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차은경 기자] 깡깡이예술마을의 상징조형물. 마을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대평동 2번 마을버스 종점 로터리 맞은편 화단에 세워져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6
[천지일보=차은경 기자] 깡깡이예술마을의 상징조형물. 마을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대평동 2번 마을버스 종점 로터리 맞은편 화단에 세워져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6

대한민국 근대 조선산업 발상지

70년대 원양어업 붐으로 전성기

조선경기 불황으로 침체위기 오다

 

도시재생 사업으로 다시 활력

깡깡이 마을만의 특색 잘 담아내

40년 넘은 ‘양다방’도 인기

[천지일보 부산=차은경 기자] 유난히 추웠던 겨울이 지나가고 봄바람이 살랑 불어오는 3월의 끝자락, 한적한 마을에 울려 퍼지는 ‘깡깡’ 소리와 코끝을 간질이는 바다냄새가 매력적인 부산 영도 깡깡이 마을을 찾았다.

자갈치시장 건너편 영도대교와 남항대교가 맞닿은 곳에 위치한 이곳은 바다였던 곳을 모두 매립해 조선소를 세워 조선업이 발달하게 된 곳이다. ‘대평동에선 못 고치는 배가 없다’는 말이 전해져 내려오는 근대 조선 수리업의 메카다. 옛날에는 배를 만드는 신조 작업도 많이 이루어졌으나, 현재 깡깡이 마을의 조선소는 수리 작업이 주를 이룬다고 한다.

이름도 생소한 ‘깡깡이’는 수리조선소에서 배 표면에 녹이 슬어 너덜너덜해진 페인트나 조개껍데기를 망치로 두드려 벗겨낼 때 ‘깡깡’ 소리가 난다 하여 생겨난 말인데, ‘깡깡이 마을’이라는 별칭이 생긴 뒤 지금까지도 그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천지일보=차은경 기자] 수리조선소에서 ‘깡깡’ 소리가 난다 하여 ‘깡깡이 마을’로 불린 부산시 영도구 대평동은 근대 조선 수리업의 메카로 불린 곳이다. 조선업 불황과 함께 낙후됐던 이곳은 도시재생프로젝트로 아름다운 색채를 입고 거듭났다. 배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닻과 배를 움직이는 키를 소재로 제작한 ‘대평의 미래’ 작품.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6
[천지일보=차은경 기자] 수리조선소에서 ‘깡깡’ 소리가 난다 하여 ‘깡깡이 마을’로 불린 부산시 영도구 대평동은 근대 조선 수리업의 메카로 불린 곳이다. 조선업 불황과 함께 낙후됐던 이곳은 도시재생프로젝트로 아름다운 색채를 입고 거듭났다. 배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닻과 배를 움직이는 키를 소재로 제작한 ‘대평의 미래’ 작품.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6

◆고물상부터 다방까지 60~70년대 모습 간직

이곳 깡깡이 마을은 6.25 이후 60~70년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좁은 골목길 사이로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고물상부터 다방까지 낡고 오래된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마치 과거로 되돌아간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이 같은 모습은 한국전쟁 시기에 이북지역, 특히 함경도에서 온 피난민들이 모여 살게 되면서 형성됐다. 한 지붕 아래 여러 식구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부대끼며 살았을 판잣집은 피난민의 가슴 아픈 삶의 애환이 깃들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골목 곳곳에는 선박에 사용하던 각종 기자재들이 놓여있다.​ 이제는 녹슬어버린 공구와 자재들에는 세월의 흐름이 그대로 묻어난다.

[천지일보=차은경 기자] 동명철공 창고에 그려진 대형 그림. 수리조선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이미지로 표현했다. 낡고 허름했던 건물에 화려한 색의 페인트칠과 벽화로 새 옷을 입히니 거리에 활력이 넘치고 느낌도 산뜻하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6
[천지일보=차은경 기자] 동명철공 창고에 그려진 대형 그림. 수리조선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이미지로 표현했다. 낡고 허름했던 건물에 화려한 색의 페인트칠과 벽화로 새 옷을 입히니 거리에 활력이 넘치고 느낌도 산뜻하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6

◆도시재생프로젝트로 다시 태어난 깡깡이 마을

깡깡이 마을은 구한말 부산으로 건너온 일본 어민들이 모여들면서 형성됐다. 어선을 수리하기 좋은 지형에 1887년 한국 최초의 근대식 조선소인 다나카조선소가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붐비기 시작했다.

조선소 부근에 부품을 파는 공업사들과 고철상, 수리조선소 등이 연이어 들어섰고 해방 후인 1970~80년대에는 한국 원양어업의 호황과 더불어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이후 조선업 불황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마을을 떠났고 건물은 낙후됐으며 동네의 활력도 눈에 띄게 줄었다.

