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과학과 종교는 영원한 평행선을 걸을 수밖에 없는가?

과학과 종교의 끊임없는 대립은 사실 오해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과학과 종교는 불가분의 영역에 놓여있다고 보는 관점이 더 합리적이다. 신학자들조차 알게 모르게 자연 과학을 섭렵하고 있다. 가령 “뱀처럼 지혜롭고 비둘기처럼 순결하라(마10:16)”라는 성경의 말씀을 깨닫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뱀의 속성이 어떤 것인지를 알고 있어야 하며 이는 자연과학에 대한 학습으로 연결된다.

그리스도교의 위대한 철학자인 아우구스티누스(AD 354~430)도 신학이 과학의 지식을 활용하지 않고 무지를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교도들조차 지구와 하늘, 그밖에 세상의 다른 요소들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기독교인이 이런 주제에 관해 어처구니없는 말을 하는 소리를 듣는 것은 신심이 없는 자(이교도)에게 부끄럽고 위험한 일이다.”

아우구스티누스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중세 교부철학이 완전히 과학을 배척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오랫동안 강제로 이식되어 온 편견일 뿐이다. 실제로 아우구스티누스는 자신이 설파한 내용을 실천했다. 그는 고전적인 전통 속에 담긴 자연과학을 자주 활용해 창세기에 나오는 천둥 번개 구름 바람 조수 식물과 동물 계절 행성의 운동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중세 신학자들은 자연과학을 사랑하지는 않았지만 필요할 때는 적절히 활용했던 것이다.

책은 교수 25명의 논문을 엮었다. 중세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진실’로 알고 있는 과학과 종교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한다. 책은 중세 기독교인들이 지구가 평평하다고만 주장하지는 않았다는 점과 중세 교회가 인체 해부를 전면 금지하지 않았다는 사실 등을 근거를 대며 설명한다. 선입견으로 착색된 과학과 종교에 대한 관성적인 사고를 탈피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로널드L.넘버스 엮음 / 뜨인돌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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