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가자 경계선에서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인 시위대가 '고향땅 귀환' 행진에 나서며 봉쇄선 가까이서 타이어를 태우고 있다. 봉쇄 펜스 아래에 이스라엘 군인 차량이 보인다. (출처: 뉴시스)
6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가자 경계선에서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인 시위대가 '고향땅 귀환' 행진에 나서며 봉쇄선 가까이서 타이어를 태우고 있다. 봉쇄 펜스 아래에 이스라엘 군인 차량이 보인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누가 이스라엘을 막을 수 있을까.’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에서 또 ‘피의 금요일’ 유혈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국제사회 등이 이스라엘군의 무력진압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현지시간) AFP통신,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간 보안장벽 인근에서 발생한 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이스라엘군의 충돌로 팔레스타인인이 7명이 숨지고 408명이 다쳤다고 팔레스타인 보건부가 밝혔다.

지난달 30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보안장벽 근처에서 진행된 ‘땅의 날’ 시위에서도 이스라엘군의 실탄에 팔레스타인 주민이 최소 18명이 숨지고 1400여명이 부상했다. 6주간으로 예고된 이번 땅의 날 저항 과정에서 발생한 팔레스타인인 사망자는 2014년 가자지구 전쟁 이후 최대 규모로 기록되고 있다.

이같이 매주 시위에서 벌어지는 유혈사태의 원인으로는 이스라엘의 과도한 무력사용이 꼽힌다.

이스라엘 정부는 매번 정당한 공권력 행사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SNS 등을 통해 전해지는 영상에서 이스라엘군이 어린이와 노약자가 포함된 무방비 상태의 시위대에 실탄을 발사하고, 도망가는 시위자들에 총격을 가한 모습이 전해지면서 이들의 무력진압 실태는 국제사회의 도마 위에 올랐다.

2014년 팔레스타인 하마스와 이스라엘군이 맞붙은 가자지구 전쟁 당시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최소 1462명이 숨져 (유엔 집계 기준) 국제사회의 비판이 커졌으나 이스라엘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력진압에 대한 어떠한 책임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국가를 지키려는 행동”이라고 치켜세우고 있다.

이같이 이스라엘이 민간인들에 대한 살육을 버젓이 할 수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팔레스타인 주민의 무고한 죽음에도 이스라엘에 아무런 정치적 대가가 따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2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이를 가능케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미국의 절대적 지지와 압도적인 군사력이 거론된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전통 우방으로, 이스라엘을 정치·경제·군사적으로 지원하며 감싸왔다.

6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자치구역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미국 성조기를 불태우고 있다. (출처: 뉴시스)
6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자치구역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미국 성조기를 불태우고 있다. (출처: 뉴시스)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유혈사태 다음 날인 지난 3월 31일 긴급회의를 열고 가자 접경지대의 충돌 중단과 독립적인 조사를 촉구하는 성명 초안을 작성했지만, 이마저 미국의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미 국무부의 헤더 나워트 대변인은 유혈사태에 대해 미국이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했으나 백악관 중동정책을 주도하는 제이슨 그린블랫 국제협상 특사는 “적대적 행진”의 책임이 하마스에 있다며 이스라엘 편을 들었다.

특히 지난해 12월 국제사회의 거센 반대에도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의 공동 성지인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 대사관을 이전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의 지원에 힘입어 이스라엘은 그간 국제사회의 비판적 목소리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왔다. 앞서 2016년 12월 유엔 안보리는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 등 팔레스타인 자치령에서 유대인 정착촌의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으나 이스라엘은 이를 무시하고 동예루살렘 등에 정착촌 건설을 강행했다.

중동에서 최강으로 평가되는 이스라엘의 군사력도 이들의 ‘마이웨이’에 한 몫을 한다.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이후 4차례의 중동전쟁을 거치면서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아랍권에 큰 패배를 안겼으며 특히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동예루살렘을 점령하면서부터는 유엔의 비판에 귀를 닫아왔다.

지난달 4일 팔레스타인 자치구역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해 숨진 팔레스타인인 농부의 장례식에 참석한 가족들이 눈물흘리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달 4일 팔레스타인 자치구역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해 숨진 팔레스타인인 농부의 장례식에 참석한 가족들이 눈물흘리고 있다. (출처: 뉴시스)

WP는 팔레스타인이 이웃 아랍국가로부터 도움을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란 점도 이스라엘이 정치적 책임을 지지않는데 영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랍권 국민은 팔레스타인에 측은지심을 보이지만 이란과의 패권 다툼 등 다른 관심사를 가진 역내 지도자들 사이에서 팔레스타인이 골칫거리로 전락해 이들의 편을 설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세력 다툼도 팔레스타인의 국면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아 힘을 모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다음 달 계획된 미국대사관 예루살렘 이전을 앞두고 가자지구 유혈충돌은 더욱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내달 이스라엘의 건국 70주년(5월 14일)에 맞춰 텔아비브에 있는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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