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문제 등으로 4월 임시국회가 삐걱거리던 중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국회의원 재임시절 갑질(?)이 다시 문제가 돼 임시국회가 멈추어 섰고 정국마저 냉랭하게 얼어붙었다. 국민여론에서도 김 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니 그동안 제 식구 감싸기 인상을 주던 청와대에서는 부랴부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김 원장의 ‘로비성 외유’ 의혹 등에 대한 적법 여부를 판단해 달라며 질의했다. 4개 항목의 질의 내용 중에는 중앙선관위가 판단할 수 없는 정치적인 요소도 포함돼 있어서 답변 결과에도 불구하고 또 논쟁거리가 될 여지가 있다.

김 원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로 활동하던 시절, 피감기관의 부담으로 몇 차례 해외 출장을 다녀오는 등 제반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미 형사 고발된 상태다. 지난 10일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보수 성향 시민단체가 김 원장을 뇌물수수 등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고, 이에 따라 검찰에서는 수사팀을 구성해 현재 조사 중에 있다. 그런 상황에서 중앙선관위가 선관위원 전체회의를 열어 청와대 질의서에 관해 답변 내용을 결정한다고 하지만 사법문제로 번진 김 원장의 범죄 의혹 혐의 등과 관련해서는 중앙선관위 결정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중앙선관위는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 등 소관사항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다. 그렇다고 그 의견이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라 기관 의견에 불과한 것이다. 또 청와대가 의뢰한 4개 항목에 대해 선관위가 일일이 관련 법 규정을 찾아 해석하는 데도 소관사항만 다룰 수 있을 뿐이지, 야당 등에서 고발한 내용인 뇌물수수 등에 관해서는 해석할 수 없다. 김 원장의 위법성이 발견된 경우 검찰에 고발하도록 돼 있는바, 이 문제는 검찰에서 기수사중인 사건이다. 

김 원장 관련 사안들은 검찰 수사를 통해 불법 여부가 명백히 가려질 판인데, 청와대가 나서서 중앙선관위에 질의했을까 의도가 아리송하다. 그 결과로 국민여론을 잠재울 수 있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 논쟁의 불씨를 키우는 면이 없진 않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의뢰 사안을 꼼꼼히 읽어봤는데 왜 선관위에 법적판단을 맡겼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검찰 간부도 있다. 갈수록 판이 커지고 국민시선이 집중되는 김 원장 의혹 문제는 검찰의 신속 수사만이 정답이다. 청와대가 ‘김일병 구하기’에 나서고 있어도 이젠 검찰만이 이를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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