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지헌 기자] 영화 ‘덕구’의 배우 이순재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며 웃고 있다.이순재는 이날 “‘덕구’를 통해 가족애를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이런 작품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3
[천지일보=김지헌 기자] 영화 ‘덕구’의 배우 이순재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며 웃고 있다.이순재는 이날 “‘덕구’를 통해 가족애를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이런 작품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3

 

영화 ‘덕구’서 덕구할배 역 맡아 열연… 노개런티로 연기해

62년 차 현역 최고령 국민 배우… 다양한 장르서 왕성하게 활동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62년간 현역배우로서 한해도 쉬지 않고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며 후배들과 대중들에게 존경을 받는 배우 이순재. 그가 출연한 영화는 100여편, 드라마는 120여편, 연극은 수십여편으로 셀 수 없이 많다. 현역 최고령 배우이자 최고참 배우인 그는 시트콤, 로맨스, 휴먼드라마, 연극 등 장르와 관계없이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지난 2011년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로 최고령 해외영화제 연기상을 받은 그가 7년 만에 영화 ‘덕구(감독 방수인)’로 스크린에서 뜨거운 감동을 선사한다.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덕구’는 마을의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으며 생계를 이어가는 ‘덕구 할배(이순재 분)’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자 세상에 남겨질 ‘덕구(정지훈 분)’와 ‘덕희(박지윤 분)’를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는 이야기다.

이순재는 손주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덕구 할배로 분해 강직한 모습 뒤로 세월 앞에서 작아져 가는 우리네 할아버지의 모습을 표현한다.

[천지일보=김지헌 기자] 영화 ‘덕구’의 배우 이순재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순재는 이날
[천지일보=김지헌 기자] 영화 ‘덕구’의 배우 이순재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순재는 이날 "'덕구'를 통해 가족애를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이런 작품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3

 

 

개봉에 앞서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국민배우 이순재를 만났다. 그는 희끗희끗한 머리에 다부진 체격, 걸걸한 목소리로 환하게 웃으며 기자들을 맞이했다. 연이은 홍보 인터뷰 때문에 힘드시지 않으냐는 기자의 첫 질문에 이순재는 “어른이라고 나밖에 없으니까 내가 열심히 해야 한다. 정지훈이나 (박)지윤이가 와서 인터뷰하겠느냐”며 “이렇게 찾아주니 감사하다. ‘그게 영화냐’라면서 관심이 없으면 얼마나 쓸쓸하겠어”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 영화에서 그가 맡은 배역은 자신의 이름이 없는 ‘덕구 할배’다. 게다가 그는 이번 영화에 노개런티로 출연했다. 그가 이름도 없이 노개런티로 영화에 출연한 이유는 뭘까.

“‘덕구’는 저예산 영화여서 많이 줄 것 같지도 않더라고. 그래서 받지 않는다고 했지(웃음). 또 우리 나이에 작품의 주연을 맡는 건 쉽지 않아. 이 분야에 나이 많은 사람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지. 근데 내가 주연이고, 시나리오를 보니까 앞뒤가 잘 맞았지. 억지스럽거나 무리 되는 요소가 없었어. 사실적이고 가족에 대한 사랑도 담겨서 우리 정서에 딱 맞는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무조건 참여한다고 했어.”

[천지일보=김지헌 기자] 영화 ‘덕구’의 배우 이순재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며 웃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3
[천지일보=김지헌 기자] 영화 ‘덕구’의 배우 이순재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며 웃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3

 

작품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낸 그는 “영화는 다문화가정에 대한 일부 오해를 극복시킬 수 있다는 데에도 의미가 있다”며 “한국으로 시집온 외국 여성들이 핍박받다가 도망간 사례가 있으니까 그렇지 않은 대다수의 사람도 있다는 것을 다른 나라에 알릴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어 “요즘처럼 블록버스터, 재난, 체재 비판 영화가 주를 이루는 스크린에서 따뜻하고 정감 있는 영화가 나왔으면 했다. 이 영화가 잘돼서 영화시장에 다양성을 유지하면 좋겠다”며 “내 연령대의 배우가 주인공을 할 수 있는 작품이 별로 없다. 앞으론 한 장면만 나오더라도 존재의 의미를 찾으려 한다”고 덧붙였다.

‘덕구’ 주된 장르 아냐… 잘 돼서 영화시장 다양성 유지되길

가장 어려운 역할은 평범한 역, 비중 없지만 중심 잘 잡아야

끊임없이 새롭게 도전하는 게 중요해…이것이 버티는 생명력

이순재는 평소에도 캐릭터와 동일시 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철학을 지키고 있다. ‘덕구’에서도 마찬가지다. 덕구 할배로 분한 그는 촬영 의상 그대로 시장을 누비고 다녔다. 이때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상황을 묻자 이순재는 “설마 내가 올 줄 몰랐을 것이다. 촬영하려고 시장에 들어갔는데 못 알아보더라”며 “영화 찍는 게 소문났으니까 나중에서야 사람들이 알아보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배우는 창조하는 것이다. 배우는 백지 상태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게 내가 아는 상식”이라며 “역할에 따라 옷을 입혀나가야 한다. 그래서 노란색이 특징이라면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천지일보=김지헌 기자] 영화 ‘덕구’의 배우 이순재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3
[천지일보=김지헌 기자] 영화 ‘덕구’의 배우 이순재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3

 

연예인 전체를 통틀어 송해가 유일한 고참인 이순재지만 그에게도 아직 어려운 연기가 있다. 이순재는 “가장하기 어려운 역할은 평범한 역할이다. 특히 가장이면서 자기 주장할 줄 모르고, 마음은 좋아서 성질도 잘 안 내는 소시민적인 캐릭터”라며 “평범한 가운데 적절하게 표현하고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별로 하는 비중이 없으나 중심을 잡아가야 한다. 그게 그 역을 잘 소화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역할을 맡은 배우를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하는 내내 그의 연기 열정은 사그라질 줄 몰랐다. 이순재는 어디서 그런 열정이 나오느냐는 질문에 “평생 이것밖에 할 게 없고, 아직 과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의욕이 생기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똑같은 걸 반복하면 싫증 나지만 예술가의 창조력은 끝이 없다. 명작은 할 때마다 새로운 발견을 하니까 재미있다”며 “끊임없이 새것에 대해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같은 배우들도 나이를 먹었지만 하나의 역할을 맡게 되면 ‘어떻게 잘 해볼까’하는 의욕이 있다. 이것이 버티는 생명력”이라고 강조했다.

“배우는 의지를 갖추고 있어야 하지. 보통 끼나 선천적 재능을 이야기하는데 그건 부분적인 조건이야. 단역배우가 점점 차고 올라오더니 주인집 안주인 자리를 꿰찬 사례가 있어. 그건 의지로 극복한 거야. 배우 완성은 거의 노력으로 되는 거지. 노력 없이 선천적 재능만 가지고 있으면 애들 장기자랑 할 때나 쓰지 아무 소용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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