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임혜지 기자] 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이 “지난4년 세월호 사고는 나에게 무엇이었나요?”라는 질문에 각자의 답을 적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5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이 “지난4년 세월호 사고는 나에게 무엇이었나요?”라는 질문에 각자의 답을 적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5

‘아쉬움’ ‘절망’ ‘깊은 슬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

“진상규명에 집중해야 할 때”

[천지일보=임혜지, 남승우 기자] 4년 전인 지난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당시 배에 타고 있던 학생들을 포함한 시민 300여명이 사망·실종하는 대형참사가 발생했다. 정부의 무능한 대처와 부조리한 현실 앞에 국민들의 슬픔·분노는 ‘1700만 촛불’로 나타나 광화문을 가득 메웠고, 4년이 흐른 지금도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꺼지지 않고 있다.

봄바람이 불던 3일, 기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을 찾아 시민들에게 “지난 4년 세월호 사고는 나에게 무엇이었나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시민들은 노란 나비 모양의 포스트잇에 각자의 대답을 적어나갔다.

친구들과 함께 광화문을 찾은 김철휘(가명, 17, 경기도 용인시)군은 ‘아쉬움’이라고 적었다. 당시 6학년이었던 그는 “학교가 끝난 후 집에 돌아오고 나서 배가 침몰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많이 무서웠을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만 대처가 빨랐어도 다 살수도 있었을 텐데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군의 친구인 조민지(가명, 17)양은 세월호 참사는 한마디로 ‘절망’이었다고 했다. 그는 “그때만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고작 나보다 한두 살 더 많은 언니, 오빠들이었는데 목숨을 잃었다. 제가 잘못한 건 아니지만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희생자들과 같은 또래의 자녀를 키우는 시민들의 슬픔은 더욱 컸다.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자 “눈물이 날 것 같아 말을 잇지 못하겠다”는 시민도 있었다.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딸과 함께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천막을 찾은 신윤점(50, 여)씨는 세월호 사건에 대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그는 “타국에서 세월호 참사 소식을 듣고 한 없이 눈물만 흘렸다”며 “침몰원인이나 진실이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답답하고 하늘에 있는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이 “지난4년 세월호 사고는 나에게 무엇이었나요?”라는 질문에 각자의 답을 적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5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이 “지난4년 세월호 사고는 나에게 무엇이었나요?”라는 질문에 각자의 답을 적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5

노란 리본 모양의 목걸이를 매고 있던 서금옥(54, 여, 서울시 은평구)씨는 ‘깊은 슬픔’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 너무 충격적인 슬픔이었다. 아이들에게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세월호의 진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하면 안 되고 지금이라도 온전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의 본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시민도 있었다. 경기도 수원에 살고 있는 장영훈(50대, 남)씨는 “도대체 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지는데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며 “만약 친박 단체의 고위공무원의 자식이 죽었다면 이렇게 처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통탄했다.

그러면서 “언론부터 반성을 해야 하고, 정부는 지금보다 더 원인조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서현(가명, 26, 여)씨도 “만약 세월호 희생자 중 돈이 많거나 고위 공무원의 자녀가 있었다면 이렇게 진상규명이 더뎌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시간이 흘렀지만 제대로 해결된 건 아무것도 없다. 정부가 세월호 진상규명에 집중해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세월호 사건을 슬픔 그 자체로만 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시민들은 세월호 참사로 얻은 아픔을 우리 사회 반성의 계기로 삼고 안전에 대한 국민의 의식 또한 변해야 한다고 했다.

한지혜(20대, 여, 서울 송파구)씨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내 삶을 되돌아보게 됐다. 그동안 안전에 둔감했던 내 자신을 반성하는 계기였다”며 “앞으로 더 이상 제2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 위해선 작은 안전사고에도 조심하는 국민 의식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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