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글자: 한글디자인’ 특별전에서 공개된 작품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9
‘소리×글자: 한글디자인’ 특별전에서 공개된 작품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9

세종 즉위 600주년 기념전

제2회 ‘한글실험프로젝트’

국내외 작가 9개팀 작품공개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소리를 바탕으로 글자를 만들어 만물의 정(情)을 통하게 하였다.’

이는 조선시대 집현전 학자 정인지가 ‘훈민정음’ 해례본 서문에 기록한 글이다. 집현전을 통해 한글을 창제하고자 한 세종대왕은 백성들의 눈높이에 맞춰 배우기 쉽게 하려고 발음기관과 발음을 본 떠 글자를 만들었다.

이와 관련, 국립한글박물관(관장 박영국)은 ‘소리×글자: 한글디자인’ 특별전을 4월 9일 개최했다. 특별전은 세종즉위 600주년(탄신 621돌)을 기념하고 한글디자인 발전의 계기를 위해 마련됐다. 이번 전시는 박물관이 지난 2016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한글실험프로젝트’의 두 번째 전시다.

박물관은 한글디자인의 다양한 가능성을 찾고자 여러 방법으로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이번 한글프로젝트의 주제는 ‘소리’다. 한글은 소리가 나고 들리는 이치와 체계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상징화하고 시각화한 새로운 글자 체계이다. 이 부분을 박물관은 주목했다.

박영국 국립한글박물관 관장은 “한글은 우리의 소통수단이자 문화를 담고 있다. 또 한국의 국가브랜드”라며 “한글디자인 창작과 나눔의 장으로써 박물관의 역할을 확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동시대의 이슈와 현재를 반영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한글디자인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국립한글박물관이 9일 오전 ‘소리×글자: 한글디자인’ 언론공개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특별전은 세종즉위 600주년(탄신 621돌)을 기념하고 한글디자인 발전의 계기를 위해 마련됐다.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국립한글박물관이 9일 오전 ‘소리×글자: 한글디자인’ 언론공개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특별전은 세종즉위 600주년(탄신 621돌)을 기념하고 한글디자인 발전의 계기를 위해 마련됐다.

◆소리담는 글자 ‘한글’

전시는 총 2부로 구성됐다. 먼저 1부 ‘소리를 담는 글자, 한글’에서는 소리가 글자가 되는 한글의 탄생 원리에 초점을 맞췄다. 소리가 글자로 표현될 수 있는 근거로 세종은 소리가 나오는 발음 기관을 찾았다. 말소리에 따라 달라지는 발음 기관의 특징을 연구해 한글을 만든 것이다.

한글의 기본 글자는 발음 기관이나 발음하는 모양을 본떠 만든 자음 5개(ㄱ, ㄴ, ㅁ, ㅅ, ㅇ)와 하늘, 땅, 사람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모음 3개(ㆍ,ㅡ,ㅣ)로 구성됐다. 기본 글자 8개를 알면 최대한의 소통을 누릴 수 있는 소리글자가 바로 한글이다. 한글은 소리의 특징을 글자 모양에 반영해 글자를 확장시켰기 때문에 소리 성격이 비슷한 글자들은 모양이 비슷하다.

이 같은 한글의 탄생 원리, 소리와 한글의 상호적 관계는 한국어에 발달한 의성어와 의태어를 통해 직관적으로 시각화할 수 있다.

또한 전시장에는 도시인의 일상 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의성어와 의태어를 중심으로 ‘소리’가 ‘글자’로 탄생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연출했다.

공개된 작품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0
공개된 작품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0

◆글자에 담긴 소리 차이는?

2부 ‘소리×글자×디자인’에서는 각 글자에 담긴 소리의 차이를 다뤘다. 특히 ‘소리 길’ ‘소리 시각’ ‘소리 기록’ ‘소리 채집’ 등 4가지 관점에서 해석한 9팀의 작품이 공개됐다. 전시 출품작 모두 국립한글박물관과 디자이너가 오랜 시간 협업해 만든 것이다.

전시에 참여한 김윤태, 김현석, 네임리스, 빠키, 석재원, 왕현민, 장성, 정진열, 하지훈은 현재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들이다. 건축, 가구, 그래픽, 영상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은 실험적 관점에서 한글디자인을 새롭게 조명했다. 작가 석재원의 ‘한글 포르타멘트’는 포르타멘트에서 고안해 낸 작품으로, 한 음에서 다음 음으로 옮겨질 때 그 사이에 존재하는 음을 표현해 낸 것이다. 예컨대 ‘ㄱ’의 경우 앞으로 쭉 퍼져나가는 소리, 그 안에 담긴 미세한 진동 하나하나를 작품 속에 표현해 냈다.

조합 문자인 한글의 특징을 보여주는 생활 소품인 ‘한글 소반’ 작품도 공개됐다. 자음과 모음으로 구성된 각각의 레이어가 조합되며 문자로 만들어지는 모습을 생활소품에 적용해 한글이 갖는 특징을 사용자가 은유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공개된 작품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0
공개된 작품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0

김은재 학예사는 “훈민정음 해례본에 보듯 글자는 소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라며 “전시를 통해 관람객은 한글의 철학적, 디자인적인 것 등 새로운 부분에 관심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한글박물관은 매해 국내외를 넘나들며 ‘한글실험프로젝트’를 전시‧홍보해 관람객에게 한글문화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있다. 제3회 한글실험프로젝트는 2019년 새롭게 문을 여는 주한프랑스문화원 국외전을 시작으로 또 다른 한글디자인을 가지고 관람객을 만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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