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솜 기자] 어느 나라가 무역전쟁에서 승기를 잡을까.
미국과 중국이 서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무역 전면전에 돌입하면 누가 승자가 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먼저는 중국의 표현처럼 승자가 없이 ‘양패구상(兩敗俱傷, 쌍방이 다 패하고 상처를 입음)’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중국에 비해 무역 의존도가 낮은 미국의 승리를, 미국 보다 고통 감내 능력이 높은 중국의 승리를 예측하는 의견도 팽팽하다.
미국과 중국이 아닌, 양국의 싸움으로 이득을 보는 제3의 나라가 이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4일 미국이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중국산 수입품 1300개 명단을 발표하자마자 중국은 미국산 대두(메주콩), 자동차 등 106개 품목에 대해 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무역 의존도 측면에서 볼 때는 중국이 불리한 상황이다. 지난해 중국의 대미무역 의존도는 18.9%에 달하며 전체 무역흑자 중 대미 무역흑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65%에 달하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의 대중 수출의존도는 8.4%에 그치고 오히려 3752억 달러의 무역 적자가 나는 상태다.
뉴시스에 따르면 미국기업연구소 무역 전문가 데릭 시서스는 지난 1월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미국의 장점은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역 의존도가 낮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이 내수를 이용해 수출 의존도를 축소하는 등 ‘버티기’에 들어가면 승기를 잡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니콜라스 러디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중국의 고통을 인내하는 능력을 무시할 수 없다”며 “미국의 정치는 개방돼 있기 때문에 무역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미국 기업들이 불만을 쏟아내면 이를 무시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제금융센터도 ‘미중 무역분쟁 전망 및 시사점’ 자료를 내고 “중국이 내수진작을 통해 수출 의존도 축소에 나서면서 통상 대응력이 커진 만큼 무역 갈등 해소에 적지 않은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무역 분쟁이 전면전에 돌입하면 미국과 중국뿐 아니라 주변국도 큰 손실을 볼 전망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개 무역을 해온 한국, 대만, 베트남, 말레이시아, 일본 등 아시아 수출 국가들의 피해는 막심할 수밖에 없다.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중국이 반도체 공급선 등을 바꾸게 되는 경우에도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
모두가 피해를 볼 때 이익을 얻게 될 나라도 있다.
연간 140억 달러의 미국산 대두를 수입해온 중국이 미국산 대두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브라질, 아르헨티나, 러시아 등 곡물 수출국들이 대체 공급국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
또 중국이 과세 부과 대상으로 선정한 미국산 돈육은 독일, 스페인, 덴마크산으로 항공기는 프랑스산이 대체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들이 관세 발효 시점을 앞두고 물밑 협상에 들어가면서 극적 타결을 볼 수 있다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주광야오 중국 재정부 부부장은 “모든 문제가 테이블 위에 올라온 만큼 이제는 협상과 협력의 시간이 됐다”며 “리스트만 발표됐을 뿐 아직 관세 부과 효력은 발휘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중국의 보복 관세 조치 발표 직후 트위터에 “중국과 무역 전쟁 상태가 아니다”라고 협상 의지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