관리인까지 범행에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은 지난 3개여월동안 알려지지 않았다가 최근 가해자들의 변호사들이 경찰의 기소를 막기 위해 사법기관 이관을 요구하고 힌두 사회의 변호사 수백명이 경찰의 법정 입장을 저지하면서 전국적으로 공분을 샀다. 힌두 주민들이 다수인 잠무 시 변호사 협회는 경찰 수사에 불만을 품고 파업에 돌입하기까지 했다.

여기에 한 16세 소녀가 1년전 BJP 소속 쿨딥싱 셍가르 주의원과 그의 동생에게 성폭행 당했다며 지난 8일 요기 아디티아나트 주총리의 집 앞에서 자살을 시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이에 16일에는 인도의 수도 뉴델리를 비롯해 서부 뭄바이, 남부 벵갈루루, 중부 보팔 등 여러 도시에서 수천명이 모인 촛불 시위가 열렸다.

이런 전국적 성범죄 항의집회가 열린 것은 2012년 뉴델리 버스 내 집단성폭행 사망 사건 이후 처음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사건으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정부와 집권당이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모디 총리가 지난 13일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을 비판했지만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여당 인도국민당(BJP) 소속 장관 두명이 가해자들을 옹호하는 집회에 참석했다가 사임하는 등 갈수록 수세에 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야당은 모디 총리의 언급이 너무 늦은데다 여당 주의원들이 범죄에 연루된 데 대한 반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NYT는 지난 “인도에서는 여전히 끔찍한 성폭행 사건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당시 야당이었던 BJP가 집권당인 인도국민회의(INC)의 미온적 대응을 그토록 비난해 놓고 정작 지금은 당시 INC와 다름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집권당 의원이 십대 소녀를 성폭행하고 소녀 아버지까지 죽이려 한 사건도 일어났다”며 “야당이 이 두가지 사건을 빌미로 잡아 모디 정부와 집권당에 대한 공격을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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