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비운의 왕’ 단종의 숨결을 찾아서
[쉼표] ‘비운의 왕’ 단종의 숨결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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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영월군에 위치한 단종 유배지로 국가지정 명승 제50호인 ‘청령포’의 모습. 서쪽은 험준한 암벽이 솟아 있고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섬과 같다. 사진 하단에는 지난달 24일 방문객들이 청령포를 방문하기 위해 배에 오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4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강원 영월군에 위치한 단종 유배지로 국가지정 명승 제50호인 ‘청령포’의 모습. 서쪽은 험준한 암벽이 솟아 있고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섬과 같다. 사진 하단에는 지난달 24일 방문객들이 청령포를 방문하기 위해 배에 오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4

세계유산, 조선왕릉 중 하나인 장릉

큰 소나무로 수림지 형성된 청령포

단종의 일대기 엿보는 ‘단종역사관’

청령포 ‘국가지정 명승 제50호’ 지정

암벽과 강으로 둘러싸인 단종유배지

1967년부터 해마다 ‘단종제’ 이뤄져

[천지일보=강병용 기자] “원통한 새가 한번 궁궐을 쫓겨난 후 외로운 몸 홑 그림자 푸른 산 가운데 있구나. 밤마다 잠을 청하나 잠은 오지 않고 해마다 한을 마치고자 하나 세월이 가도 한은 마쳐지지 않고….”

조선 제6대 왕인 단종(端宗, 재위 1452~1455)이 폐위 당해 강원도 영월에서 유배 생활을 하던 중 죽음을 예견하고 자신의 운명을 한탄하며 통한의 절규를 하는 율시 영월군루작(寧越郡樓作)의 일부분이다.

지난달 24일 본지 취재팀은 ‘비운의 임금’ 단종의 한이 서린 강원도 영월로 향했다. 어린 나이에 수양대군에 의해 왕위를 강탈당하고 열일곱 나이에 세상을 등져야 했던 단종의 흔적을 더듬어보자.

지난달 24일 방문객들이 강원 영월군에 위치한 단종 유배지 ‘청령포’에 방문하기 위해 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4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지난달 24일 방문객들이 강원 영월군에 위치한 단종 유배지 ‘청령포’에 방문하기 위해 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4

◆단종 유배지, 육지 속 작은 섬 청령포

강원 영월군 남면 광천리 남한강 상류에 위치한 청령포는 2008년 12월 국가지정 명승 제50호로 지정된 문화재이다. 조선 제6대 왕인 단종은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찬탈당하고 상왕으로 있다 1456년 사육신들의 상왕복위의 움직임이 누설돼 다음 해인 1457년 군졸 50인의 호위를 받으며 원주, 주천을 거쳐 이곳 청령포에 유배됐다.

본지 취재팀이 청령포에서 만난 김원식 영월군 문화관광해설사에 따르면 단종이 청령포에 머물던 기간은 약 2~3달 남짓한 짧은 기간이라고 말했다. 단종이 유배 생활을 하던 청령포는 동, 남, 북 삼면이 물로 둘러싸이고 서쪽으로는 육육봉이라 불리는 험준한 암벽이 솟아있어 나룻배를 이용하지 않고는 밖으로 출입할 수 없는 마치 작은 섬과도 같은 곳이었다.

지난달 24일 강원 영월군에 위치한 단종 유배지 청령포 내 소나무로 형성된 수림지 모습(왼쪽). 같은날 강원도 영월군의 단종 유배지 청령포에 위치한 단종어소. 단종이 지내던 모습을 재현돼 있다(오른쪽).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4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지난달 24일 강원 영월군에 위치한 단종 유배지 청령포 내 소나무로 형성된 수림지 모습(왼쪽). 같은날 강원도 영월군의 단종 유배지 청령포에 위치한 단종어소. 단종이 지내던 모습이 재현돼 있다(오른쪽).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4

이곳에서는 크게 두 가지 문화 유적지가 중심이 됐다. 하나는 바로 금표비인데 금표비에는 ‘동서삼백척 남북사백구십척차후니생역재당금(東西三百尺 南北四百九十尺 此後泥生亦在當禁)’ 즉 단종이 떠난 후 아무것도 모르는 백성들이 농사를 짓기 위해 토지를 침범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당시 영월 군수는 “표비로 부터 동서로 300척 남북으로 490척과 이후에 진흙이 쌓여 생기는 곳 또한 출입을 금지한다”고 적시한 비석이다.

청령포 주요 유적.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4
청령포 주요 유적.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4

또 하나는 단종어소인데 역사적 기록에 따라 만든 기와집으로 단종이 살고 있던 그 당시의 모습을 재현했다. 어소에는 당시 단종이 머물던 본채와 궁녀·관노들이 기거하던 행랑채가 있으며 안에는 밀랍인형으로 당시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었다. 담장 안에는 당시 단종대왕 거처인 어소 위치를 알리는 단묘재본부시유지비(端廟在本府時遺址碑)가 위치해있었다. 이밖에도 청령포에는 수십, 수백년의 세월을 거친 큰 소나무들이 들어차 수림지가 형성돼 단종 유배지 주변으로 울창한 송림을 이루고 있다. 또 단종은 자신의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한양에 두고 온 왕비를 생각하며 돌을 쌓아 올렸다고 전해진 망향탑이 단종이 남긴 유일한 유적이다.

