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형 (사)동아시아평화문제연구소 소장

 

선전은 1979년 중국의 경제특구로 선포된 이래 놀랄 정도로 성장했다. 이 도시는 인구도 40년 만에 30만명에서 1200만명으로 늘어났고, 전자, 제약, 화학, 방직 등의 제조업으로도 유명해졌다. 중국 정부는 선전 산업단지에 창업자와 기술지주회사를 함께 정착시키고 예산을 집중 투자해 ‘기술과 시장의 연결’ ‘기술과 생산력의 결합’ ‘기술과 정책의 연계’를 통해 선전을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육성해 왔다. 이제 중국은 짝퉁과 특허도용의 나라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모방을 통한 한 단계 더 높은 창조’의 경지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2002년 선전시는 베이징대, 칭화대, 하얼빈공대와 공동으로 유니버시티타운을 건립했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첨단산업 분야 스타트업(초기 창업기업)에 열을 올리고 있고, 400여 개의 투자회사가 이들과 연계돼있다. 이 타운에서 운영되는 자산 규모가 10조원에 달한다고 하니 그 열기를 가늠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2017년 약 500만개의 기업이 새로 생겨났다. 이러한 창업 정신이 게임 및 메신저업체 텐센트(1998),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1999), 검색 포털 바이두(2000), 휴대폰 및 전자산업체 샤오미(2010) 등을 이끈 것이다. 

선전에서 이처럼 창업이 활발한 이유는 무엇일까. 노희진 선전 한단과기유한공사 대표는 “선전에서는 투자를 받아서 사업을 시작하고 한국에선 빚을 내서 창업을 한다”고 말했다. 선전에서는 2분 꼴로 1개 기업이 생겨나며 현재 이곳 기업 수는 110만개 이상이라고 한다.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창업이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프레퀸에 따르면 벤처투자자가 창업 후 초기자본 회수까지 걸리는 평균 기간이 한국은 12년, 미국은 7년, 중국은 4년이라고 한다. 그만큼 중국에서는 정부지원과 창업자들의 열기가 대단하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청년 실업률은 9.9%로 청년 실업자 수는 43만 5000명이었다. 중국의 경우 매년 약 60만명이 창업을 하고 있다는데, 이것은 청년들의 개척정신, 정부의 배려, 기업가들의 투자 노력이 융합해 시너지 효과를 거둔 덕분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청년들도 안정된 직업만을 찾기보다는 창업이나 해외 일자리를 찾으면 어떨까. 기업들도 연공서열식 관리체제를 탈피하고, 참신한 인재발굴에 투자를 집중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중국은 2015년부터 창업절차를 간소화 했고, 행정규제를 최소화했다. 한국은 매년 연구개발에 20조원씩을 투자하고 있지만 이공계 석·박사 80% 이상이 대학과 연구소에만 앉아 있는데, 선전에선 연구원들이 시장에 직접 뛰어들고 있다고 한다. 

이제 우리 정부에서도 새로운 성장동력의 하나인 청년 창업을 위해 선전과 같은 산업단지를 조성해줌으로써, 청년들이 도전적으로 창업전선에 뛰어들어 스스로 일자리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하고, 기업들도 청년들의 창업기술을 시장에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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