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전형민 기자] 29일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사퇴의사를 밝힌 정운찬 총리의 활동은 ‘세종시 명운’과 거의 일치한다.

한국 거시경제학의 ‘대가’로 불리던 그는 서울대 총장을 거쳐 야당의 대권주자로 분류되기도 했었지만 지난해 9월 개각 당시 이명박 정부 제2대 총리로 지명되며 중앙 정치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정국의 ‘뜨거운 감자’였던 세종시 수정안에 찬성하는 의사를 밝히며 여야의 첨예한 대립의 중심에 섰던 정 총리는 취임직후 세종시 수정안 관철을 위해 자신의 고향인 충청권을 찾아나서는 등 광폭행보를 보이며 의욕적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취임 전에 있는 인사청문회부터 이어진 말실수로 인해 깨끗하던 학자의 이미지에 흠이 생기기 시작했고 급기야 대정부질문에서는 ‘731부대는 항일독립부대’ 등의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하면서 충청권에 기반을 둔 자유선진당과의 잦은 마찰을 빚었고 한나라당 내 친박(친박근혜)계와도 갈등을 겪으면서 정 총리의 정치적 입지는 급속도로 좁아졌다.

6.2 지방선거를 통해 ‘이명박 정권심판’에 손을 들어준 표심은 여당이 추진하는 국정 현안에 제동을 거는 도화선으로 작용하기 시작했고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직접 반대토론에 나서는 등 강력한 반발로 인해 결국 ‘세종시 수정안’은 역사의 뒤안길로 묻히며 정 총리를 압박했다.

지방선거 패배와 세종시 수정안 국회 부결 이후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정 총리는 사퇴의사를 밝혔지만 대통령은 수용하지 않았다.

이날 정 총리가 전격적으로 사퇴의사를 밝힌 이유는 재보선 압승으로 인해 대통령의 하반기 국정 운영에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고,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된 이후 자리를 연연할 이유가 없어진 시기 중 가장 명예롭게 물러날 수 있는 시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음 달 초로 예정된 개각에서도 대통령의 선택을 보다 넓혀줄 수 있다는 점이 자신의 거취를 분명히 할 이유로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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