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문화칼럼] 어버이날 휴일지정 왜 안 되나
[이재준 문화칼럼] 어버이날 휴일지정 왜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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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하더라’ 조선시대 가인 봉래(蓬萊) 양사언의 ‘태산가(泰山歌)’는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유명하다. ‘열심히 노력하면 불가능한 것이 없다’라는 뜻인가. 그러나 이 노래 속에는 지은이의 피눈물 나는 사모곡(思母曲) 비밀이 숨겨져 있다. 

영사언의 어머니는 본래 양반집 규수였으나 후처로 들어갔다. 두 번째 부인한테 태어난 양사언은 서자의 신분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정실부인이 죽자 어머니는 그 역할을 맡았다. 그 후 남편상을 치르는 날 어머니는 결심을 한다. 첫 부인의 장자 앞에서 아들을 부탁하며 자신은 남편을 따라가겠다고 토로한다. 그리고 양사언을 친자로 입적시켜 줄 것을 눈물로 호소했다. 자신이 살아있는 한 양사언은 평생 서자로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 죽음을 지켜본 양씨가문은 양사언을 정실 아들로 받아들인다. 서자의 탈을 벗은 어린 양사언은 지혜를 펼칠 수 있었다. 성장해 과거에 급제했으며 문장가로 명필로 존경을 받았다. 아들은 어머니의 눈물어린 희생정신에 대한 보답으로 ‘태산가’를 지었다고 한다. 

송강(松江) 정철은 강원도 관찰사로 부임해 백성을 가르치는 ‘훈민가’를 만들었다. ‘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시니…’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부모 은혜에 대한 예찬가다. 송강도 효자였으며 인조 때 영의정을 지낸 상촌(象村) 신흠은 그의 효행을 높이 평가했다. 

정조(正祖)는 부친 사도세자의 능이 있는 수원의 용주사에서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을 발간해 전국에 배포했다. 왜 정조가 유학 경전도 아닌 불서 부모은중경을 간행해 많은 백성들이 읽도록 한 것일까. 불경(佛經)과 유서(儒書)를 뛰어넘는 감동적인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어미는 자식을 낳을 때 3말 8되의 응혈(凝血)을 쏟고 자식에게 8섬 4말의 혈유(血乳)를 먹여 키운다. …’ 정조는 어머니의 눈물겨운 희생을 평생 가슴 속에 넣고 살았다. 10대 은혜(十大恩惠)가 적시 된 내용에도 임금은 감동을 받았다. 

- 어머니 품에 품고 지켜준 은혜/ 해산 때 고통을 이기는 은혜/ 자식을 낳고 근심을 잊는 은혜/ 쓴 것을 삼키고 단 것을 뱉어 먹이는 은혜/ 진자리 마른자리 가려 누이는 은혜/ 젖을 먹여 기르는 은혜/ 손발이 닳도록 깨끗이 씻어주는 은혜/ 먼 길을 떠났을 때 걱정해 주는 은혜/ 자식을 위하여 나쁜 일까지 감당하는 은혜/ 끝까지 불쌍히 여기고 사랑해 주는 은혜 -

이보다 더한 가슴시린 은혜가 또 어디 있을까. 정조는 매일 아침 일어나면 어머니의 건강부터 살피고 아픈 기색이 있을 때는 서둘러 약을 대령토록 했다. 불쌍한 남편을 생각하며 통곡하는 어머니를 보고는 가슴속으로 같이 울었다. 정조는 세종과 더불어 조선 왕조시대 최고의 덕치(德治)를 폈다. 

올해 5월 8일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문제에 대한 찬반 청원이 청와대 게시판에 폭주하고 있다. 정부는 지정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국무회의에서 마저 여러 각료들이 부정적인 의사를 비쳤다고 한다. 

중국은 이커청 총리 주재로 효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매일 안부 묻기, 함께 모시고 식사하기, 휴일에 부모님 찾아보기 등 보모공경을 시민생활의 일환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효 대국의 실현이 또 하나의 ‘중국몽(中國夢)’이다. 

지금 한국사회에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무너져가고 있는 인륜을 세우는 일이다. ‘효행’이란 부모에 대한 일방적인 공경이 아니다. 자녀와 가족, 형제에 대한 사랑도 내포하고 있다. 행복한 삶을 지키는 근본이라는 것을 위정자들은 왜 깨닫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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