이런 와중에 부산시가 감천문화마을에 이어 두 번째 문화예술형 도시재생프로젝트의 대상지로 깡깡이 마을을 선정했다. 여기에 지역의 사회문화디자이너들이 모인 로컬액션그룹 플랜비문화예술협동조합이 가세하면서 마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천지일보=차은경 기자] 과거 영도 대평동에서 녹슨 배의 표면을 걷어내기 위해 고된 망치질을 했던 ‘깡깡이 아지매’를 그린 거대 벽화.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6
[천지일보=차은경 기자] 과거 영도 대평동에서 녹슨 배의 표면을 걷어내기 위해 고된 망치질을 했던 ‘깡깡이 아지매’를 그린 거대 벽화.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6

이 사업으로 깡깡이 마을의 모습은 조금씩 바뀌어 갔다. 낡고 허름한 건물들에 페인트칠을 하면서 새 옷이 입혀졌다. 건물 외벽에 깡깡이 마을의 실제 주민으로 50년 넘게 대평동에 사신 ‘한귀선 할머니’나, 과거 영도 대평동에서 녹슨 배의 표면을 걷어내기 위해 고된 망치질을 했던 ‘깡깡이 아지매’가 그려진 벽화를 엿볼 수 있다.

또한 낡은 공장에 깡깡이 마을의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영도 사람들’이나, 낡은 창고나 공업사의 벽면을 알록달록하게 페인팅한 작품들도 눈에 띈다. 낡고 어두침침한 공장에 색을 입히니 거리에 활력을 주고 느낌도 산뜻하다.

도색작업 외에도 마을 곳곳에 공원을 조성하고, 다양한 작품들을 배치하면서 깡깡이 마을을 주민 모두의 마당, 정원, 쉼터가 되도록 조성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깡깡이 마을만의 특색을 잘 담아냈다.

◆옛 모습 간직한 양다방

마을 한 바퀴를 도니 앉아서 쉴 곳이 필요하다. 그때 마을 어귀의 양다방이 눈에 띄었다. 세련된 요즘 카페와 달리 조금 촌스러운 모습이었지만, 호기심에 이끌려 다방 문을 열었다.

[천지일보=차은경 기자] 양다방 내부. 알록달록한 꽃무늬 벽지와 한눈에 봐도 오래된 탁자와 소파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못난이 인형, 호돌이 등 곳곳에 놓인 전통적인 장식품도 눈에 띈다. 일부러 복고풍으로 꾸민 것이 아니라, 옛날 다방을 고스란히 간직한 모습이 편안함을 준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6
[천지일보=차은경 기자] 양다방 내부. 알록달록한 꽃무늬 벽지와 한눈에 봐도 오래된 탁자와 소파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못난이 인형, 호돌이 등 곳곳에 놓인 전통적인 장식품도 눈에 띈다. 일부러 복고풍으로 꾸민 것이 아니라, 옛날 다방을 고스란히 간직한 모습이 편안함을 준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6

문을 여니 알록달록한 꽃무늬 벽지와 한눈에 봐도 오래된 탁자와 소파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못난이 인형, 호돌이 등 곳곳에 놓인 전통적인 장식품도 눈에 띈다. 일부러 복고풍으로 꾸민 것이 아니라, 옛날 다방을 고스란히 간직한 모습이 편안함을 준다.

이곳의 인기메뉴는 요즘 카페에서는 잘 팔지 않는 쌍화차다. 견과류가 듬뿍 들어가 있어 고소하고 씹는 맛이 있다. 또 계란 노른자가 들어가 있어 마지막에 호로록 하고 마시면, 아무리 독한 감기라도 바로 나을 것만 같다.

[천지일보=차은경 기자] 양다방 인기메뉴 쌍화차. 견과류가 듬뿍 들어가 있어 고소하고 씹는 맛이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6
[천지일보=차은경 기자] 양다방 인기메뉴 쌍화차. 견과류가 듬뿍 들어가 있어 고소하고 씹는 맛이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6

이곳 양다방은 원양어업 붐이었던 1970년대에 세워져 40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당시 1970~80년대에는 많은 어선이 선박을 수리하기 위해 대평동으로 몰려들었는데, 배가 보름에서 한 달씩 대평동에 정박해 있으면 대부분의 선원들은 멀리 가지 못했다고 한다. 그때 선원들의 유일한 쉼터가 됐던 곳이 다방이다. 선원들은 대평동 인근의 다방에서 낮 시간을 보내다가 밤이 되면 다시 배에 들어가는 생활을 하곤 했다.

예전에는 다방을 찾는 손님은 동네주민들과 선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은 옛날 다방을 추억하고자 하는 기성세대부터 다방을 체험하기 위한 젊은 친구들도 자주 찾는다고 한다.

다방의 매력에 흠뻑 취해 있다 나오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다. 옛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이곳, 영도 깡깡이 마을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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