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노무현 정부를 칭찬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오늘의 당·정·청을 보면서 한 가지 짚어볼 것은 있다. 노 전 대통령 지지 세력이 뜻을 모아 기적같이 노무현 정권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지지정당은 물론 정부 나아가 노란색의 팬클럽까지 무조건 지지가 아닌 자체적 건전한 비판과 견제세력이 되려 했고, 노무현 정부의 성공을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현실정치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감상과 낭만에 치우친 즉흥적 정책과 통치는 노 정권의 거침없는 추락을 견인하며 끝내 비극적 마감을 가져왔다.

그리고 원하지 않은 세력에게 정권을 넘겨야 했고, 오랜 세월 인내하며 준비해 왔고, 그 결과는 보수 정권의 부패와 타락이라는 반대급부로 인해 오늘의 문재인 대통령을 탄생시켰고, 과거 정권의 부정적 인식은 학습효과를 가져오게 함으로 문 정부는 새로운 나라, 정의롭고 차별이 없는 나라, 사람이 중심이 되는 세상을 만들겠다며 국민들에게 다시 다가왔고, 시작과 함께 그 여정은 높은 지지를 받으며 1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

높은 지지임에도 국민들은 왜 불안감을 지울 수 없으며, 그 불안감의 원인은 도대체 뭘까.

시작과 함께 달려온 1년여를 보면서 지각 있는 국민들은 과연 어떻게 평가할까. 현 정부 지지 세력은 과거 노 전 대통령의 추락을 다시는 반복하지 말자며 무조건 일치와 옹호와 방패막이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힘을 얻는다. 그 결과 여당은 과거 그 어느 정부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반대 목소리 하나 없는 완전한 로봇으로 사육당하고 있으며, 정부부처는 관망만 해야 하는 주종관계의 전형으로 길들여져 가고 있으며, 문 대통령의 지지모임인 팬클럽은 노 정권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으로 정권의 지원 아래 ‘찍히면 죽는다’는 유행어처럼, 오늘날의 팬덤 문화를 주도하며 반대여론에 대해서 마녀사냥식 공격으로 그 근원의 싹까지 잘라버리며 현 정부와 여당을 엄호하는 친위대가 되어 풍문과 여론을 완전 장악했다.

마치 식물인간을 방불케 하는 당·정의 모습은 속절없어 보이며, 한편으로는 지지도에 취해 자만과 교만이 너무 일찍 찾아와 과거 정권이 잘못 간 그 어그러진 길을 어느덧 답습하며 즐기기까지 하는 모습은 측은해 보이기까지 하다.

1년 전, 대선유세에 나선 반기문 후보는 “정치를 바꾸자”고 했고, 문재인 후보는 “정권을 바꾸자”고 주장했다. 문 후보의 생각이 오늘 문 대통령은 물론 그와 함께하는 세력에 있어선 말이 씨가 된 듯해 보인다. 낡고 부패한 정치의 그 근원에는 잿더미 속에서 살아나기 위해 몸부림쳤던 정치 환경 속에서 어쩔 수 없이 형성된 정치·사회 구석구석 쌓여 있는 퇴행적 제도를 개선 내지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가 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청산이라는 이름으로 과거 역사와 정권을 적폐로 몰아 대한민국은 지금 두 개의 국민으로 갈라놨으며, 문 대통령 자신 또한 소통과 협치를 배척한 채, 지지자들만을 위한 반쪽 대통령이 되기를 희망하는 어처구니없는 통치자의 면면을 국민들에게 보이고 있다. 과거 서북청년을 앞세워 반대세력을 처단하던 역사는 지금도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부패와 부정을 낳은 헌법을 개정하는 일에도 본질 대신 일부러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통령 개헌안이 발의된 상태에서 야당의 개헌안 요구에 쩔쩔매며 청와대 눈치를 봐야 하는 식물 여당의 모습은 과거와 조금도 달라진 게 없다. 교육·국방·환경·사회·비트코인 정책 등 정부부처와의 엇박자는 문 대통령의 보이지 않는 독선이 반영된 사례로 기억될 것이며, 건건이 발생하는 청와대 독주 행정은 정부부처를 무기력하게 하는 원인이 됐다. 특히 지구촌시대에 걸맞은 외교정책이 필요하지만 외교 책임자는 대통령의 눈치만 봐야 하고, 능동적 외교행보가 보이지 않는 것은 외교부의 능력 부족인지 청와대의 독선 때문인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오늘 대한민국의 외교와 안보는 그 어느 때보다, 그 무엇보다 엄중하지만 일방통행이다.

남북교류에 있어서도 스포츠는 물론 경제교류까지 정부주도형으로 완전히 복귀한 상태다. 스포츠와 경제·종교 등 민간교류에 대한 정부의 역할은 승인절차일 뿐이라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다. 아니면 정부는 정부대로 민간은 민간대로 하면 되는 것을 굳이 정부만이 하겠다고 제지할 필요는 없다. 과거 정부의 정부주도형 남북교류를 극렬 비난해 오던 입장을 놓고 볼 때 이율배반의 모범사례다.

노력은 할 수 있겠지만 정치와 외교로는 통일과 평화를 기대할 수는 없다. “염불보다 잿밥에 더 관심이 많다”는 속담과 같이, 진정한 통일과 평화를 위해서라기보다 정치적 계산이 더 크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의 통일과 평화의 문제는 특정인의 생각으로 진행해 간다는 것 자체가 욕심이며 불법이다.

부적절한 행동이 드러난 김기식 금감원장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 역시 내로남불식 자기중심적 오만이 현 정권에 자리 잡았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렇듯 민심에 귀 닫은 청와대가 평화통일이라는 민족의 숙원을 제대로 이룰 수 있겠는가.

결국 평화통일은 민간에 의한 자연발생적이며 가장 원초적으로만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 반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잘 모르는 것 같아 모든 것을 알려 주는 것이며, 아직 3년 이상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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