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스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스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기발한 설정과 독창적인 콘셉트, 관객 공포에 몰아넣어

존 크래신스키, 기획·각본·주연·감독 1인 4역 맡아 활약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공포영화가 나왔다.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감독 존 크래신스키)’는 ‘소리 내면 죽는다’라는 신선한 설정으로 소리를 내는 순간 공격받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숨 막히는 사투를 벌이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랫동안 인적이 끊긴 것으로 보이는 슈퍼마켓에서 ‘리(존 크래신스키 분)’는 아내 ‘에블린(에밀리 블런트 분)’, 세 자녀와 함께 아픈 아들 ‘마커스(노아 주프 분)’의 약을 찾아 헤맨다. 겉보기엔 단란하고 평화로워 보이지만 이 가족은 까치발로 걷고, 숨 쉬는 것 외에 어떠한 소리도 내지 않는다. 유일한 대화 수단은 수화다. 가족이 이토록 조심하는 이유는 소리가 나면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전 세계를 파괴한 정체불명의 존재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다.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스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스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철없는 막내는 소리 나고 불이 반짝이는 장난감 비행기를 품에 안고 오지만 아버지 리는 단호하게 내려놓으라고 타이른다. 청각 장애를 가진 큰딸 ‘레건(밀리센트 시몬스 분)’은 막내에게 건전지를 뺀 비행기를 손에 쥐여주고, 뒤에 벌어질 일을 예상하지 못한 막내는 건전지를 손에 쥐고 뒤따른다.

청각은 공포를 가장 예민하게 느끼는 감각 중 하나다. 이 때문에 많은 공포영화는 다양한 소리를 활용해 관객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영화는 침묵과 공포라는 아이러니한 소재를 활용해 일상의 작은 소리에서 나오는 공포로 대사 없이 오감을 자극한다.

영화 초반 ‘바스락바스락’ ‘사각사각’ 바람이 갈대를 스치고, 숲속의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린다. 음향만 들으면 ‘리틀 포레스트’ 등과 같은 휴먼 드라마가 떠오르지만 이는 일상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리를 최소화해 위태롭게 사는 주인공들의 생존방법이다.

쉿, 소리 내면 죽는다

전 세계에 몇 명이 생존해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사람들은 봉수(烽燧)처럼 불을 피워 건너편 마을의 생존자를 확인한다. TV와 라디오 등은 끊긴 지 오래이며 정부와 군대, 경찰은 자리를 비웠다.

일상적인 소음이 바로 죽음을 불러일으킨다는 설정에 따라 관객은 러닝타임 30분이 지나도 배우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이에 관객은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팝콘 먹는 소리나 의자를 움직이는 소리를 내지 않고 숨죽여 영화를 관람한다. 작은 소리에 집중하다 보니 주인공이 위기에 닥친 순간, 관객도 비명은커녕 숨소리조차 내지 않으려 입을 손으로 막는다. 영화에서 소리가 나는 상황은 흔치 않기 때문에 소리가 등장하는 순간 더욱 강렬한 박진감을 느끼게 된다. 존 크래신스키 감독의 연출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스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스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미국 드라마 ‘더 오피스’ 시리즈를 통해 국내 많은 팬을 보유한 존 크래신스키는 어떤 위기가 닥쳐도 가족의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연구에 매진하며 묵묵히 견뎌내는 헌신적인 아빠 리로 분해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기획, 각본, 주연, 감독까지 1인 4역에 도전했다.

존 크래신스키는 “시시각각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날 사랑해주고 믿어줄 사람을 곁에 둔다는 것, 가족을 포함해 누군가와 함께할 때 발휘되는 특별한 힘을 그려내고 싶었다”며 “부모가 자식을 키우면서 하는 걱정과 두려움, 한계마저 뛰어넘어야 한다는 강박적인 공포를 은연중에 반영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스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스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그는 소음으로 가득한 현실에서 가족이 24시간 내내 소리 내지 않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고안해야 했다. 발소리가 들리지 않게 모랫길을 만들고 집 마룻바닥에 페인트를 칠해서 나무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게 했다. 청각 장애를 가지고 있는 첫째 딸 레건 덕분에 가족은 모두 수화로 대화했다. 이 때문에 실제로 청각 장애를 지닌 배우 밀리센트 시몬스와 배우들이 친밀한 소통을 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존 크래신스키 감독은 실제 부부 관계인 배우 에밀리 블런트와 부부로 출연한다. 둘은 실제 부부가 보여줄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호흡과 애틋한 관계를 실감 나게 그려내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펼치는 가족애를 그려낸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100%를 기록한 ‘콰이어트 플레이스’가 스타 배우와 유명 감독 없이 파격적인 장르와 콘셉트로 주목받았던 ‘겟 아웃’ ‘해피 데스 데이’의 흥행 바통을 이어받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영화는 1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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