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시] 밤의 다정스러운 뒷모습을 봐 - 나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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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다정스러운 뒷모습을 봐

나유진

 

어둠은 가끔 사막이 되어
세상 모든 까끌까끌함을 가슴에 품어

바쁘고 서두르던 주파수는
잠깐 은하수에 묻어 두고
완벽한, 하루의 이물질이 되어
느, 린, 동, 사, 를, 사, 용, 해,
별 한 알에 모래 한 알, 그렇게
밤이 당신의 오아시스가 되는 거야
밤새 둥글어진 내일 아침 햇살은
보드랍고 다정스러운
솜털 피어 보송하도록
 

[시평]

낮이 활동의 시간이라면, 밤은 휴식의 시간이다. 본래가 그렇게 되어 있었을 것이다. 낮 동안 하늘의 구석구석을 날아다니며 먹이를 찾아다니던 새는 해가 질 무렵이면, 자신의 둥지로 돌아가 그 밤을 맞아 하루를 편히 쉬며 마무리 한다. 이렇듯이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우주의 법칙에 따라 활동을 하고 또 휴식을 취하며 살아가는 것이리라. 특별한 그 체질이 야행성 동물이나 식물들은 제외하고 말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사람들은 서서히 야행성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늦은 밤 시간에도 세상의 곳곳은 불야성(不夜城)을 이루어 온통 환하게 밝혀져 있고, 그 밝은 불빛 아래 사람들은 모여들어 자신들을 드러내며 활동을 하고, 그렇게들 사람이 많이 모여 사는 마을은 자꾸만 밤으로 그 활동의 범위가 바뀌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이러한 밤 시간을 잠시 벗어나, 바쁘게 서두르던 주파수를 잠깐 저 멀리 은하수에 묻어 두고, 본래의 밤이 지닌 모습을 응시하게 되면, 우리는 그 밤이 지닌 진정한 모습을 만날 수 있으리라. 그렇게 하면, 별 한 알에 모래 한 알, 그렇게 밤은 우리의 푸근한 오아시스가 되어, 우리의 앞에 펼쳐질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부드러운 밤이 펼쳐주는 그 품에 그윽이 안기어, 우리의 진정한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휴식의 밤 시간, 그 시간은 밤새 둥글어진 내일의 아침 햇살을 만나, 진정으로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그런 우리들 모두의 넉넉한 시간이 될 것이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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