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알코올 도수 변화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1
소주 알코올 도수 변화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1

업계 “거스를 수 없는 흐름”
17도 초반경쟁 가시화 될 듯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몇 년간 잠잠했던 소주시장이 다시 저도주 경쟁으로 가열될 조짐이다. 포문은 하이트진로가 열었다. 업계 1위가 도수를 낮춘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면서 나머지 업체들의 동참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10일 하이트진로가 브랜드를 전면 리뉴얼하고 기존 제품보다 0.6도 낮아진 ‘더 깨끗한 참이슬 후레쉬(17.2)’를 오는 16일 첫출고한다고 밝혔다. 2014년 11월 참이슬 후레쉬 출시로 18도 선을 무너뜨렸던 하이트진로가 다시 한번 도수 조정에 나선 것. 단 참이슬 오리지널은 20.1도를 유지한다.

1924년 35도로 시작한 소주는 1965년 30도로 낮아진 후 반세기가량 30도 선을 유지했다. 1970년대 들어 식량문제로 정부가 양곡을 원료로 한 ‘증류식 소주’ 생산을 금지하면서 소주시장엔 큰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알코올을 물에 희석한 ‘희석식 소주’가 대량생산되기 시작하면서 1973년 업계 독보적 1위 진로가 처음으로 20도대 소주 진로(25도)를 선보인 것. 이후 1998년 23도 참이슬의 등장으로 20대 초반까지 내려왔고 2001년 산(22도)이 나오면서 참이슬도 2001년 22도, 2005년 21도 조정을 거듭했다.

두 번째 큰 변화는 2006년 2월 롯데주류가 부드러운 소주를 강조한 ‘처음처럼(20도)’을 출시하면서 시작됐다. 후발주자인 롯데주류가 처음처럼으로 시장에 반향을 불러오자 같은 해 8월 하이트진로가 19.8도 ‘참이슬 후레쉬’ 새롭게 출시해 20도의 벽을 무너뜨리고 19도 경쟁을 가속했다. 롯데주류도 2007년 7월 처음처럼을 19.5도로 낮췄고 두달 후 참이슬도 다시 19.5도로 도수를 내리면서 19도 경쟁은 일단락됐다. 당시 순한소주가 인기를 끌면서 무학이 ‘좋은데이(16.8도)’를 선보이기도 했다. 2010년 12월에는 하이트진로가 즐겨찾기를 선보이며 15.5도까지 도수를 낮췄지만 호응을 얻진 못했다.

이후에도 업체들은 조금씩 도수를 낮췄고 2014년에는 17도 선까지 떨어졌다. 7월 참이슬 후레쉬가 17.8도로 낮아졌고 12월에 처음처럼도 17.5도로 조정됐다.

그렇게 유지된 알코올 도수는 3년여 만에 다시 움직였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저도화 요구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1년 사이 국내 소비자의 도수 선호도 크게 하향됐다”며 “이에 따라 2년간 소비자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최적의 도수 17.2도로 제품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롯데주류도 변화를 고심 중이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점유율 1위가 움직인 만큼 검토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알코올 도수 인하가 원가절감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에 경쟁자들 역시 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주시장의 특성상 점유율 50%가 넘는 하이트진로가 도수 조정에 나선 이상 다른 업체들도 조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도수를 낮추면 원가도 절감되기 때문에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알코올 도수가 1도 낮아질 때마다 병당 10원가량 원가를 낮출 수 있다. 또 17도 미만이면 TV광고도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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