지난달 24일 강원도 영월군에 위치한 세계문화유산인 단종의 능 장릉.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4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지난달 24일 강원도 영월군에 위치한 세계문화유산인 단종의 능 장릉.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4

◆조선 제6대 왕 단종의 능 장릉(莊陵)

1457년 유배생활을 하던 단종이 거하던 청령포에 큰 홍수가 나자 청령포가 물이 잠겨 단종은 관풍헌으로 처소를 옮기는데 그해 10월 24일 세조가 내린 사약을 받고 승하했다고 역사 속에서는 전해진다. 단종은 유배 내려온 후 항상 한양을 그리워했는데 단종은 죽어서도 한양에 가지 못했다.

본지 취재팀과 장릉을 함께 둘러본 홍성순 영월군 문화관광해설사는 “어린 나이에 즉위해 숙부로부터 왕권을 찬탈당하고 결국 죽음을 맞이한 비운의 왕 단종은 능에서 조차 다른 왕의 능보다 성물의 숫자가 적다. 이는 조선의 왕 중에서도 권력이 약했던 단종의 한 면을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해설사는 “풍수지리학적으로도 명당이라고 일컫는 이 장소는 단종 스스로 이 자리를 정했다고 하는 설화가 있다”고 설명했다.

홍해설사에 따르면 한 겨울 영월 동강에 버려진 단종의 시신을 수습했던 엄홍도가 열일곱의 장성했던 단종의 시신을 장사 치르기 위해 두 아들을 대동해 지게를 지고 산을 오르는데 산속에서 햇빛을 받으며 앉아 있던 노루가 엄홍도의 일행을 보고 도망을 쳤다. 특이하게도 눈길 산속에서 노루가 쉬던 그 자리만 눈이 녹아 없었는데 그 자리에 단종의 시신이 수습된 지게를 내려놓고 쉬게 된 엄홍도 일행이 이후 산을 오르려 하자 지게가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아 단종 스스로 묻힐 곳을 정했다고 하는 유명한 설화이다.

[천지일보=강병용 기자] 지난달 24일 강원도 영월군 장릉 내 제사와 관련한 전반적인 준비를 하는 재실에서 본지 취재팀이 홍성순 영월군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4
[천지일보=강병용 기자] 지난달 24일 강원도 영월군 장릉 내 제사와 관련한 전반적인 준비를 하는 재실에서 본지 취재팀이 홍성순 영월군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4

단종의 능 장릉은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 전까지 약 540년 동안 외로운 곳이었다. 조선시대 왕릉 대부분이 경기도나 한양 등 100리 안에 있지만 유일하게 단종의 능만 한양으로부터 500리 떨어진 이곳 영월에 있다.

엄흥도가 버려진 단종의 시신을 수습해 이곳에 암매장한 후 시간이 지난 1516년에서야 장릉은 노산(단종)묘를 찾으라는 왕명에 의해 분묘를 찾아 수축하게 됐다. 그리고 그때부터 치제를 드려 비로소 왕릉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고 1698년 묘호를 단종, 능호를 장릉이라 했다. 이후 1967년부터는 매해 제례문화를 보여주는 ‘단종제’를 행하고 있다.

또 왕의 능인 장릉(세계유산, 사적 제196호)에는 많은 충신의 위패를 모셔놓은 ‘충신 사당’이 있다는 게 다른 왕릉과의 차별점으로 꼽힌다.

능 제사와 관련한 전반적인 준비를 하는 재실에서는 왕릉을 관리하던 능참봉이 상주했고 영월 장릉은 처음부터 왕릉으로 택지된 곳에 조성한 능이 아니기에 조선 왕릉의 구조와 다른 점이 많다. 홍살문에서 정자각으로 이어지는 참도는 일반적으로 일자형으로 조성되는데 반해 영월 장릉은 ‘ㄱ’자형으로 꺾여있다. 참도란 왼쪽은 신의 길인 신도 오른쪽 낮은 길은 임금이 다니는 어도를 뜻한다. 또 독특한 것은 왕릉 망주석이 조선 왕릉 중 유일하게 세호가 없다. 세호란 고대의 전설 속에 등장하는 상상의 동물로서 기린, 용, 이무기, 해태, 거북 등을 문향으로 가늘게 조각해 나쁜 액운을 막아주고 잡귀를 쫓는 수호신 역할을 한다는 의미가 있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지난달 24일 강원도 영월군 장릉 내 단종역사관 입구에서 방문객들의 모습.(왼쪽). 같은날 강원도 영월군의 장릉 내 단종역사관 내부에서 방문객들이 역사관을 관람하는 모습.(오른쪽).ⓒ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4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지난달 24일 강원도 영월군 장릉 내 단종역사관 입구에서 방문객들의 모습.(왼쪽). 같은날 강원도 영월군의 장릉 내 단종역사관 내부에서 방문객들이 역사관을 관람하는 모습.(오른쪽).ⓒ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4

◆단종의 흔적 찾는 ‘단종역사관’

단종묘 장릉에 함께 위치한 단종역사관은 2002년에 문을 열었다. 단종의 생애와 사육신의 충절을 되새기기 위해 세운 전시관으로 단종이 잠들어 있는 세계유산 조선왕릉 영월장릉(사적 196호) 내에 위치해 있다.

외관은 전통한옥으로 건축돼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주며 1층은 주제별로 전시실이 마련돼 단종의 세자 즉위부터 단종대왕으로 복권되기까지의 일대기를 관람할 수 있다.

지하로 내려가면 특별전시실과 단종유배길, 단종문화제에 관한 자료 등 세자의 궁중생활을 엿볼 수 있는 자료들을 둘러 볼 수 있다.

또한 정순황후선발대회, 칡줄다리기, 능말도깨비놀이 등 지역 문화행사에 대한 정보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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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민이 2018-04-17 18:14:32
자연 감옥과 같은 곳으로 쓰였던 곳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