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4일 서울역 인근에 위치한 한 고물상에서 플라스틱 물병들이 비닐에 담겨 있는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4일 서울역 인근에 위치한 한 고물상에서 플라스틱 물병들이 비닐에 담겨 있는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4

중국 정부, 폐자원 수입량 줄여
“예전만큼 수고비도 안 나온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일반 플라스틱 물통은 괜찮아요. 편의점 도시락통이나 카페에서 사용되는 테이크아웃 컵은 아파트나 공동주택 등에서 종류별로 분리하고 깨끗이 씻어서 내놔야 하는데 막 배출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거에요.”

지난 4일 서울역 인근에서 고물상을 운영하는 박범득 신용산자원 서계점 대표는 최근 재활용업체들이 폐비닐, 폐스티로폼에 이어 폐플라스틱까지 수거를 중단한 문제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재활용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민간 재활용품 업체들과 직접 계약을 맺고 폐지나 플라스틱 등을 처리해왔다. 이러한 가운데 고물상은 걷어진 재활용품을 품목대로 나누거나 이물질을 걸러낸 뒤 가공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해왔다.

고물상에서 쌓인 폐지와 폐플라스틱을 정리하고 있던 박 대표는 “플라스틱에 대한 분리 배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입고량의 절반가량이 쓰레기일 정도”라며 “이런 상황에서 업체가 지속적으로 아파트 등의 폐자원 수거를 안 하게 되면 길거리로 재활용품들이 다 몰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길거리는 쓰레기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중국 환경보호부에서 폐자원 수입량을 줄이면서 우리나라에서 배출되던 재활용 자원은 출구를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재활용업체를 포함한 각 지역의 고물상들은 지자체 위탁업체들처럼 보조금을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운영난이 심각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그는 “작년까지만 해도 1㎏에 130원이던 폐지 가격이 올해 90원으로 줄었다”면서 “막 섞인 폐기물들을 인건비를 들여 종류별로 분리하다 보니까 주머니 사정만 나빠질 뿐”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4일 서울역 인근에 위치한 한 고물상에서 관계자가 플라스틱을 들어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4일 서울역 인근에 위치한 한 고물상에서 관계자가 플라스틱을 들어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4

이으뜸 으뜸리사이클링 대표는 “환경부가 48개 재활용업체랑 협의를 맺었다는데 우리와는 먼 얘기”라며 “그리고 환경부가 지자체 위탁으로 운영하는 재활용업체에게 지원하는 보조금은 우리한테 내려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고물상들은 폐지나 폐플라스틱 등을 들고 오는 이들에게 이전과 같은 값을 지불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옛날엔 할머니들이 폐플라스틱 등을 길거리에서 주어오면 조금 더럽더라도 저희가 받아서 돈도 드렸다”면서도 “지금은 음식물이 묻어있거나 처리비용에 비해 수익이 안 나올 것 같은 폐플라스틱은 받지 않는 추세라서 예전만큼 수고비도 안 나온다”고 말했다.

폐자원의 가격하락으로 채산성이 떨어지자 지난 1일 재활용업체들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폐비닐 등을 수거하지 않겠다고 중단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들과 계약을 맺은 아파트 등 공동 주택에서는 ‘재활용 폐기물 대란’이 벌어질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 2일 환경부가 재활용업체들과 협의한 결과, 3개 시·도의 48개 재활용품 선별 업체 모두가 폐비닐 등을 수거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정재범 대성환경 대표는 “지금 업체들은 비닐을 깨끗하게 내놓으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환경부가 지자체마다 내려준 ‘재활용 분리배출 요령’을 법대로 따라 배출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는 5일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재활용품 수거 현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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