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지솔 기자]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1일 오전 서울 광화문 종교교회(최이우 목사)에서 열린 ‘한국교회 3.1절 99주년 기념예배와 심포지엄’에서 찬양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기학 목사(예장통합 총회장), 유충국 목사(예장대신 총회장), 전명구 감독(기감 감독회장), 이영훈 목사(기하성 총회장).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1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1일 오전 서울 광화문 종교교회(최이우 목사)에서 열린 ‘한국교회 3.1절 99주년 기념예배와 심포지엄’에서 찬양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기학 목사(예장통합 총회장), 유충국 목사(예장대신 총회장), 전명구 감독(기감 감독회장), 이영훈 목사(기하성 총회장).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1 

통합 합의서 서명… 본격 논의

이단문제에 소송까지 암초 곳곳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지난해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는 ‘대통합’을 외치며 주요 교단연합기구들의 통합을 추진했다. 그러나 결과는 ‘각자도생’이었다. 각 단체 간 이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연합기관이 3개에서 4개로 오히려 하나 더 생겨나게 됐다.

그랬던 한국교회가 올해 또 다시 교단연합기관의 통합에 나섰다.

지난해 말 우여곡절 끝에 창립한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이 통합 논의의 대상이다. 지난 3일 ‘한기총 한교총 통합 합의서’를 순복음교회 교단지 국민일보 빌딩인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작성했다.

한기총과 한교총의 통합 합의서에는 ▲통합 합의 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양쪽에 통합결의를 마치고 통합 ▲7.7.정관을 기본 골격으로 하되 그 당시 가입된 교단은 특별한 이의 제기가 없으면 그대로 인정함, 그 이후 한교총·한기총 가입교단은 인정하되 문제가 되는 교단은 재심의해 받아들임 ▲양쪽 직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그대로 중계함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한교총에서는 예장합동 전계헌 총회장, 예장통합 최기학 총회장, 기하성여의도 이영훈 총회장이 서명했으며, 한기총에서는 엄기호 대표회장을 대신해 통합추진위원장 이태희 목사가 서명했다.

◆한교총, 창립 4달만에 통합?

한교총이 공식단체로 창립한 지 넉 달여 만에 통합논의가 나왔다. 출범 후 반년도 못돼 다른 단체와 통합할 기구를 교단장들은 왜 만들었을까.

한교총은 한국교회 교세의 바탕이 되는 주요 교단의 교단장들이 공동대표회장으로 이름을 올리며 매머드급 덩치를 자랑하며 지난해 12월 탄생했다. 하지만 창립 이후 이렇다 할 대외활동을 보이지 않으면서 ‘유령기구’라는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는 한교총의 창립 동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초 한교총은 한국교회를 대표해 적극적으로 활동할 목적성을 갖고 만들어진 단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교총은 한기총과 한기총에서 분리돼 결성된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을 통합시키기 위해 교단장들이 압박 수단으로 조직한 단체다. 지난 2016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1년 앞두고 대통합을 이뤄내자는 목소리가 높았고, 그 첫 번째로 도마에 오른 단체가 한기총과 한교연이었다.

한기총의 대표회장이었던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를 주축으로 주요 교단장들은 통합 촉구에 목소리를 더했다. 그러나 한교연은 한기총과의 분열 계기가 됐던 이단 논란 회원 교단에 대한 선 조치를 강하게 요구했고, 여론은 한교연을 향해 ‘통합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비난했다.

이후 지난해 1월 이 목사가 사회법 소송에서 패소해 한기총 대표회장직을 박탈당하면서 암초에 부딪혔다. 한기총은 새로운 수장 쟁탈전에 혼돈을 거듭했고, 통합 논의는 수면 속으로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구심점을 잃은 교단장들은 주도권을 잡기 위해 협의체 형태로 운영하던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를 정식 단체로 창립했다. 법인단체는 아니었다. 한교총은 제4의 신설 단체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거센 비판에 이렇다 할 공식적인 활동을 하지 못한 채 움츠러들었다.

1일 오후 서울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한국개신교 70여교단이 ‘2018 한국교회 부활절연합예배’를 열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등 4개 연합기관 대표들도 참여했다. 한기총 엄기호(오른쪽 첫 번째) 대표회장, NCCK 총무 이홍정(오른쪽 두 번째) 목사 등 한국교회 연합기관 대표들이 통성으로 기도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
1일 오후 서울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한국개신교 70여교단이 ‘2018 한국교회 부활절연합예배’를 열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등 4개 연합기관 대표들도 참여했다. 한기총 엄기호(오른쪽 첫 번째) 대표회장, NCCK 총무 이홍정(오른쪽 두 번째) 목사 등 한국교회 연합기관 대표들이 통성으로 기도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

◆정체성 잃은 거대 기구 ‘한교총’

다시 통합 논의가 재개된 때는 지난해 8월. 한기총의 새 수장을 뽑는 임시총회를 앞두고 한교총과 한교연이 손을 잡고 돌연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을 탄생시켰다. 이날 현수막에는 ‘창립총회’라는 타이틀이 붙었고, 대대적인 홍보가 이뤄졌다.

그러나 통합기관 행보는 전무했다.

한교연은 정관문제와 세부통합 절차 협의 요청이 묵살됐다며 지난해 11월 통합 결렬을 선언했다. 교단장들은 한교연을 제외하고 한기연을 창립할 계획을 세웠고, 한교연은 즉각 제동을 걸었다. 교단장들이 한기연 창립총회를 열기로 한 기일을 일주일도 채 남겨두지 않고 한교연의 명칭을 돌연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으로 변경했다.

교단장들은 예상치 못한 변수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교단장들은 한교총 명칭을 그대로 이어서 다시 한 번 창립총회를 했다. 결국 한교총은 수차례 비공식, 공식적 창립식만 수차례 거치며 탄생했지만 오히려 대외활동에는 족적이 드문 묘한(?) 단체가 됐다.

몸집만 거대할 뿐 대표성을 갖지 못한 한교총이 군소교단 집합체로 전락해 명맥만 유지하는 한기총과 통합을 추진해 한국교회 대표 기관으로 다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그러나 통합과정은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기총 내 회원교단 이단성 논란으로 교계 내 여론이 좋지 않고, 한기총 대표회장 엄기호 목사는 이번 대표회장 선거 후보였던 김노아 목사 측으로부터 직무정지가처분 소송 당한 상태로 아직 변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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